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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칭)평화재향군인회 설립 추진위원회(상임대표 표명렬)가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범기자회견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는 수구적인 향군과 다르다. 장군이건 방위출신이건 한 명의 회원일 뿐이다."

(가칭)평화재향군인회 설립추진위원회(이하 평군)가 정식으로 출범을 선언했다. 1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표명렬 임시대표(예비역 준장)는 이같이 말하고 오는 9월 27일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군이 출범하는 이유는 기존 재향군인회(향군)가 제대군인을 대표하기에는 지나치게 수구·보수화 됐기 때문.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향군은 650만 회원의 이름으로 각종 보수우익 단체 집회에 나가 발언을 하는 등 물의를 빚었다.

또 매년 350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가운데 각종 수의계약과 수익사업으로 이익을 남기면서도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았다. 제대군인은 모두 자동으로 회원가입이 되는 의무가입 사항도 비판의 대상이다.

평군은 이러한 향군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남북화해·협력 분위기에 적합한 단체가 될 것이고 ▲일부 장성의 조직이 아닌 회원이 주인되는 조직이 될 것이며 ▲홀대받던 전사 사상자, 의문사 장병 등 회원들을 위한 실질적 보훈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표 임시대표는 이날 "평군은 회원들의 명예를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우리 군이 평화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전 임시 사무처장은 "향군에서는 우리를 친북 빨갱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실리적 한·미 동맹관계의 발전을 지지한다"며 "국익에 입각해 이슈와 아젠다 별로 다르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9월 27일 발기인대회 및 창립총회

▲ 표명렬 상임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향군측은 평군의 출범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향군은 지난달 말 서울지법 북부지법에 평군을 상대로 '유사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평군이 '재향군인회'와 유사한 명칭을 사용한다는 것. 또 표 임시대표가 신문, 방송을 통해 향군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청량리경찰서에 고소·고발을 한 상태다.

이와 함께 향군은 지난달 22일 표 대표를 제명 처리했다. 이어 지난 9일 육사 18기 동기회와 16일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도 표 대표의 회원자격을 박탈했다.

향군은 소송 취지서를 통해 "재향군인회법 제2조 4항에는 '이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향군단체를 설립할 수 없고 유사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평군의 명칭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향군 관계자는 17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 재향군인회법 8조에도 '미국재향군인회라는 이름을 갖거나 사용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며 "국내의상공회의소, 한국마사회, 소비자보호원 등 많은 단체들도 유사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명에 '재향군인회'란 단어가 들어가면 안된다는 것.

그는 "누구나 '대한민국재향군인회'라고 하면 향군을 떠올릴 것"이라며 "평군이란 이름을 사용할 경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군 "미국 재향군인회도 유사명칭 금지"... 평군 "향군은 보통명사"

그러나 평군의 입장은 다르다. 우선 ▲평군은 (가칭)평화재향군인회설립추진위원회로 법률적 당사자 성격이 아니고 ▲'재향군인회'는 보통명사이지 고유명사가 아니라는 것.

평군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최강욱 변호사(법무법인 청맥)는 "우선 법률적으로 유사명칭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뒤 "향군의 '유사명칭 사용금지 가처분신청'이 인정되려면 이로 인한 명백한 위협이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 내용이 없다"고 향군의 주장을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또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역시 어불성설"이라며 "타인에 대한 비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표 대표의 언론 인터뷰, 기고 등은 사적인 이유가 아니라 공공이익, 군개혁을 위한 고언이었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더 근본적으로 '재향군인회'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도 이같은 문제점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재향군인회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 1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칭)평화재향군인회 설립 추진위원회 출범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향군집회 단골손님, 월남참전용사 참가 눈길
기자회견 참석한 평군 회원들

17일 (가칭)평화재향군인회추진위원회 기자회견에는 30여명의 평군 회원들이 동참했다. 특히 월남참전용사 회원들이 다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향군 집회의 단골손님이었다.

월남전에 투입됐던 배정(예비역 소령)씨는 "우리는 월남에 '싸웠노라 이겼노라'는 식으로 전쟁을 하러 간 게 아니라 베트남 재건을 위해 갔다"며 "사실 목숨까지 받쳐서 사랑한 국가였기 때문에 국가가 월남참전용사들을 홀대한 것에 배신감이 컸다"고 밝혔다.

배씨는 이어 "평군이 '평화'를 내세워 기존 향군과 차별성을 주장한 것에 솔깃했다"고 참여 이유를 말한 뒤 "평화와 화해를 지향하는 시대에 맞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장으로 전역했다는 또 다른 베트남 참전자 최충씨는 "평군에서 월남전 참전자들에 대한 좋은 정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며 "국가에서는 병사출신들에게는 너무나 홀대했다"고 주장했다.

한 참가자는 "향군은 지나치게 보수, 수구쪽으로 치우쳤다"며 "평군 활동을 통해 치우친 것을 바로잡고자 한다"고 가입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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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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