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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사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퇴했다. 참여정부의 정부혁신·지방분권 정책, 양극화 해소 논리, 부동산 대책을 입안한 '대통령의 머리'가 돌연 사퇴한 것이다. 큰 뉴스다. 그래서 상당수 언론이 사퇴 소식을 1면에 끌어올렸다.

'대통령의 머리'가 청와대를 떠났으니 그의 향후 거취에 주목하는 건 당연하다. 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입각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경제부총리나 교육부총리로 입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지점에서 궁금한 게 생긴다. 입각이 예정돼 있다면 왜 지방선거를 이틀 남겨둔 시점에 돌연 사퇴의 형식을 취했느냐는 점이다.

일부 언론은 경질설을 흘렸다. 무리한 부동산 대책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질시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을 질타했다는 소식은 없다. 더구나 김병준 전 실장은 '리베로 참모'이지 '붙박이 참모'가 아니다. 특정 정책의 공과 때문에 경질시켰다고 보기에는 그의 비중이 크다.

오히려 <중앙일보>가 전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 더 당긴다. "교체 시점을 5.31 지방선거 직전으로 택한 것은 열린우리당이 패배할 경우 문책 인사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일단 그렇게 갈음하자. 그럼 점검 항목은 뭘까? 당연히 개각의 성격이 될 것이다. '대통령의 머리'가 입각을 하고, 나아가 대통령 최측근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설도 나오고 있다. 본인은 고사하고 있다지만….

누가 입각할 것인가

만약 이런 방향으로 개각이 이뤄진다면 새로 짜이는 내각은 권력의 힘이 집중되는 '총력 내각'의 성격을 띤다. 그럴 수도 있다. 한·미 FTA 협상과 양극화 해소책을 지방선거 후 본격 추진해야 하는데 공무원 조직은 이완되기 쉽다. '노심'을 잘 아는 인물의 전진배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하게 볼 일이 아니다. 시점이 문제다. 청와대는 지방선거 이후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고 누누이 밝혔다. 게다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통에 장관 청문회가 늦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청와대가 국회 사정을 봐가며 '국면전환용 개각'이 아니라 '정상 개각'을 단행하려면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이 기다려줄 것 같지가 않다.

여권 내 정계개편 갈등의 전개양상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럼 내각을 어떻게 짜야 할까? 응당 중립내각을 꾸려야 할 것 같지만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중립내각이 공무원들을 다그치면서 한·미 FTA 협상이나 양극화 해소책과 같은 굵직한 국정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까?

이런 방법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가 맞되 정치색이 없다고 평가되는 인물을 주요 국정과제 관련 부처 장관으로 입각시키는 방법이다. 김병준 전 실장의 입각은 그런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당적을 갖지 않은 사람으로 총리를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해결책이 될지 분란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점이 있다. 야권이 김병준 전 실장의 기용을 '탈정치 인사'로 평가해줄까? 김병준 전 실장은 정치만 하지 않았지 정책을 두고는 한나라당과 날카롭게 각을 세워왔다.

더 있다. 본인이 고사한다니까 더 지켜볼 일이지만, 만에 하나 문재인 전 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할 경우 어떤 반응이 나올까?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법무장관에 대통령의 최측근을 임명하는 걸 '중립'으로 평가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김병준 전 실장의 '향후'와 개각의 방향을 점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앞의 얘기는 노무현 대통령이 '밀려서' 탈당하는 경우를 전제한 것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순순히 '밀려줄' 것이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누가 입각할 것이냐 못잖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누가 내각을 떠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현 내각엔 유시민 복지, 천정배 법무, 정세균 산자, 이상수 노동 장관이 있다. 모두 정치인 출신이요, 참여정부의 핵심 인물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전도는 '노심'을 엿보는 창이다.

이들의 교체 가능성은 제기되지 않는다. 천정배 장관이 당 복귀를 희망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그건 천 장관의 희망사항이다.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그 공백을 메우고, 이를 발판 삼아 정치적 도약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천정배 장관의 당 복귀 움직임에 '노심'이 실렸다고 볼 수는 없다.

누가 떠날 것인가

오히려 유시민 장관의 경우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럼 여기에 '노심'이 담겼을까? 유시민 장관은 그것을 자신의 '소망'이라고 했다.

현직 장관의 거취 외에 '노심'을 살필 수 있는 창이 하나 더 있다. 청와대 비서진 인사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 전 수석 등의 사퇴에 따른 후임 인사로 비서관 출신들을 승진시켰다. 김병준 전 실장 후임으로 권오규 경제정책수석을 기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뭘 뜻하는가? 청와대 내부 승진 케이스에서 확인되는 건 '업무의 일관성'과 '정치색 배제'다. 청와대가 정국을 주도할 생각이 없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읽을 수 있다. '부산 정권' 발언을 한 문재인 전 수석도 "앞으로 정국 주도권은 당이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거꾸로 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한다면 그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차원이 될 것이다. 대선까지를 염두에 두고 정치판을 조율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비서진의 실무적 보좌가 결정적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판단과 선택을 믿을 공산이 크다. 열린우리당의 정무수석직 부활 요구를 당정분리를 명분 삼아 거부해온 노무현 대통령이다.

어느 것 하나 단정할 게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판단하고 단정할 만큼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다. 얼추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방법을 고를 만큼 상황과 조건이 성숙돼 있지는 않다. '노심'도 이런 규정요인에서 크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리할 수 있는 내용은 여기까지다. 정계개편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을 규정할 것이고, 탈당 여부와 탈당 성격에 따라 개각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이 말은 개각 내용을 보면 '노심'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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