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머니> 포스터

<덤 머니>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2021년, 미국 월 스트리트에서는 짜릿함을 넘어 통쾌하다 할 수 있는 반전의 역사가 펼쳐졌다. 대형 헤지펀드의 공매도 포지션에 맞서 개미들이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 자본가들을 한 방 먹인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개미는 힘없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 용어다. 큰 대규모 기관 또는 외인과 같은 거대 세력에 비해 약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은 주식시장에서 가장 바닥에 위치해 있다. 이들의 낮은 위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용어가 바로 영화의 제목인 '덤 머니(dumb money)'다. 직역하면 '귀가 먼 돈'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덤 머니가 티끌처럼 모여 태산을 이룰 것이라고 월가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반란이 일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개인방송과 커뮤니티의 미친 존재감
 
 <덤 머니> 스틸컷

<덤 머니>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먼저 최근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개인방송과 커뮤니티의 미친 존재감이다. 언론이 만든 스타라는 말처럼 커뮤니티 안에서도 커뮤니티의 스타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포효하는냥'이라는 코믹한 닉네임으로 개인 주식방송을 운영하는 유저가 꾸준히 글을 올리며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시작한다. 그가 미는 주식 종목은 바로 게임스탑. 2019년 7월부터 게임스탑이 저평가 우량주라는 사실을 강조하던 그는 2년 동안 꾸준히 글을 올리며 자신의 주식구매 내역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헛소리 취급을 받았던 그의 주장은 게임스탑 주가가 서서히 올라오면서 주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개미들의 덤 머니가 게임스탑을 향한다. 월 스트리트의 저명한 전문가도 아닌 정체불명의 남자, '포효하는냥'의 주장을 믿기 시작한 것이다. 커뮤니티의 군중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이 현상의 이면에는 '응징의 의지'도 담겨 있다.
 
2007년 미국은 최악의 금융 위기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었다. 이 시기를 다룬 영화 <라스트 홈>과 <마진 콜>에서 알 수 있듯 서민들은 집을 빼앗기는 등 경제적인 위기를 겪었지만, 월가의 자본가들은 노아의 방주 위에서 재앙을 구경했다. 차가운 자본주의이 실체였다.
 
 <덤 머니> 스틸컷

<덤 머니>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

 
 
극중 게임스탑 주식 매수자들은 시장의 예측을 벗어나는 행동을 보이며 전문가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주식 가격이 급격하게 올라도 매도하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영리한 개미생활에 반대되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매수자들은 아이 치아교정기 해줄 돈도 마땅치 않은 가난한 간호사, 학자금 대출로 고민하는 대학생 등 자금력에 있어 한계가 뚜렷한 이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존버'를 택한다.
 
매수 차단과 언론 조작 등 방해와 횡포에도 불구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었던 이들은 레딧을 기점으로 시작된 이 컬트 같은 현상에 동참한다. 그리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댄다는 말처럼, 개미도 물면 아프다는 강한 메시지를 월가에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이 짜릿한 순간을 흥미롭게 담아낸 <덤 머니>는 코로나 시대에 월가한테 한 방 먹인 썰을 들어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오락적인 재미를 자아내는 영화다.
 
무엇보다 개미들의 통쾌한 승리를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포효하는냥, 폴 다노를 비롯해 빈센트 도노프리오, 아메리카 페라라, 세바스찬 스탠, 쉐일린 우들리 등 다수의 연기파 배우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과연 영화 속 개미들의 반란처럼 극장가 언더독인 이 영화가 유쾌한 반전을 쓸 수 있을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덤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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