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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놈은 코끼리새가 아니라 타조다.
ⓒ 김준희
오래전 마다가스카르에는 '코끼리새'라는 새가 있었다. 그렇게 오래전도 아니다. 지금부터 약 500년 전만해도 이 새는 마다가스카르 남쪽에서 살고 있었다. 영어로는 'Elephant Bird', 또는 'Aepyornis Maximus'라고 부른다.

이 새의 이름이 코끼리새인 이유는, 코끼리처럼 덩치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키는 3m에 육박했고, 몸무게는 500kg까지 나갔다. 알의 부피는 대략 8리터로 계란의 180배였다. 당연히 이 놈은 타조처럼 날 수 없었다.

지금도 마다가스카르의 남부에서는 이 새알의 파편이 종종 발견된다. 그 파편들을 모으고 모아서 퍼즐 맞추듯이 맞추면, 코끼리새알의 표본을 하나 만들 수 있다. 세계의 수많은 박물관에는 이 코끼리새알의 표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서 코끼리새알을 타조알과 함께 전시했던 적이 있다.

마다가스카르에 살았던 날지 못하는 코끼리새

▲ 코끼리새알과 타조알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이 코끼리새는 대략 16세기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17세기에 멸종했다는 설도 있다. 그에 따르면 모리셔스섬의 날지 못하는 새 '도도'와 비슷한 시기에 멸종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멸종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한 유럽인들이 이 새를 마구잡이로 사냥하고, 커다란 알을 프라이해서 먹어버렸다고 한다. 멸종의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당시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한 인간들도 거기에 한몫을 했을 것이다.

<신밧드의 모험>에 보면 이 코끼리새가 등장한다. 외딴 섬에 홀로 남은 신밧드가, 커다란 알을 구경하다가 새의 다리에 매달려서 어디론가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 그 새가 바로 코끼리새다. 신밧드가 상륙한 섬이 마다가스카르였을까? 오래전 인도양은 온통 아랍세력권이었다. 그러니 신밧드가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했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다.

<신밧드의 모험>에서는 코끼리새가 하늘을 날 수 있었지만, 실제 코끼리새는 날개를 퍼덕거리기만 할뿐 날 수 없었다. 아니 코끼리새가 과연 날개를 얼마나 펄럭일 수 있었는지 그것조차 의문이다. 이 새의 날개는 거의 완벽하게 퇴화된 상태였다. 타조와 비슷한 생김새였지만 타조보다 다리가 굵었고, 타조보다 더 많은 털로 온몸이 뒤덮여 있었다. 오래전에 뉴질랜드에 살았던, 역시 날지 못하는 커다란 새 '모아'하고 좀더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날 수 없다'라는 특징은 적어도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단점이 아니었다. 원래 마다가스카르에는 대형육식포유류가 없었다. 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동물들, 사자와 표범, 하이에나 같은 포유류는 마다가스카르에 없다. 따라서 코끼리새를 위협할만한 천적이 없었다. 적어도 인간이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하기 전까지는.

이런 환경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코끼리새는 덩치가 점점 더 커졌을 테고, 날개는 점점 퇴화되었을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울창한 자연에는 먹을거리가 넘쳐났고, 자신을 위협할만한 동물은 하나도 없다. 그러니 굳이 하늘을 날아다닐 필요가 있을까.

커다란 코끼리새가 쿵쾅거리면서 들판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마다가스카르에 상륙한 유럽인들이 보기에, 그 모습은 그다지 우아해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낙원과도 같은 이곳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코끼리새는 인간이 접근해오더라도 도망치거나 경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에게 사로잡혀서 사육될 만큼 고분고분하지도 않았다.

당시에 유럽인들은 이 새가 전세계에서 오직 이곳에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알았다고 하더라도 별 차이 없었을 것이다. 희귀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배를 채우는 것이 우선이었을지 모른다. 코끼리새의 알을 하나 프라이하면 여러 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멸종이다. 한때 코끼리새는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었다. '모아'는 뉴질랜드에 살고 있었고, '도도'는 모리셔스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코끼리새의 골격을 볼 수 있을까?

▲ 코끼리새는 타조보다는 모아와 좀더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 김준희
"그 박물관 지금 보수공사 중인데"

김 사장님의 이 말을 듣고 무릎이 휘청 꺾이는 충격을 받았다. 안타나나리보에 있는 박물관에 가면 코끼리새의 골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골격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코끼리새의 골격이다. 키가 3미터나 된다는 그 새의 골격 옆에 서보고 싶었다. 그 엄청나게 큰 놈의 머리를 올려다보고 있으면, 인간이 멸종시킨 코끼리새의 영혼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박물관이 보수공사 중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번 가볼 수 없을까요?"

공사 중이더라도 담당자는 있을 테고, 약간의 아부와 설득으로 박물관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도 안되면 뇌물을 써서라도 들어가 보고 싶었다. 물론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그런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난 코끼리새의 골격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김 사장님의 차를 타고 함께 거리로 나섰다. 김기권 사장님(51)은 8년 전에 마다가스카르로 와서 지금 석재공장을 하고 있다. 김 사장님은 돌을 구하기 위해서 마다가스카르 구석구석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안타나나리보에 하루 이틀 머무는 동안, 김 사장님 집에서 신세지며 여행에 관한 정보를 열심히 모아야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안타나나리보의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 모여 있다.

"요즘 날씨가 원래 이렇게 많이 흐린가요?"
"아니야. 건기라서 원래는 날씨가 맑아야 하는데, 며칠동안 이상하게 흐리네."

김 사장님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행오기 전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보았지만, 그 박물관이 보수공사중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안타나나리보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고,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해서 첫번째로 가는 곳이 바로 그 박물관이다.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의 전경
ⓒ 김준희
안타나나리보 시내의 길은 무척 복잡하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절부터 이 도시는 마다가스카르의 중심이었다. 수많은 집과 차,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차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다리를 건너고 터널을 통과하고 로터리처럼 보이는 곳을 돌고 해서 우리는 그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 문은 잠겨져 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박물관 진입로의 철문은 닫혀져 있고 거기에는 묵직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물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그 앞에는 경찰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다. 김 사장님은 그들과 얘기를 몇 마디 하고나서 돌아왔다.

"이 박물관 내년에 다시 개장 한다는데."

안타나나리보는 해발 1400m의 고원도시. 그 하늘에는 어두운 구름들이 잔뜩 몰려있다. 곧 비가 올까? 비라도 한바탕 쏟아지면 내 기분이 좀 나아질지 모르겠다. 코끼리새의 골격을 보러왔는데, 그 박물관은 수리중이다. 그럼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 구름이 몰려있는 안타나나리보의 외곽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1개월간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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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과 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저서로 <오래된 길, 우즈베키스탄을 걷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평원에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