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시즌 남자 프로농구(KBL)가 초반부터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팀과 약팀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매 경기 예상을 뒤집는 승부가 속출하고 있다.
 
10월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는 서울 SK를 97-84로 완파했다. 현대모비스는 필리핀 출신 가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3점 6방을 포함해 23점 4어시스트 6리바운드 3스틸, 게이지 프림이 26점 7리바운드를 올리며 무려 49점을 합작했다. 또한 승부처인 4쿼터에만 9점을 집중시킨 서명진(18점)의 활약이 더해지며 자밀 워니(29점)가 맹활약한 SK의 막판 추격을 따돌렸다.
 
'약체 평가' 뒤집고 순항중인 현대모비스
 
3점슛 넣는 아바리엔토스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서 모비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KBL 제공)

▲ 3점슛 넣는 아바리엔토스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에서 모비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가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KBL 제공) ⓒ 연합뉴스

 
현대모비스는 올여름 큰 변화가 있었다. 2004년부터 무려 18년간이나 현대모비스를 이끌며 통산 6회의 챔피언을 이끈 '명장' 유재학 감독이 물러나고, 수석코치였던 조동현을 신임감독으로 낙점했다. 현대모비스는 왕조의 전성기를 이끈 유 감독과 양동근-라건아-이대성 등이 하나둘씩 떠나고 리그에서 가장 젊은 로스터로 리빌딩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첫 감독 도전이었던 KT 시절에 큰 실패를 맛본 조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올시즌 초반이지만 약체라는 평가를 뒤집고 기대 이상의 순항중이다. 개막 전 열린 컵대회에서는 KT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리그에서는 디펜딩챔피언이었던 SK를 격침시키며 3승 1패를 기록해 고양 캐롯과 공동 2위에 올라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4승 1패)를 바짝 추격중이다.
 
전력의 핵심인 프림과 아바리엔토스의 기량은 기대 이상이다. 다혈질적인 성향과 한국농구 적응 등이 변수로 꼽혔지만 점점 팀분위기에 녹아들고 있는 모습이다. 아바리엔토스의 가세로 비중이 줄었던 서명진이 SK전에서 부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고무적이다.

신생팀 캐롯의 돌풍도 인상적이다. 캐롯은 같은 날 2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 경기에서 93-90으로 승리했다. 캐롯의 에이스 전성현은 이날 결승 득점을 포함하여 올시즌 최다인 30점(3점 성공률 46%)을 폭발시켰고, 어시스트도 커리어 하이인 8개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하여 올시즌 창단한 캐롯은 불안한 재정문제 등 구단 운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잡음이 많은 상황이다. 팀전력도 아직은 불안정하다. 센터 이종현, 가드 이정현 등은 잠재력은 높지만 풀타임 주전을 맡기기에는 안정감이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의 다양한 트랩 전술이 조금씩 녹아들고 있으며 구단이 첫 FA로 영입한 이적생 전성현이 에이스라는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면서 만만치 않은 팀으로 부상했다.
 
안양 KGC 역시 감독교체와 주축 선수의 공백이라는 변수를 딛고 순항하고 있다. KGC는 올시즌을 앞두고 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승기 감독과 국가대표 슈터 전성현이 캐롯으로 떠났다. 빈 자리를 메운 것은 김상식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화되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베테랑 오세근이 건재하고 체중감량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린 스펠맨의 활약을 바탕으로 개막 4연승을 달리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시즌 첫 패배를 당한 KCC전도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한 석패였다.
 
저조한 초반 행보 보이는 강팀들
 
KCC,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서 가스공사 제압 KCC가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한국가스공사를 81-72로 눌렀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수비진 사이에서 레이업하는 KCC 허웅. (KBL 제공)

▲ KCC,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서 가스공사 제압 KCC가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한국가스공사를 81-72로 눌렀다. 사진은 한국가스공사 수비진 사이에서 레이업하는 KCC 허웅. (KBL 제공) ⓒ 연합뉴스

 
반면 우승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강팀들의 초반 행보는 저조하다. 지난 시즌 컵대회와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석권했던 SK는 1승 3패에 그치며 대구 한국가스공사-수원 KT와 함께 공동 최하위로 떨어졌다.
 
SK는 지난해 우승의 주역이던 MVP 최준용이 족저근막염으로 시즌 초반 출장이 불가능하고, 안영준이 군에 입대했다. 자밀 워니가 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수 양면에서 에너지가 크게 떨어졌다. 공격에서는 워니 외에 2옵션이 불확실하고 특히 수비에서는 리그 최다인 무려 91.8실점을 내주며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SK가 초반 4경기에서 1승 이하에 그친 것은 개막 4연패를 당했던 2008-2009시즌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이승현과 허웅이라는 국가대표 원투펀치를 영입했던 KCC 역시 2승 3패로 초반 출발이 저조하다. 선수구성은 화려하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조직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이승현은 비시즌 발목 수술을 받았고, 라건아와 허웅은 대표팀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합류했다. MVP 출신의 송교창은 군에 입대했고 이정현-유현준이 팀을 떠나면서 가드진의 무게가 크게 떨어졌다. 빈 자리를 메워줘야 할 식스맨급 자원들은 대거 부상으로 비시즌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했고, 송동훈-이근휘 등의 유망주들은 꾸준함에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이밖에 지난 시즌 꼴찌를 기록한 서울 삼성을 비롯하며 몇 년간 봄농구와 인연이 없었던 창원 LG-원주 DB 등은 초반이지만 나란히 2승 2패로 5할 승률을 거두며 만만치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T는 컵대회 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접어들자 허훈의 공백을 드러내며 고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적생 이대성의 폭발력은 돋보이지만 정작 다른 선수들과의 시너지효과가 나오지 않으며 아직까지 베스트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두 팀 모두 초반 하위권에 있지만 전력상으로는 충분히 6강 이상을 노릴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속단은 금물이다.
 
올시즌에는 각 팀들의 연이은 감독교체와 선수이동, 아시아쿼터제로 인한 필리핀 선수들의 등장 등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작용하며 팀간 전력차가 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상 강팀과 약팀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손에 땀을 쥐게하는 접전들이 1라운드부터 속출하고 있다. 인기 중흥을 노리는 프로농구로서는 지금만큼의 경기력과 팬들의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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