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경기로도 KIA 타이거즈가 나성범을 위해 지갑을 연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KIA는 29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11-2로 대승을 거두었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KIA 양현종은 역대 6번째 통산 2100이닝과 동시에 역대 5번째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홀로 6⅔이닝을 책임진 양현종의 호투도 돋보였지만, '에이스'의 부담을 덜어준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확실한 경기였다. 특히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홈런 2개 포함 무려 7타점을 쓸어담은 주전 외야수 나성범의 활약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나성범
 
 FA 6년 총액 150억 원에 KIA로 이적한 나성범

나성범 ⓒ KIA타이거즈


1회말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간 나성범은 팀이 2-0으로 앞서던 2회말, SSG 선발투수 이태양의 5구째 포크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쏘아올렸다. 실투가 아니었음에도 기술적인 타격으로 상대의 포크볼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었다. KIA는 사실상 이 한방으로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다.

네 번째 타석이었던 5회말에는 SSG의 두 번째 투수 장지훈의 5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해 1타점 2루타를 만들어냈다. SSG가 한 점씩 따라붙으면서 격차를 줄여보려고 했지만, 나성범의 장타에 추격 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나성범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7회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나성범은 SSG의 네 번째 투수 서동민과 무려 11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고, 이전 타석에 이어 이번에도 슬라이더를 노려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짜리 아치를 그렸다. 2회말과 마찬가지로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홈런이었다.

7회말에 터진 홈런으로 SSG에 카운터 펀치를 날린 KIA는 9점 차까지 달아나며 승리를 자축했다. 특히 정해영을 비롯해 필승조를 아끼고 경기를 끝내면서 남은 2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이날 나성범의 성적은 3타수 3안타(2홈런) 7타점으로, 볼넷과 몸에 맞는 볼로 1루를 밟은 것까지 포함하면 5번의 타석에서 모두 출루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만점 활약'을 펼친 하루였다. 나성범의 앞뒤로 이창진(5타수 4안타 1타점), 황대인(5타수 2안타 1타점)이 받쳐준 것도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이래서 KIA가 나성범을 간절히 원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나성범은 정들었던 NC 다이노스를 떠나 KIA로 새롭게 둥지를 옮겼다. 무엇보다도, KBO리그 역사상 야수 FA로선 가장 많은 금액(6년 총액 150억원)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정도로 KIA는 나성범이 반드시 필요했다.

지난 시즌을 9위로 마감하는 과정에서 공격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은 물론이고 10개 구단 가운데 홈런 개수가 가장 적었던 팀이 바로 KIA(66개)였다.

또한 최원준의 군입대,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외야진에 변수가 많았던 점 역시 나성범에게 눈독을 들인 이유 중 하나였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어준다면 당장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성범은 보란듯이 계약 첫 시즌부터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는 중이다. 90경기 343타수 109안타(15홈런) 타율 0.318 67타점 OPS 0.956으로, 오히려 직전 시즌보다 성적이 더 좋아졌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숨을 고른 이후에도 7경기 28타수 12안타(3홈런) 타율 0.429 OPS 1.342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비에서도 까다로운 타구를 건져내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707⅔이닝 동안 실책이 단 2개로, 리그에서 700이닝 이상 뛴 외야수 가운데 이정후(0개, 키움 히어로즈) 다음으로 적은 실책을 범했다. 팬들 사이에서 나성범의 활약을 놓고 '이맛현(이 맛에 현금을 투자한다)'이라는 단어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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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KIA타이거즈 나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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