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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조4000억원이라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엄청난 추징금이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받아낼 수 있을까? 사진은 지난해 6월 14일 새벽, 5년 8개월동안 해외도피를 마감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김 전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추징할 수 있을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선고된 추징금 21조4000억원에 입을 다물지 못한 언론의 물음이다.

물으나 마나다. 김우중씨는 "개인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했다. 무일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호주머니를 털어봐야 먼지 밖에 나올 게 없다.

검찰은 아니라고 한다. ▲46억원 어치의 고가 미술품 ▲80만달러짜리 미국 보스턴 인근 고급주택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59만평 포도밭 등이 김우중씨의 은닉재산이라고 한다.

대우사태로 30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은 예금보험공사는 23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가액은 2200억원. 물론 여기에 검찰이 주장하는 김우중씨 은닉재산도 포함돼 있다.

검찰 수사와 예금보험공사 소송의 성공률이 100%라고 해도 회수액은 2200억원, 추징금의 1%에 불과하다.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김우중씨 가족의 재산이 적잖다. 부인 정희자씨가 80%의 지분을 보유한 필코리아는 경주 힐튼호텔과 베트남 하노이 대우호텔 등을 갖고 있고, 서울 아트선재센터와 경주 선재미술관이 소유한 200여점의 미술품은 값을 매기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뿐인가. 아도니스 골프장 지분 81%와 경남 양산시 A1 컨트리클럽 지분 49%를 갖고 있고, 경남 거제시 골프장 부지 28만평과 서울 방배동 땅 300평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회수 불가능'을 단언하고 있다. 근거가 있다. 대법원 판례다. 대법원은 지난달 김우중씨의 딸 선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수백억원 대의 이수화학 주식은 김우중씨 소유였다가 명의신탁 된 것이니까 회수해야 한다는 자산관리공사의 소송을 기각했다. 부녀지간에 증여계약서를 체결했고, 증여세도 냈으므로 선정씨 소유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일반 상식과 법 현실의 차이

일반 상식과 법 현실의 엄청난 간극을 확인할수록 개탄의 정도와 함께 개선의 요구도 높아진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자금출처 조사다. 아파트 분양당첨자에 대해 자금출처 조사를 하겠다는 정부다. 그런 의지로 김우중씨 부인이나 딸의 자금출처를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

회의적이다. 김우중씨는 무려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람이다. 방벽은 이미 쳐놨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금융실명제법 때문에 금융거래내역을 살피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추징금 징수가 사실상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추징 불이행을 응징하는 방법이다. 벌금을 내지 않은 사람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것과 같은 방법이 동원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된다. 전두환·노태우씨의 '배째라' 태도 덕에 한차례 여론을 탄 적이 있으니까 간단히 재정리만 하자.

추징금은 범죄에 대한 벌이 아니라 범죄인이 불법하게 소유한 물건을 돈으로 되받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벌금과 다른 점이 바로 이 점, 이 때문에 강제로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과 같은 신체적 형벌로 대신하는 데 논란이 있다고 한다. 현재로선 범죄인이 '배째라'로 나오는 한 재산압류나 강제경매 신청 외에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압류나 강제경매의 대상이 될 재산을 미리 빼돌리기 때문에 그나마 있는 징수방법도 무용지물이다. 2004년 말 기준으로 추징금 집행 대상액 1조5323억원 가운데 징수한 추징금이 총액의 3.7%인 568억원에 그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대검찰청이 딱 1년 전인 지난해 5월 31일 법무부에 추징금 미납액만큼 노역을 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관련법이 개정됐다는 소식은 없다. 설령 뒤늦게라도 국회가 관련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해도 소급적용은 불가능하다. 전두환·노태우씨는 '해당사항 없음'이 자명하고, 김우중씨도 대법원 확정 판결을 빨리 받으면 빠져나갈 수 있다.

취소 안된 형집행정지... 가석방의 전주곡?

방책이 하나 더 있다. 법원은 어제 징역 10년을 선고하면서도 형 집행정지를 취소하지 않았다. 덕분에 김우중씨는 7월말까지 병원에서 지낼 수 있게 됐고 제2, 제3의 형 집행정지도 얼마든지 기대할 수 있다. 진승현씨가 무려 9차례나 형 집행정지를 받은 사례가 있다.

건강이 안좋다는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아 병원 특실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노역을 시킬 수는 없다. 법에도 인정이 있다.

정리하자. 어제의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김우중씨는 10년간 몸으로 때워야 하지만 이건 최대치다. 형 집행정지 기간은 복역기간에 포함이 안되니까 논외로 하더라도 건강을 이유삼아 가석방 등의 '특혜'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대재산가인 부인과 딸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며 풍족한 삶을 구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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