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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7일 국회 복지위 인사청문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뒷편 방청석에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사건 피해자의 가족이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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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①] "정치인 유시민 버리고 장관 유시민으로 행동"


유시민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쟁점을 일명 '84년 서울대 프락치사건'에 정조준 했던 한나라당이 이 사건의 피해자들을 결국 '장외'에 세웠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에 앞서 피해자들을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시키려 했으나 증인 채택안에 대한 표결 결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7일 이 사건의 피해자인 전기동(51·당시 만29세)·정용범(47·당시 만25세)씨와 정씨의 어머니를 청문회장 방청석에 앉혔다.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오마이뉴스>와 만난 전씨 등은 유 내정자를 향해 "장관 될 자격이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폭행 당할 당시 유 내정자를 본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히 답변하지 못했다.

'서울대 프락치사건' 피해자들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장관하나"

이날 오전부터 방청석에 앉아 유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전기동씨는 점심 식사시간을 이용해 <오마이뉴스>와 만나 얼굴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전씨는 "아직도 23년 전의 일이 다 기억난다"며 "청문회에 꼭 증인으로 서고 싶었는데 그렇게 안돼 박재완 의원의 도움으로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전씨는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은 수십 명인데 유시민(당시 복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백태웅(당시 학도호국단장·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교수)은 당시 사건의 가장 지휘자적 입장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전씨는 "(유시민 내정자는) 이후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유포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더럽혔다. 유시민이 가장 악질적이다. 일제 때 우리 민족을 괴롭힌 친일파와 같다"고 말하며 흥분했다.

이어 전씨는 "어떻게 그런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느냐"며 "차라리 이토 히로부미를 장관 시키라"고 주장했다.

정용범씨의 어머니도 유 내정자를 행해 "그 때 일을 사과하고 보상하라"며 "우리 아들은 그 때 후유증으로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말도 잘 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 7일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피해자들, 유시민의 폭행 가담 여부에 대해서는 '모호'

그러나 당시 폭행에 유 내정자가 가담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이 사건의 수사를 맡았던 당시 관악경찰서 수사과장 김영복(70)씨는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군사정권이 학생회 조직 결성을 기선 제압하기 위해 폭력사건으로 엮어 만든 것"이라며 "유 내정자는 당시 '가짜 대학생'으로 잡혔던 피해자들의 폭행과정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만난 피해자들도 당시 폭행한 학생 중에 유 내정자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하지 못했다.

정용범씨의 어머니는 "내 아들은 폭행당할 당시에는 (유시민 내정자를) 못 봤다고 한다"며 "얼굴을 가려놓고 각목으로 때렸는데 어떻게 봤겠느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중에 조사과정에서 유시민도 개입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전기동씨는 "유시민이 폭행했다고 알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는 등 불명확한 표현을 썼다.

전씨는 '당시 폭행 현장에서 유 내정자를 보았는가', '유 내정자가 직접 때린 게 확실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당시에는 (유시민의) 이름을 몰랐고 얼굴만 기억했다"고 답했다. 재차 확인 질문을 하자 그는 "당시에는 백태웅씨 1명만 정면에서 확실하게 봤고 그 뒤에 여러 학생들이 서 있었는데 그 중 유시민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다"고 모호하게 답변했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당시 유 내정자는) 폭행하고 때릴 때는 살살 빠지더라"며 "그렇게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장시간 고문할 때 현장을 왔다 갔다 하고, 조사한 것을 보고하느라 또 왔다 갔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자들 '장외 증언대'에 세운 한나라 "나머지 질의는 이 사건에 집중"

▲ 7일 국회 복지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화원 한나라당 의원이 유시민 후보자 뒷편에 앉아 있던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사건 피해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울대 프락치사건' 피해자들의 증언이 담긴 동영상을 이날 청문회장에서 방영하려 했으나 여당 의원들과 이석현 위원장의 반대로 실패했다.

박재완 한나라당 간사는 "피해자들의 주장이 서면으로 된 경우에는 배부를 허용하고 동영상으로 담은 것은 방영이 불가능하다면 멀티미디어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의정 운영 방식"이라며 "두 분(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빔 프로젝트(동영상)로 피해자의 진술을 듣게 되면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다"며 "게다가 이미 기각된 (증인채택) 건에 대해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빔 프로젝트 상영은 불가한 일"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장도 "제3자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은 본회의장에서 방영할 수 없다는 국회의장의 방침에 따라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불가능하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동영상 방영이 무산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오후 3시 30분께 피해자들과 함께 국회 기자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열어 동영상을 방영했다. 동영상에는 전기동씨와 정용범씨의 어머니가 당시 사건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기자들 앞에 선 전씨는 '당시 유시민 내정자의 역할이 무엇이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 등 몇 명이 한팀을 이뤄 정용범의 조사를 담당하고, 다른 팀은 유시민을 비롯한 복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전기동의 조사를 담당했다"며 "(유 내정자는) 그렇게 사건에 깊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과 기자회견을 마친 박재완 한나라당 간사는 "오늘 나머지 질의는 의원 모두가 이 사건을 집중 점검하는 데 할애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유시민 "대신 사과 드린다... 내 삶의 가장 어두웠던 순간"
'서울대 프락치사건' 관련 입 열어

"지금이라도 사과 드린다고 말하고 싶다."

유시민 장관 내정자가 '서울대 프락치사건'의 피해자들에게 "당시의 모든 서울대 학생을 대신해서라도 사과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 내정자는 이날 '서울대 프락치사건과 관련해 당시 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사과의 말을 해달라'는 문병호 열린우리당 의원의 '권유적' 질의에 "84년 당시 사건은 제가 47살까지 살면서 제일 어두운 삶의 한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유 내정자는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당시 피해를 당한 사람들도 한 맺혔을 것이고 저도 폭력 전과를 안고 살아왔다"며 "제가 원하지도, 제가 걷고 싶었던 길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제가 걸어온 길 안에 들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유 내정자는 "그분들 중에 억울한 일을 당한 분들에게는 제가 경찰에 잡혀가 조사 받을 때도 미안하다고 말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다시 할 수만 있다면 그 사건과 관련된 당시 모든 서울대 학생들을 대신해서라도 사과 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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