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팀 성적 58승 10무 76패 승률 0.433, 9위까지 추락한 KIA 타이거즈는 뚜렷한 수확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결국 이화원 대표이사와 조계현 단장이 물러났고, 맷 윌리엄스 감독과의 동행도 마침표를 찍었다.

그해 11월 말, KIA는 장정석 전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하면서 본격적으로 2022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12월 초에는 내부 승격을 통해서 김종국 수석코치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23일~24일에는 외야수 나성범(6년 총액 150억 원), 투수 양현종(4년 총액 103억 원)과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양현종의 경우 옵션이 48억에 달했지만, 총액만 놓고 보면 무려 250억 원이 넘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다는 것은 그만큼 팀의 핵심 전력이나 다름이 없는 두 선수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는 이야기다. FA 영입으로 탄력을 받으며 5강, 혹은 그 이상까지도 바라봤던 KIA의 2022시즌을 되돌아본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KIA 타이거즈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KIA 타이거즈 ⓒ KIA 타이거즈

 
5월 대반격 시작, 4년 만에 초대 받은 가을야구

시작은 좋지 않았다. 홈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개막 2연전을 모두 패배한 KIA는 한화 이글스와 3연전서 시리즈 스윕에 성공했지만, 인천 원정에서 SSG 랜더스에 3연패를 당했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 행보'였다. 4월 한 달간 성적은 10승 14패 승률 0.417이었다.

반격의 서막을 알린 것은 5월 초였다. 첫째주 키움 히어로즈, 한화를 상대로 5승 1패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바꾼 KIA는 5월 26경기에서 18승 8패 승률 0.692를 기록, 월간 승률 1위에 올랐다. 덕분에 팀 순위도 3위까지 끌어올렸다. 4월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중심으로 타선이 살아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랬던 KIA가 안고 있던 불안 요소는 바로 '마운드'였다. 선발진에서는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해 주지 못한 외국인 투수 로니 윌리엄스,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했던 션 놀린의 공백이 뼈아팠다. 자연스럽게 불펜의 부담이 커지면서 마운드 전체가 위태로웠다. 시즌 막바지까지도 크게 흐름이 달라지지 않았다.

로니를 대신해 영입한 토마스 파노니가 후반기에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인 것은 위안거리였다. 특히 파노니는 8월 한 달간 5경기 30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1.78로 팀의 5위 수성에 힘을 보탰다.

결국 KIA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맹렬하게 추격해오던 NC를 2경기 차로 뿌리치고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018년(정규시즌 5위) 이후 4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게 됐다. 거액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조금 아쉬운 순위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한 이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KIA 선수단

kt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한 이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KIA 선수단 ⓒ KIA 타이거즈


한 경기로 마무리된 KIA의 가을야구

KIA는 10월 8일 kt 위즈와 홈에서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르고 무려 4일간 휴식을 취했다. 반면 kt는 우천취소의 여파로 10일 NC전, 11일 LG 트윈스전까지 소화하며 딱 하루만 쉬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했다. 누가 봐도 체력적으로는 KIA가 앞섰다.

2015년 정규시즌 4위 팀과 5위 팀이 맞붙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5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다만 여러 조건을 고려했을 때 KIA 입장에서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0-0의 균형을 먼저 깬 팀은 kt였다. 3회말 조용호의 2타점 적시타와 앤서니 알포드의 1타점 적시타로 KIA 선발 놀린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4회초 소크라테스의 1타점 적시타로 추격을 시작한 KIA는 5회초 2사 2루서 이창진의 땅볼 타구 때 상대의 실책을 틈 타 2루주자 박찬호가 홈까지 쇄도했다. 경기 초반 호투를 이어가던 kt 선발 소형준을 흔들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KIA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6회초부터 침묵으로 일관한 KIA는 6회초 1사 2루, 7회초 1사 1, 2루의 기회를 모두 무산시키고 말았다. 8회초에는 소크라테스-최형우-김선빈 세 명의 타자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최종 스코어 2-6으로 kt에 패배한 KIA의 가을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번에도 100%의 확률은 그대로 이어졌다.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이후 큰 보탬이 된 주전포수 박동원이 떠났다.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이후 큰 보탬이 된 주전포수 박동원이 떠났다. ⓒ KIA 타이거즈


변화 속에서 맞이하는 새 시즌, 기대보단 우려 커

시즌이 끝난 이후 KIA의 올겨울 최대 과제는 '내부 FA(자유계약선수)' 박동원을 묶는 것이었다. 4월 24일 키움과 트레이드를 단행한 KIA는 내야수 김태진과 2023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 원을 키움에 내주면서까지 박동원 영입에 공을 들였다. 안방 고민을 단숨에 해결한 KIA는 수월하게 한 시즌을 치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2시즌 종료 후 곧바로 FA 자격을 취득한 박동원은 시장에 나가서 자신의 평가를 받길 원했다. 그 결과, 유강남(롯데 자이언츠, 4년 총액 80억 원)을 잡지 못한 LG 트윈스가 박동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약 조건은 4년 총액 65억 원이었다. 구단도, 선수도 만족스러운 계약이었다.

내부 FA 단속에 실패한 KIA는 올해 정규시즌 초반과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포수 자원이 비교적 여유로운 팀과 카드를 맞춰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일단 경험이 많은 한승택이 주전 포수로 2023시즌을 준비할 전망이다.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와 재계약을 한 것과 달리 외국인 투수 2명은 전원 교체했다. 후반기에 준수한 성적을 남기고도 놀린, 파노니와 도장을 찍지 않았다. 대신 숀 앤더슨(총액 100만 달러)과 아도니스 메디나(총액 63만 6000달러)를 영입, 2023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끝냈다.

지난 달 10일과 11일, 이틀 연속으로 트레이드를 진행하기도 했다. 10일 한화와 2:1 트레이드로 투수 한승혁, 장지수를 내주고 내야 유망주 변우혁을 품은 KIA는 이튿날 키움에 2024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을 주면서 포수 주효상을 영입했다.

내년 시즌 도중에 외야수 최원준이 군 복무를 마치고 KIA로 돌아온다. 또한 '좌완왕국'이라고 불릴 만큼 좌완 유망주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럼에도 주전 포수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김종국호'가 의문부호를 떼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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