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모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
ⓒ 장민우
요즘 스모 한국 공연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4일부터 2월 13일까지 각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들은 스모의 한국 공연에 대해서 무려 40여 차례 이상의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사가 천년이 넘도록 우리 민족의 스포츠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아온 씨름과 스모의 관계와 역사적 인과관계는 생략한 채 스모를 소개하고 스모를 홍보하기 위한 기사로 이루어져 있기에 우리는 스모의 한국 공연에 대한 시각을 올바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3일부터 2월 13일까지 스모의 한국 공연을 알리는 홈페이지(www.sumo.or.kr)에 게재된 언론 보도는 무려 41회에 달하고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보도된 횟수는 더욱 많다.

필자는 인터넷과 신문 그리고 방송에서 스모의 한국 공연에 대해 보도한 자료(40회 이상의 보도가 있었음)를 조사하면서 스모의 한국 공연에 대해 객관적이고 냉철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작성한 기사를 단 2건(2월 12일 <한국일보> 박진용 기자의 취재파일과 2월 13일 <굿데이> 김경호 기자의 굿데이 포커스)만 찾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스모 소개와 한국 공연을 위한 홍보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각 언론이 스모의 한국 공연에 대해 보도한 횟수는 다음과 같다.(단, 스모의 한국 공연 홈페이지에 나온 총 41회의 언론 보도자료에 근거하여 한정시킴.)

조선일보 8회, 동아일보 5회, 스포츠투데이 5회, 중앙일보 3회, 경향신문 3회, 스포츠서울 3회, 스포츠조선 3회, 굿데이 2회, 한겨레 2회, 일간스포츠 2회, 헤럴드경제 1회, 한국 일보 1회, YTN 2회, KBS 1회.

특히 <굿데이>는 2월 13일 김경호 기자의 기사에서 스모의 한국 공연이 유감이라는 기사와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인 구로다 가쓰히로의 칼럼을 통해 전통을 중시하는 스모에 비해 한국 고유의 민족 스포츠인 씨름의 현재 모습은 안타깝다는 상반된 기사를 올려 스모에 대한 <굿데이>의 편집방향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번 스모 공연의 실행위원회 측은 이번 대회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합의한 '한일 공동미래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월드컵 공동개최 성공을 기념하고 문화교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2월 3일 <중앙일보> 최준호 기자의 기사 중 일부 발췌)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스모 공연은 좀 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고 무비판적으로 이번 스모 공연을 홍보하는 언론의 모습을 보며 필자는 답답한 마음을 금치 못했다.

홀대받은 우리 씨름

씨름은 과거 강을 따라 열린 난전에서 서민들과 민중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즐긴 우리 민족 고유의 스포츠이고, 스모는 일본에서 국기로 정하여 일본 정신을 상징하는 스포츠이다.

▲ 한국씨름연맹 홍윤표 사무총장
ⓒ 장민우
국내에서 씨름의 역사에 관해 탁월함을 인정받고 있는, 씨름 기자 출신인 한국씨름연맹 홍윤표 사무총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각저총과 장천 1호 고분을 비롯한 고구려 고분의 벽화에서 씨름 장면과 스모의 기본 자세가 그려진 장면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씨름과 스모의 기원에 대해서는 몽고에서 동북아를 거쳐 일본으로 넘어갔다는 동북아 전래설이 일반적인 정설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즉 스모의 기원은 씨름이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1927년 동아일보에서 일제 강점기의 민족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현재 씨름 대회의 효시인 제 1회 전조선 씨름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하지만 1929년부터 조선 총독부의 주도하에 씨름을 말살하기 위한 정책이 집행되었고 학교에서도 씨름 대신 스모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게다가 1942년부터 조선 총독부는 씨름대회를 아예 없애버렸고 조선씨름협회의 이름을 조선 각력(角力)협회로 바꾸면서 우리 민족이 즐기던 스포츠 씨름을 말살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또한 1987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에서 씨름대회를 열었을 때 일본인들이 우리 씨름을 무시하고 관계자들을 홀대한 것을 생각하면 이번 일본의 스모 공연에 대해 우리는 좀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씨름연맹 홍윤표 사무총장과의 인터뷰 후에 씨름 관련 서적들과 그동안 씨름과 관련한 보도자료들을 다시 한 번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들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우선 이번 스모 공연이 열리는 서울 장충체육관은 1983년 4월 14일 제1회 천하장사가 열린 민속 씨름의 모태이자 요람이라는 곳이다.

그리고 일본의 스모는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뒷받침을 받고 있으며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일본에서 국기로 인정받고 있는 스포츠이다.

그러나 씨름은 어떠한가?

필자는 최근 씨름에 관련된 자료를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샅샅이 뒤졌지만 정부에서 씨름을 육성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기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IMF 이전 8개이던 실업팀은 해체되고 현재는 3개팀만 남아있는 실정이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팀 창단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번 스모 공연에 관한 기사를 모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에서는 전면으로 실어 스모를 홍보하고 소개하였으며 열흘 사이에 무려 50회에 가까운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 이번 스모 공연을 알리는 각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
ⓒ 장민우
현재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에서의 씨름에 관한 기사는 단신 정도나 박스 기사가 대부분이며 스포츠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번 스모 공연에 대한 각 일간지와 스포츠 신문의 기사는 필자가 보기에 너무할 정도로 홍보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고 심지어 모 일간지는 스모 관련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기도 하였다.

만약 언론에서 이번 스모 공연에 대한 관심의 절반이라도 가져준다면 그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민속 씨름은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민족 정신을 고취시켰던 그리고 서민들에게 흥겨운 놀이 문화였던 씨름이 일본과 스모에 의해 억압당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기사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 2개의 기사뿐이었다.

현재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나 독도 망언으로 인해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나 무비판적으로 이번 스모 공연을 홍보한 언론들의 모습은 분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과연 이번 공연이 진정한 문화 교류인가?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에서 일본 문화 개방을 발표하고 한·일 문화를 교류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스모공연이 열렸다면 필자는 이번 공연이 양국간의 좋지 않은 감정의 벽을 하나하나 허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씨름연맹의 홍윤표 사무총장과 홍현욱 경기실행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한국씨름연맹과 일본스모협회는 그동안 전혀 교류가 없었다. 진정한 문화 교류라면 한국씨름연맹과 일본스모협회의 전반적인 교류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공연이 열리기 전에 일본스모협회의 어느 관계자도 한국씨름연맹과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

단지 이번 스모 공연을 후원하는 JTB 관계자와 대회를 주관하는 대행사의 관계자가 지난해 11월에 기본적인 공문 형식을 취하진 않은 일반 문서를 가지고 와서 티켓 판매에 대한 일방적인 요청만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대사관측에서는 지난 12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회 관련 기자회견이 있으니 선수간 선물교환과 한국씨름연맹 총재 축사를 팩스로 요청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공연이 진정한 한·일 문화 교류의 시발점이라면 무엇보다 한국씨름연맹과 일본스모협회의 교류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공연이 열리기 전에 관계자들끼리 서로 만나 씨름과 스모의 발전방향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정부와 언론의 관심을 촉구한다

일본에 스모 전용 경기장은 4개나 있고 일본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부럽다고 홍윤표 사무총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분명 스모는 일본의 국기이고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으며 경기장 및 대회 운영이 매끄럽게 잘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동원되는 인력도 씨름보다는 훨씬 많다.

한국씨름연맹도 분명히 스모 대회 운영이나 경기장 시설 혹은 팬 서비스와 같은 부분은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씨름은 언론과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언론과 정부가 지금보다 씨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스모 경기장의 모습
ⓒ 장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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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5 10:0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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