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노옥재 '좋은벗들' 사무국장이 '새롭게 보는 북한'을 주제로 북한인권강연을 하고 있다.
ⓒ 정욱식

<오마이뉴스>와 평화네트워크가 함께 준비한 '북한인권강좌'가 지난 21일 저녁 배재학술지원센터에서 노옥재 '좋은벗들' 사무국장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정토회 산하 '좋은벗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북·중 국경지역에서 수천명의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식량난 및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적 대북 지원과 북한 인권 개선을 도모해온 단체다.

노옥재 국장은 90년대 말 대규모 현지 실태조사를 추진한 배경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북한 주민이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아사자가 300만명에 달하고 탈북자 수도 30만명에 이른다는 '좋은벗들'의 98년 조사 결과 발표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북한인권강좌'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북한의 인권 실태와 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회에는 NGO 활동가와 학생들을 중심으로 20여명이 참석했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양날의 칼', 찬·반 밝힐 수 없었다"

노 국장은 우선 최악의 식량난을 겪으면서 북한 인권문제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식량난 이전의 인권 문제가 북한의 공권력 체제와 일부 주민 간의 문제였다면, 식량난 이후에는 소수 권력층을 제외한 전체 주민들의 생명 존립 근거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 국장은 "현재 북한의 인권 문제는 다름 아닌 생존권 그 자체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일반 북한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겪어야 할 고통이 정치범 수용소 내에서 정치범이 겪어야 할 고통과 큰 질적 차이가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노 국장은 지난 17일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을 '양날의 칼'이라고 보았다.

노 국장은 "특정 국가를 비난하는 것이 실질적인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될지, 그리고 정치적으로 악용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된다"며 "그러나 북한 인권 상황이 대단히 열악하다는 점도 외면할 수 없고, 또한 북한 정부가 압박을 받아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이러한 이유 때문에 '좋은벗'들은 유엔 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찬반의 입장을 밝힐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인권문제가 정치화되어서는 안되지만,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인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북한 인권문제는 정치범 수용소 문제 등 특정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권을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거나 '북한의 체제전복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은 비인권적 발상"이라며, 북한의 인권 개선은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 실현과 병행되어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 위해 전쟁 불사하자' → 비인권적 발상"

노 국장은 "북한 주민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좋은벗들'의 실태 조사 결과 북한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 식량난 해결이라고 주장했다. 과거보다는 상황이 좋아졌다는 것은 더이상 나빠질 것도 없기 때문이며, 북한은 아직도 매년 300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도적 지원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

노 국장은 이러한 맥락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좋은벗들'의 추정 결과 식량 지원에 연간 6천원과 비료 지원에 9천억원 정도를 각각 투입하면 북한의 식량난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하다며, 3년~5년 가량의 한시적인 지원법을 제정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북 지원의 확대가 김정일 체제를 연장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대북 지원을 중단하면 피해를 보는 쪽은 정권이 아니라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 정부가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 계층부터 혜택을 주는 것은 상식"이라며 "지원된 식량의 일부가 군량미로 전용된다 하더라도, 안정적이고 대규모의 지원이 이뤄지면 취약 계층까지 분배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고 지적했다.

"핵심계층부터 혜택주는 것 상식, 대규모 지원하면 취약계층까지 분배 "

노 국장은 "북한 인권문제를 비난의 소재로 삼기보다는 우리 문제로 인식하고,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북한 주민의 인권의식을 높이고 개혁·개방의 과정을 통해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확대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정권은 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의 대상이자 개선 주체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며 "외부에서 주장·요구하는 것과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이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북·중관계가 유착되고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화'가 될 수 있다며, 이는 한반도 통일의 결정적인 장애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무산탄광이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가고 나진항을 50년 동안 임대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 국장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북한의 법제도 연구라며 "북한 정부가 스스로 만든 법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 악법이 있다면 어떻게 개선하는 것이 좋을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북한에 법치주의의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 인권 개선의 중요한 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북한인권강좌 문의: 02-733-3509. 자세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www.peacekorea.org) 참조.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