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예선 이란전에서 박지성 선수가 공을 몰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역시 생뚱맞은 질문 두 가지

1. 걸출한 야구 스타 선동렬이 오프 시즌에 축구를 했다면 걸출한 이름으로 남아있을까?
2. 대한민국 축구의 자존심 박지성이 야구도 했다면 지금처럼 명문 클럽에서 뛰고 있을까?


내가 서두를 한나영 기자의 글과 같은 형식으로 구성한 것은 결코 기사 비하가 목적이 아니다.

한나영 기자는 프로 선수와 아마츄어 선수의 활동을 구분 없이 주장했다. 아마츄어 선수 시절 어깨가 좋은 선동렬도 학교를 대표하는 멀리 던지기 선수였을 것이고, 박지성 선수도 빠른 주력을 바탕으로 학교 대항 육상 대회에 단골로 출전했을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함으로써 자신의 정확한 재능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운동을 하는 학생이 공부를 등한시하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경험은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머물러야 한다. 박지성 선수가 달리기가 빠르다고 해서 더 잘할 수 있는 축구를 두고, 무리해가며 육상 선수를 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세계 최고', 겸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는 선수들 중에 겸업을 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바꿔 말해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학교시절 자신의 재능을 파악하고 진로를 선택한 뒤, 해당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최고의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도 최고의 자리에 오른 뒤 야구를 하는 기행을 보였지만, 메이저 리그의 하부 리그에서만 활약하다가 다시 농구를 했다. 마이클 조던도 농구의 신이지 야구의 신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마츄어가 아닌 프로 선수가 오프 시즌에 다른 종목에서 활동한다는 말을 할 때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는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대표팀 선수에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길 요구한 히딩크 감독의 성공사례도 극히 특수한 상황이다.

만약 대표팀에 데이비드 베컴(레알 마드리드 소속)처럼 오른발을 잘 쓰고, 라이언 긱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처럼 왼발을 잘 쓰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에게 굳이 양발 모두를 잘 쓰는 멀티 플레이어를 원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면 굳이 멀티 플레이어가 되지 않아도 그 선수는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

▲ 지난해 5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설기현 선수가 헤딩을 하기 위해 뛰어오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오른쪽 윙어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설기현 선수도 예가 될 수 있다.

시즌 초반 윙어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던 그가 갑작스레 스트라이커 포지션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팀에서 자리를 못 잡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감독이 판단하기에 설기현 선수가 오른발의 스페셜리스트는 아니지만, 골을 넣을 수 있는 슈팅력과 헤딩력은 갖췄기에 갑작스레 그를 구멍난 자리인 스트라이커로 기용한 것이다. 그가 만약 윙어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면, 경쟁자에 밀려 임무 변경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즉 설기현 선수는 좋게 말하면 멀티 플레이어지만, 나쁘게 말하면 자리를 못 잡는 평범한 선수인 것이다. 이처럼 '멀티'라는 말에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특징이 존재한다.

'다양성' 잡으려다가 '전문성' 놓칠라

옛날의 주입식 교육을 추억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말한다.

"주입식 교육만큼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학습방법도 없어."

주입식 교육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교육 방법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효율적인 교육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이것도 잘하고 저 것도 잘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전문화된 능력을 요구하는 21세기에서 '다양성'을 요구하다가 '전문성'을 잃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정말 좋은 말처럼만 들리는 다양성의 유혹을 취사선택해야하는 이유다.
2007-04-17 13:4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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