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은 당연히 소속사를 거쳐 데뷔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에겐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2000년대 후반까지 각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공채탤런트를 선발해 신인을 발굴했다(MBC는 2003년을 끝으로 폐지). 공채 탤런트에 선발된 신인배우들은 일정기간 동안 각 방송국의 '전속'으로 활동했고 <마지막 승부>의 심은하와 <사랑을 그대 품안에>의 차인표처럼 데뷔 초기에 주연을 맡아 단숨에 스타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꼭 공채 탤런트가 아니라도 특정 방송국의 드라마에만 독점적으로 출연하는 배우들도 적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사극의 왕'으로 불리던 최수종은 <태조왕건>과 <태양인 이제마>,<해신>,<대조영> 등 KBS 사극에만 전문으로 출연했다.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으로 MBC와 인연을 맺었던 백진희는 <금나와라,뚝딱>과 <기황후>,<트라이앵글>,<오만과 편견>,<내 딸 김사월> 등 한 동안 MBC 드라마에만 독점으로 출연했다.

최수종과 백진희처럼 특정 방송국의 드라마에 유난히 자주 출연하는 배우를 대중들은 우스갯소리로 'XXX의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난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지난 9일 공개된 드라마 <수리남>까지 햇수로 3년의 시간 동안 OTT 채널 넷플릭스에 독점 서비스된 영화와 드라마에만 5편째 출연하고 있는 박해수는 '넷플릭스의 공무원'이라 불리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배우다.
 
우연히 넷플릭스와 인연, <오징어게임>으로 정점
 
 박해수는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넷플릭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박해수는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넷플릭스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 싸이더스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박해수는 연극과 뮤지컬 무대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가다가 2012년 MBC드라마 <무신>에서 김윤후 역을 통해 드라마에 데뷔했다. 2015년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성계(천호진 분)의 의형제 이지란을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박해수는 2017년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주인공 김제혁 역을 맡으며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소수의견>과 <마스터>,<양자물리학> 등에 출연하며 영화로 활동범위를 넓힌 박해수는 2018년 이제훈,안재홍,최우식 등 젊은 배우들과 영화 <사냥의 시간>을 촬영했다. 하지만 후반작업 후 2020년 초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로 극장가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극장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며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됐다. 박해수와 넷플릭스의 깊은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박해수는 2020년 <수상한 그녀>와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했다. <오징어게임>의 내용이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무궁과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한국의 전통놀이들을 서바이벌 데스게임과 접목시킨 흥미로운 작품으로 보였다. 하지만 스타배우인 이정재를 제외하면 캐스팅이 다소 약해 보였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은 작년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자마자 세계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세계적으로 누적 시청시간 16억5000만 시간을 기록한 <오징어게임>은 <기묘한 이야기>와 <종이의 집> 등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들을 제치고 누적시청시간 역대 1위에 올랐다(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기준). 박해수는 <오징어 게임>으로 오일남 역의 오영수 배우와 함께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박해수는 연극무대에서 경험이 많은 배우로 언젠가 대중들에게 그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TV에서의 주연데뷔작 <슬기로운 깜빵생활>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박해수는 곧바로 활동무대를 영화로 옮겼고 주연으로서 첫 영화였던 <양자물리학>이 55만 관객에 그쳤다. 이후 곧바로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상승세가 끊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박해수에게 넷플릭스, 그리고 <오징어게임>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야차>, <종이의 집> 이어 <수리남>도 순조로운 출발
 
 박해수는 넷플릭스에서 독점공개된 영화 <야차>에서 검사출신의 국정원 법률보좌관을 연기했다.

박해수는 넷플릭스에서 독점공개된 영화 <야차>에서 검사출신의 국정원 법률보좌관을 연기했다. ⓒ 상상필름(주)

 
박해수는 2022년에도 넷플릭스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먼저 4월에는 2020년에 촬영을 마쳤지만 역시 개봉시점을 잡지 못하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긴 영화 <야차>가 공개됐다. 박해수 외에도 설경구와 양동근,이엘 등이 출연한 액션 스릴러 <야차>는 영화에 대한 평가는 썩 높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이시아의 11개국과 나이지리아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를 재확인했다.

6월에는 넷플릭스에서 가장 사랑 받는 프랜차이즈 시리즈인 <종이의 집> 한국판이 공개됐다. 박해수는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강도단의 현장통제를 맡고 있는 행동대장 격 인물인 베를린을 연기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역시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시아와 남미,아프리카를 중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누적시청시간 9800만 시간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처럼 넷플릭스를 통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박해수는 하반기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통해 신작을 선보였다. 바로 지난 9일 공개된 6부작 드라마 <수리남>이다.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와 <군도:민란의 시대>,<공작> 등을 연출했던 윤종빈 감독의 신작으로 하정우와 황정민,조우진,유연석 등 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실제 수리남에서 마약 밀매조직을 만들었던 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박해수는 <수리남>에서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강인구(하정우 분)를 구해주고 수리남의 마약왕 전요환(황정민 분)을 잡기 위해 강인구를 다시 수리남으로 보낸 국정원 미주지부 팀장 최창호를 연기했다. <오징어게임>과 <종이의 집>에서 악역에 가까운 인물을 연기했던 박해수가 <수리남>에서는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선역에 가까운 국정원 요원을 맡았다(물론 극 중에서 위험한 일은 대부분 강인구가 도맡아 했다).

공개되자마자 국내 넷플릭스 1위에 오른 <수리남>은 공개 첫 날부터 홍콩에서 4위, 베트남에서 3위, 싱가포르에서 6위를 기록하며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반응이 오고 있다(플릭스패트롤 기준). 올해 이미 세 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한 박해수는 차기작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대홍수>로 결정했다. 이 정도면 넷플릭스에서 박해수에게 '명예 한국지부 지사장' 정도의 직함은 줘야 하지 않을까.
 
 박해수는 <야차>와 <종이의 집>에 이어 <수리남>까지 2022년에만 3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했다.

박해수는 <야차>와 <종이의 집>에 이어 <수리남>까지 2022년에만 3편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했다. ⓒ 넷플릭스 화면 캡처

 
박해수 넷플릭스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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