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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타나나리보의 중심가
ⓒ 김준희
아프리카 국가의 수도. 이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생겨날까. 왠지 시끄럽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것 같은 인상이 떠오른다. 안타나나리보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안타나나리보는 굉장히 넓다. 400만명의 인구가 안타나나리보와 그 인근에 모여있으니 넓고 복잡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안타나나리보는 넓고 복잡한 수도이지만, 하루 정도 걸어다니면 중심가와 그 주변을 돌아볼 수 있다. 안타나나리보의 중심가는 '독립로'다. 탁트인 독립로 한쪽 끝에는 기차역이 있고 다른 쪽 끝에는 그라시아 호텔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시장이 있다. 시장에는 온갖 물건들이 있는데 공산품의 경우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많은 과일과 빵, 채소,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먹을거리도 함께 판다.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길거리에서 파는 빵과 함께 음료수를 사서 먹으면 된다. 프랑스식 바게트를 절반으로 잘라서 그 안에 햄과 채소를 넣고 소스를 발라서 파는 노점이 많다. 우리돈으로 500원이면 과일쥬스와 함께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마다가스카르에 처음 상륙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여러가지 학설이 있다. 그중 하나는 그들이 폴리네시아인들이라는 것이다. 항해술이 뛰어났던 폴리네시아인들은 지금부터 약 3500년 전부터 태평양 전역의 섬들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500년 전에 마다가스카르에 도착했다. 오늘날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아마 아프리카-아시아의 혼혈일 것이다.

이 시장에는 많은 현지인들이 있다. 이들의 모습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 현지인들을 가리켜서 '말라가시(Malagasy)'라고 부른다. '말라가시'라는 단어는 마다가스카르 현지인을 의미할수도 있고, 이들의 언어인 말라가시어를 의미할수도 있다.

마다가스카르의 화폐단위는 '아리아리(Ariary)'다. 예전에는 '말라가시프랑(FMG)'을 사용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500프랑=100아리아리'로 바꾸는 대대적인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현재는 아리아리를 사용하는데, '500프랑=100아리아리=한화 50원'이다. 물건을 사든 버스를 타든 밥을 먹든 간에 현지 가격을 절반으로 자르면 대충 우리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

▲ 안타나나리보의 시장
ⓒ 김준희
어떻게 여행 계획을 세울까? 시내에 나와 있으면서도 내 머릿속은 온통 내일부터 시작될 본격적인 여행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 있다. 정보를 모으고 상상을 하면서 가게 될 목적지를 그려보는 것이다. 상상으로 가지 못 할 장소는 없으니, 계획을 이렇게 세워보고 저렇게 세워보면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에는 수많은 국립공원이 있다. 그 국립공원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멋진 경치로 이루어진 곳이다. 다른 하나는 여우원숭이를 포함한 희귀동물들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마다가스카르에 오는 많은 여행자들은 바로 이 국립공원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운다. 나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2-3 군데 정도의 국립공원을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외는 바오밥나무다. 바오밥나무를 보려면 국립공원이 아니라, 무릉다바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바오밥거리에 가야한다. 그래서 우선 무릉다바에 갈 계획을 세웠다. 그곳에 가서 바오밥나무와 모잠비크 해협을 보고,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갈까. 남쪽을 가로질러서 포르도핀으로 갈까. 아니면 이살로 국립공원에 갈까.

"무릉다바에 갔다가 바오밥나무 보고 그 다음에 안치라베로 나와. 거기에서 남쪽으로 내려가기 편하니까 이살로에 가건 라노마파나에 가건 쉽게 갈 수 있지."

김기권 사장님의 말이다. 시내에서 파는 마다가스카르의 커다란 지도를 하나 구입했다. 마다가스카르의 도시 이름은 긴 것들이 많다. 그래서 지도를 펼쳐놓고 보더라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다가스카르라는 국가명도 어렵고 안타나나리보라는 수도명도 어렵다. 그리고 또 다른 도시 이름들, 피아나란츄아, 미안드리바조, 안치라베, 안다시베, 무릉다바, 무라망가 등등. 비슷한 이름들도 많다.

이곳의 현지인들은 안타나나리보를 줄여서 '타나'라고 부른다. 피아나란츄아는 줄여서 '피아'라고 부른다. 수년 동안 차를 가지고 마다가스카르 전역을 돌아다니셨다는 김 사장님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 얘기를 바탕으로 나도 대략 움직일 동선을 만들어 보았다.

▲ 안타나나리보에 있는 호수, 아노시
ⓒ 김준희
무릉다바-피아나란츄아-이살로 국립공원-라노마파나 국립공원 이런 순서로 움직여보자. 라노마파나 다음에 어디로 갈지는 그때 생각해봐야 한다. 이살로 국립공원에 가면 웅장한 산악풍경과 탁트인 지평선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라노마파나에 가면 울창한 열대우림 속에서 수많은 여우원숭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동할 때는 현지인들과 어울려서 장거리 시외버스를 탈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이런 시외버스를 '택시브루스(Taxi-brousse)'라고 부른다. 타나에는 4개의 택시브루스 터미널이 있다. 그 4곳에서 마다가스카르의 전역으로 떠나는 택시브루스를 탈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같은 대형버스가 아니라, 15인승 미니버스이다. 말이 15인승이지 실제로 그 안에 몇 명이나 타게 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에 의하면, 타나에서 택시브루스를 타면 무릉다바까지 1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거리가 멀기도 하거니와 길이 워낙 험하고 비포장된 도로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나마 지금은 건기라서 다행이다. 우기때 비포장도로는 온통 진창으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김 사장님이 말한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하룻밤에 우리 돈으로 8000원 하는 숙소들 많아."

하룻밤에 8000원이라. 이런 숙소를 계속 구할 수 있다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8000원 짜리 숙소가 얼마나 시설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배낭여행하면서 쾌적함을 바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선 500달러를 이곳 돈으로 환전했다. 마다가스카르의 싼 물가를 생각해볼 때, 아끼면서 여행한다면 3주 정도는 이 돈으로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에 걸리는 한 가지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이곳의 언어인 말라가시어,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한다. 난 그 두 가지를 모두 한 마디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말라가시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김 사장님의 도움을 받아서 즉석에서 단어장을 만들었다.

먹는 물은 '오비브', 그냥 물은 '라노', 뜨거운 물은 '오비브마파나', '얼마에요?'는 '오찐?', '좋다'는 '짜라', '아주 좋다'는 '짜라베', 처음 만났을 때 하는 인사는 '살라마', 헤어질때 인사는 '벨루마', '고맙다'는 '미사오추라' 등등을 열심히 수첩에 적었다.

복잡한 수도 타나를 벗어나서 지방으로 내려가면 좀 조용한 시간들을 가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내일이면 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간다. 바오밥나무와 여우원숭이를 보러가는 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내 심정은 기대반 불안감반이다.

▲ 안타나나리보의 공원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 달 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태그:#안타나나리보, #마다가스카르, #바오밥나무, #말라가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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