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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평화네트워크가 함께 준비한 '북한인권강좌'가 11월 28일 저녁 7시 '탈북자 문제'를 주제로 이혜영·서대교 BASPIA 공동대표의 '공동 강연'을 마지막 순서로 막을 내렸다. BASPIA는 아시아 지역의 여성과 아동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지난 11월 12일 창립된 신생 단체이다.(자세한 내용은 www.baspia.org 참조) <편집자주>
BASPIA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혜영·서대교씨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비롯해 여러 인권단체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젊은 활동가'들이다. 이들은 작년 11월과 올 2월 중국을 방문해 탈북 여성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먼저 강연이 나선 이 대표는 "탈북 현상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탈북자들이 접하는 주변 환경 및 이에 대한 탈북자들의 인식, 국제사회의 대응 등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이제는 '탈북자 수가 얼마냐' '탈북자가 난민이냐 아니냐'라는 식의 정체된 논의를 접어두고, 탈북자들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현장 중심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탈북자 문제가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굳어지면서 문제의 해결방향도 현장성과 다양성이 결여된 채, '난민 지위 부여'나 '난민촌 건설' 등 "어떤 하나의 해결책이 마치 탈북자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줄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보고서를 검토하고 현장 조사를 벌여본 결과 탈북자의 유형은 다양하고 이에 따라 해결책도 유형별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즉, 탈북의 동기와 시기, 동행 가족의 여부, 탈북 직후 접하게 된 상황, 체류중인 중국의 지역, 도움을 주고있는 사람들, 중국 체류 기간, 여성의 경우 중국인(조선족 포함)과의 결혼 여부 등에 따라 "탈북자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해결책은 '탈북자' 전체가 아닌 탈북자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유형별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중국 정부 주목해야"

이혜영 대표의 강연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부분은 그동안 주로 비난의 대상이었던 중국 정부를 문제 해결의 주체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권고이다. 그는 "탈북자 문제를 해결 내지는 완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또는 해야만 하는 주체는 바로 중국 정부"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중국 정부에 대한 판에 박힌 비판과 피드백 없는 권고안이 주를 이뤄왔는데, 이제는 "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협상이 가능한 지점은 무엇인지를 파악해, 중국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자료의 확보 및 외교적 영향력 행사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이러한 접근이 '희망사항'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 예로 작년 12월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북한인권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대된 중국인권연구협회의 양쳉밍의 발표문을 들었다.

'중국 내의 북한인들: 도전과 해결책'이란 제하의 발표문에서는 중국 정부가 일부 탈북자들에게 거주 허가를 내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그 대상으로는 ▲중국인과 결혼한 지 3년 이상 되어 아이를 낳고 법과 규범을 준수하는 북한 여성 ▲현재 중국에 있는 친척과 동거 중인 북한 여성이나 아동 중, 북한으로 송환될 경우 자활능력이 없고, 중국에 남기를 주장하는 자 ▲한국전쟁 이전에 중국인이었거나 중국인 부모를 가진 북한인으로 생존을 위해 중국으로 귀환한 자 등이 언급되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입장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위의 발표문이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전향적인 대책을 모색하고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분석대로 만약 이러한 입장을 중국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면, 이는 탈북자들 가운데 중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대안 모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인신매매 방지 국제협약 모색해야"

이 대표에 이어 강연자로 나선 서대교 대표는 탈북자 문제 해결 방안으로 동북 3성 지원책과 인신매매 방지 국제협약을 제안했다. 서 대표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첫발을 내딛는 곳이 동북 3성이고, 그들중 다수가 현재 살고있는 곳도 동북 3성이며, 대다수 조선족들이 사는 땅도 동북 3성"이라며 "동북 3성이 가지는 지역적인 특징에 대한 이해 없이 탈북자가 당장 처해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북 3성의 특징을 "폐쇄성, 비효율성, 복잡성, 가능성"으로 설명하면서 북한 문제의 해결 및 동북 3성 개발 수준에 따라 개방성과 경제적 효율성이 증진될 수 있고 정치적·외교적 복잡성이 완화될 수 있는 만큼 "가능성이 열린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북자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문제이고, 동북 3성에 대한 개발 지원 및 탈북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면 탈북자 문제의 일부는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 서 대표의 생각이다.

탈북자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인신매매와 관련해서, 서 대표는 국제협약의 필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코자 추진되어온 '메콩강 프로젝트'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한다.

메콩강 프로젝트란, 이 강의 유역에 있는 중국·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미얀마 정부와 UN 및 11개의 국제 NGO가 동남아의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UN-NGO의 '연대 프로세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방식을 탈북자 인신매매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적용해보자는 것이 서 대표의 제안이다.

이처럼 이혜영·서대교 공동대표는 풍부한 자료 조사와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새롭고도 실질적인 탈북자 지원 대책을 모색해오고 있다. 이들은 극도로 정치화된 탈북자 문제를 비정치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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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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