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테니스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장수정(대구시청)이 2년 만에 그랜드 슬램 무대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두 번째 세트 초반 내리 두 게임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곧바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독일에서 온 새내기 노하 하쿠게의 실수를 유도하는 스트로크 게임을 펼친 덕분이었다.
WTA(세계 여자 프로테니스) 랭킹 158위 장수정이 우리 시각으로 10일(수) 오후 2시 30분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14번 코트에서 벌어진 2024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예선 1라운드에서 노마 노하 아쿠게(독일, 184위)를 1시간 19분 만에 2-0(6-1, 6-4)으로 이기고 예선 2라운드에 올랐다.
2년 전 아쉬움 지우기 위해
장수정이 다시 호주 오픈 본선 무대를 노리고 멜버른 파크에 섰다. 첫 그랜드 슬램 무대였던 2022년 1월 18일 단카 코비니치(몬테네그로)와의 호주 오픈 1라운드 1-2 석패의 그날을 잊을 수 없기에 다시 라켓을 단단히 잡은 것이다.
비록 예선 첫 라운드 게임이기는 했지만 장수정의 베이스라인 게임은 꽤 안정적으로 시작됐다. 코트 건너편 상대가 자신보다 8살이나 어린 왼손잡이 새내기였지만 결코 섣불리 덤비지 않고 상대의 실수를 침착하게 기다린 운영 계획이 제대로 빛난 셈이다.
노하 아쿠게의 첫 서브로 시작한 예선 1라운드 초반 기세는 장수정이 압도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노하 아쿠게는 실수가 잦았고 그 덕분에 첫 게임부터 러브 게임을 만들 수 있었다. 흔들리는 상대 앞에서도 장수정은 들뜨지 않았고 첫 세트를 6-1로 따냈다. 한 게임도 내주지 않을 흐름이었지만 여섯 번째 게임에서 더블 폴트로 브레이크 포인트를 빼앗겼다.
그래도 바로 다음 게임에서 기막힌 백핸드 크로스 로브 기술을 뽐내며 31분 만에 첫 세트를 6-1로 끝냈다. 그런데 이어진 두 번째 세트 초반 장수정이 크게 흔들렸다. 자기 서브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두 번째 더블 폴트를 저지르더니 노하 하쿠게의 빠른 톱스핀 스트로크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부터 평정심을 찾은 장수정은 다시 베이스라인 스트로크 싸움을 끈질기게 펼치며 상대의 실수를 적극 이끌어냈다. 가장 결정적인 갈림길은 노하 하쿠게가 서브권을 쥔 여덟 번째 게임이었다. 듀스가 세 번이나 이어졌고 장수정의 포핸드 다운 더 라인 위너가 멋지게 뻗어나갔다. 이 결정적인 브레이크 포인트 갈림길에서 흔들린 선수는 노하 아쿠게였다. 여기서도 노하 아쿠게의 더블 폴트가 이어지는 바람에 장수정이 5-3으로 달아난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세트 열 번째 게임에서 마침표가 찍혔다. 직전 게임에서 비교적 평범한 스매싱 실수로 자기 서브 게임을 내준 장수정처럼 바로 이 게임에서는 노하 아쿠게가 네트를 넘기지 못하는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다. 두 번의 듀스, 두 번째 매치 포인트 기회가 장수정에게 찾아왔는데 노하 아쿠게의 네트 앞 포핸드 발리 실수가 어이없게도 매치 포인트였다.
이제 장수정은 11일 루루 선(스위스, 189위)과 예선 2라운드에서 만나게 된다.
2024 호주 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예선 1라운드 결과
(1월 10일 오후 2시 30분, 멜버른 파크 14번 코트)
★ 장수정 2-0(6-1, 6-4) 노마 노하 아쿠게
◇ 주요 기록 비교
서브 에이스 : 장수정 0, 아쿠게 0
더블 폴트 : 장수정 2개, 아쿠게 4개
첫 서브 성공률 : 장수정 68%(32/47), 아쿠게 68%(42/62)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장수정 56%(18/32), 아쿠게 38%(16/42)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장수정 33%(5/15), 아쿠게 25%(5/20)
서브 최고 속도 : 장수정 165km/h, 아쿠게 184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장수정 156km/h, 아쿠게 144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장수정 145km/h, 아쿠게 128km/h
위너 : 장수정 12개, 아쿠게 10개
언포스드 에러 : 장수정 20개, 아쿠게 37개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장수정 67%(8/12), 아쿠게 80%(4/5)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장수정 50%(4/8), 아쿠게 40%(4/10)
리시빙 포인트 성공률 : 장수정 60%(37/62), 아쿠게 47%(22/47)☞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