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직업으로 삼는 프로 선수들에게 가장 듣기 좋은 어구 중 하나는 '당신은 프로다'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프로 선수들은 아마추어 선수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정신 또한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프로 선수들이 훌륭한 기량을 뽐내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지만, 팬들은 그들의 프로 정신을 느끼는 것을 또 하나의 낙으로 여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레알 마드리드 CF 등 세계 최고의 명문을 거쳤고,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캡틴이었기도 한 데이비드 베컴이 프로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는 주로 그의 빼어난 움직임과 킥 등 외형에서 비롯되었다.

▲ 2일 브라질전서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기뻐하는 베컴
ⓒ thefa.com
하지만 3일(이하 한국시각) 베컴은 자신이 정신적인 면에서도 당당히 세계적인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날 <스카이 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베컴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자신의 유럽행 리턴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베컴은 "내가 임대 신분으로 어디론가 복귀한다고? 그렇지 않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며 그가 지난 1월 미국 프로축구의 부흥을 위해 선택한 LA 갤럭시에서 선수 생활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컴은 2003년 최고의 위치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갈락티코'(한때 레알 마드리가 썼던 세계 최고 선수를 영입하는 정책을 이르는 말)의 일원으로 레알 마드리드 CF에 안착한 후 2005~2006 시즌까지 세 시즌 동안 역시 최고의 자리를 지켰다.

또한 베컴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완장을 차고 출전해 2골을 기록해 팬들로부터 혹평을 받은 잉글랜드 선수들 중 드물게 '역시 베컴'이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나며 모든 것이 이지러지기 시작했다. 2006~2007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의 부흥을 위해 영입된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베컴을 중용하지 않았다.

베컴은 주전 출전은 고사하고 교체요원으로 투입되는 것을 바라야 할 정도였다. 에릭손 감독의 후임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도 베컴을 대표팀에서 내보냈다. 이적설이 불거졌고, 베컴은 그때마다 '레알 마드리드 주전으로의 복귀, 대표팀 복귀'를 소망한다고 간절히 말했다.

하지만 두 감독으로부터의 반응은 전혀 없었고, 베컴은 자신을 버린 카펠로 감독을 먼저 버렸다. 2007년 1월, 5년간 2500만 달러에 LA 갤럭시로 이적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카펠로 감독은 "절대 베컴을 출전시키기 않겠다"며 강한 불만감을 표출했지만 2월부터 베컴을 정규리그에 출전시키기 시작했고, 그는 마술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이며 레알 마드리드를 현재 리그 1위에 올려놓았다.

맥클라렌 감독도 베컴을 2일 브라질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복귀시켰고, 베컴은 이날 프리킥 어시스트로 잉글랜드의 극적인 1-1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표팀 복귀라는 꿈을 이룬 베컴이 대표팀 합류를 좀 더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임대 신분을 통해 유럽으로 리턴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LA 갤럭시 관계자도 "금전적인 이익이 충족된다면 임대시킬 수 있다"며 베컴의 임대설에 부채질해댔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리그 수준이 월등하고, 대표팀 합류가 쉬운 유럽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그 자신에게 훨씬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유럽 리턴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베컴은 프로였다. 이는 그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다른 유럽 명문 구단으로 이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축구발전을 위해 LA행을 결정한 데서부터 드러난다.

또한 3일 베컴은 "미국에서 플레이 하는 것이 내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에서 잉글랜드까지 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조국을 위해서는 어디에서든지 플레이하기 위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LA 갤럭시는 내가 조국을 위한 경기에 뛰고 싶어 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며 소속 구단측도 자신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로중의 프로' 데이비드 베컴이 축구에 관한한 변방에 가까운 미국에 축구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07-06-04 10:34 ⓒ 2007 OhmyNews
데이비드 베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LA 갤럭시 MLS 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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