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화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8월 31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통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BTS(방탄소년단) 관련 뉴스가 연일 사회면과 정치면을 뒤덮고 있다. 급기야 여론조사까지 등장했다.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이른바 'BTS 병역특례법'(병역법 개정안) 말이다. 1992년생이자 올해 만 30세인 BTS 멤버 진(김석진)은 병역법 개정이 없는 한 올해 안에 입대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이 고려된 것이라 풀이된다.
 
8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일부 여야 의원들이 BTS의 병역 특례 여론조사를 앞세우며 압박에 나섰다. 국회에 출석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에 호응하며 제3기관을 통한 조기 실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런 정치권의 잰걸음은 BTS가 지난 7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홍보대사로 위촉된 것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BTS 병역특례법'의 촉구를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물론 '국위선양'과 '국익'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수년째 지속됐던 형평성 논란은 기본이다(관련 기사: '박정희' 먼저 지워야, 병역특례 비극 사라진다). 저출산과 인구절벽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 현상 및 엄격한 현역 판정 추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BTS 병역특례법'이란 예외 조항을 통과시키는 것이 군 복무 대상자들에게 안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란 시각도 팽배하다.

일부 여야 의원들이 여론조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여론전을 앞세운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여기서 부산 엑스포가 등장할 시점이다. 이와 관련, 8월 3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국회의장도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 출장 가는 길에 (BTS 병역 문제에 관해) 전화를 주셨다"며 "현재 국가적 이득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박형준 부산시장도 BTS 병역 문제에 발 벗고 나섰다. 박 시장은 지난 8월 18일 BTS의 대체복무 적용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 8월 29일엔 김진표 국회의장이 부산 엑스포 예정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재차 BTS의 대체 복무 필요성을 호소했고, 여기에 김 의장도 적극 호응했다.

BTS는 이 엑스포 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오는 10월 15일 부산에서 10만 무료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데, 이 콘서트를 둘러싸고 우려와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티스트가 아닌 외부 환경 때문이다. 그럴 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BTS 병역특례법 이어 부산 공연 우려까지

"이번 BTS 공연은 내년 상반기 BIE(국제박람회기구) 현지 실사를 앞두고 치열해지고 있는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전 세계인에 부산을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8월 30일 오전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행사 의미를 퇴색시키고, 부산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모든 불공정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점검회의엔 부산의 관계 기관들이 총동원됐다. 

아직까지 안심보단 우려가 확연하다. 오는 10월 15일로 예정된 BTS 공연으로 인해 들썩이는 부산 내 숙박료 폭등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만~15만 원이었던 해운대 내 숙박료가 70만~8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안팎까지 폭등했다. 공연장으로 예정된 지역은 해운대 및 송정과 가까운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일광 해변이다.

이미 팬들 사이에선 공연장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BTS 특수'를 노린 전례 없는 숙박료 폭등만 문제가 아니다. 공연장 주변 부족한 숙박 업소, 공연 교통 대란, 인프라 부족 등 산적한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주최 측인 하이브와 부산시가 공언한 무료 10만(좌석 5만, 입석 5만) 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해변 인근) 이 마을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는 작은 도보 다리까지 합쳐 세 곳뿐이고 길마저도 좁습니다. 마을이 바다와 바로 맞닿아서 섬과 같은 지형이다 보니, 좁은 왕복 2차로의 다리를 건너야만 마을 안쪽으로 들락날락할 수 있습니다. 공연장 입구 역시 단 두 곳뿐. 도로엔 가로등이 드물어, 밤이면 캄캄한 암흑으로 변하고, 주변엔 식당이나 화장실 등 이렇다 할 편의시설도 없습니다."
- 8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열악한 인프라에 바가지 숙박비.‥ '10만 공연' 괜찮나?' 중에서


그간 쏟아진 언론 보도 역시 같은 논조였다. 하지만 MBC가 둘러본 화면 속 공연장 부지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과연 저곳에서 해외 아미(BTS 팬들)를 비롯해 실제 10만의 관객을 유치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MBC가 인터뷰한 부산 지역 BTS 팬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거기 인프라가 전혀 없는데 어떻게 거기서 하게 된 거지?' 하고는 현지답사차 온 거예요. 제가 아미(BTS 팬)이다 보니까, 아미들이 온다면 되게 불편하지 않을까."

BTS 부산 공연 미스터리
 
 BTS(방탄소년단)

BTS(방탄소년단) ⓒ 빅히트

 
지난 2019년 6월 BTS는 이틀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팬미팅·콘서트를 개최했다. 당시 좌석은 2만 5천 명이었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까지 수만 명이 팬미팅 및 콘서트장 주변을 찾은 것으로 보도됐다. 일부 아미들은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부산시가 지금이라도 이번 BTS 공연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웸블리에서 할 때도 5만 명 들어갈 때 화장실이 2700개였다고 하는데, (부산은) 10만 명인데 간이시설로 한 달 만에 뚝딱 만들 수 있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 BTS 팬, 8월 30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중에서


그렇다면 왜 기장군 일광 해변이 공연 부지로 낙점됐을까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부산시와 하이브 측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 사상구 삼락 생태공원 등을 여러 장소를 검토한 끝에 10만 명이 수용 가능하고 특설무대를 버틸 지반이 용이하다는 점 등을 들어 기장군을 공연 장소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특설무대 및 부대시설 설립을 포함해 BTS 공연에 들어가는 부산시 예산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부산시 역점사업인 2030 부산 엑스포 유치에 국비예산 21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향후 부산시가 빗발치는 민원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공연장 인근 도로를 정비하고 열악한 인프라를 구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모두 부산시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다. 더더욱 왜 기장군인지, 왜 10만 명을 고집하는지 자연스레 의문이 들 만하다.

"팬들이 사실 가장 궁금해하는 게 바로 이 대목입니다. 그래서 공연장 선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돌려봤는데요. 부산시도 처음부터 일광역 앞 폐공장 터를 낙점한 건 아니었다고 합니다. 후보지로 유력한 대여섯 곳을 추린 뒤 소속사인 하이브 측과 9차례의 답사, 12차례의 회의를 벌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안전시설이 잘 갖춰진 사직야구장과 아시아드 경기장을 검토했는데, 이곳들은 많아야 6만 명까지 들어갈 수 있어서 규모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밖에 김해공항 근처의 생태공원과 한진중공업 공장 부지 등도 검토됐지만 지반이 약하다, 모래사장 폭이 좁다 같은 이유로 후보지에서 제외됐습니다."
- 8월 31일 MBC <뉴스데스크>, BTS 공연 미스터리.‥ 누가, 왜 '10만 명' 고수하나?


미스터리 맞다. MBC에 따르면, 부산시와 하이브는 "결국 길이 1백 미터, 넓이 40미터의 무대와 1백 톤 무게의 대형 크레인, 10만 명의 관중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일광읍 폐공장 부지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부산시는 하이브 측의 요청으로 10만 명 규모를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엑스포 유치란 목표를 위해 공연 규모를 최대로 늘려야 한다는 하이브의 판단이었다는 설명이었다.

당분간 지속될 BTS 관련 논란 
 
 박형준 부산시장이 30일 부산시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8.30

박형준 부산시장이 30일 부산시청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기원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대비 관계기관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8.30 ⓒ 부산시 제공

 
"(BTS가) 오면 우리 마을도 알리고, 기장군도 다 좋아질 거고, 아무래도 안 그렇겠나." (8월 30일 MBC가 보도한 기장군 주민)

기장군 주민도, 부산시도, BTS의 팬들이나 부산에 거주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BTS 공연 이후 세금을 투입한 도로 정비 및 인프라 구축이 실현된다면 기장군 일대 땅값 상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 공연장 설립을 위한 일광읍의 지반 공사가 대표적이다. 

BTS 공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반이다. 숙박료 폭등부터 인프라 구축까지, 부산시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우려와 의문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10만 인파가 몰릴 것이 예고되면서 안전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최근 박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병역 특례법 통과가 현실화된다면 이후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한 글로벌 콘서트에 BTS를 동참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부산시가 'BTS 병역특례법' 개정 촉구에 속도를 내는 이유 중 하나다.

BTS가 엑스포 홍보대사에 위촉될 때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한 움직임이었다. 이처럼, 당분간 세계를 매료시킨 아티스트 BTS는 사회면과 정치면에서 지속적으로 얼굴을 보게 될 듯싶다. BTS 부산 공연과 병역 특례법을 둘러싼 논란이 종식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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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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