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이 잘 던진 것까지는 괜찮았다. 경기 후반을 누구에게 맡길지가 고민이었다. 이강철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고졸신인' 박영현이었다.

kt 위즈는 17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0으로 영봉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만들었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영현(19세6일)은 2이닝 무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해 역대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기록(종전 2007년 임태훈 만19세25일)을 갈아치웠다.

전날 패배한 kt는 1회초부터 상대 선발 에릭 요키시를 흔들었다. 1사 1, 2루서 박병호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데 이어 강백호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탰다. 여기에 경기 초반부터 호투를 펼친 '데일리 MVP' 벤자민은 키움의 추격을 완벽하게 저지하며 7회말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2사 키움 이정후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kt 박영현이 기뻐하고 있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2차전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2사 키움 이정후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kt 박영현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2이닝을 지워버린 박영현의 투구

그리고 8회초가 시작되기 이전에 마운드로 향한 투수는 박영현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셋업맨 역할을 해주던 김민수가 1차전에서 1이닝 2피안타 1사사구 3실점으로 부진하는 등 부침을 겪자 박영현이 이 역할을 대신하게 됐다. 

박영현은 김준완-이용규-이정후로 이어지는 키움의 상위타선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7구 가운데 패스트볼이 6개나 될 정도로 복잡한 투구 패턴을 가져가기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9회말 역시 박영현의 몫이었다. 마무리투수 김재윤도 휴식을 취한 가운데, 박영현은 김혜성-야시엘 푸이그-김웅빈을 상대로 모두 뜬공을 잡아냈다. 박영현은 3구 체인지업을 당긴 푸이그의 타구가 멀리 뻗어갔지만 담장 앞에서 잡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기 종료 이후 인터뷰에 임한 박영현은 "경기 전부터 주변에서 중요할 때 나간다고 말씀해주셔서 나름대로 준비 중이었다. 타이트한 경기에서 잘 막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점수 차가 2점 차였기 때문에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성우 선배가 믿고 던지라고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9회말 등판 당시) 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로웠고 무조건 막자는 생각이었다. 정규시즌에도 세이브를 못했는데 가을야구에 와서 세이브를 기록한 게 좋고 행복한 하루였다.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등판하든 자신 있게 공을 뿌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언성 히어로의 가치가 더 돋보이기 시작했다

부천중-유신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신인 박영현은 시즌 내내 궂은 일을 도맡았다. 정규시즌 52경기에 등판해 51⅔이닝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 피안타율 0.235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8을 기록했다.

세이브나 홀드처럼 표면적인 기록에 있어서는 박영현의 활약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8월 12경기 13⅔이닝 평균자책점 1.98, 9월 이후 14경기 13⅓이닝 평균자책점 3.38로 팀 내에서 박영현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갔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박영현의 정규시즌 패스트볼 평균시속은 144.1km였다. 패스트볼 구사율은 63.2%로 빠른 공 위주의 투구를 선보였다. 공이 그리 빠르진 않아도 패스트볼 피안타율이 0.248에 그칠 만큼 위력이 대단했다.

17일 kt-키움전서 중계석에 앉은 KBS 박용택 해설위원도 박영현의 투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위원은 "kt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가 박영현이다. 시속 140km 중반에서 형성되는 패스트볼의 회전이 상당히 좋다. 타자들의 배트가 늦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불펜 자원이 많은 kt라고 해도 경기 후반 접전에서 중심을 잡아줄 투수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리없이 강했던' 박영현이 남은 시리즈서도 활약을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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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T위즈 박영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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