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스타즈와 우리은행 우리원의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KB가 2승을 먼저 따냈다. 10일 1차전에서 78-58로 대승을 거둔 KB는 12일 2차전에서도 우리은행의 추격을 뿌리치고 80-73으로 승리했다. 이제 KB는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거둬도 2018-2019 시즌 이후 3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다. KB는 2차전까지의 기세를 몰아 시리즈를 조기에 끝내려 한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KB가 자랑하는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선수 박지수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1차전에서 단 23분만 뛰고도 12득점18리바운드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맹활약한 박지수는 2차전에서는 이번 봄 농구 들어 처음으로 30분 이상을 소화하며 23득점12리바운드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박지수가 KB를 우승으로 이끈다면 개인 통산 두 번째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 동시수상이 매우 유력해진다.

하지만 KB가 챔프전에서 2승을 먼저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박지수 혼자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다. KB는 박지수에게 우리은행의 수비가 집중됐을 때 동료선수들이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착실히 득점을 쌓아주면서 시리즈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다. 특히 KB에서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그리 높지 않은 김민정은 챔프전 2경기에서 평균 15득점4리바운드에 무려 63.16%의 2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KB의 히든카드로 활약하고 있다.

꾸준한 성장으로 KB 대표 식스우먼되다
 
 2라운드 출신 김민정은 2군 선수부터 식스우먼을 거쳐 주전선수로 성장했다.

2라운드 출신 김민정은 2군 선수부터 식스우먼을 거쳐 주전선수로 성장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프로출범 초기까지만 해도 자유계약으로 선수를 선발하던 여자프로농구는 1999년부터 신인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했다. 김정은(우리은행)과 이경은(신한은행 에스버드)을 배출했던 2005년 드래프트와 강아정(BNK 썸), 김단비(신한은행), 배혜윤(삼성생명 블루밍스)이 동시에 등장한 2007년 드래프트는 2000년대 최고의 드래프트로 꼽힌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최고의 드래프트는 단연 2012년이었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외환(현 하나원큐)에 지명됐던 장신슈터 강이슬(KB)은 현재 국가대표 주전슈터이자 WKBL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2순위로 우리은행의 지명을 받았던 장신 포워드 최이샘(개명 전 최은실)도 우리은행의 주전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 3~5순위였던 유승희(신한은행), 구슬, 양인영(이상 하나원큐)도 현역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드래프트가 농구팬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2라운드에서도 현재까지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를 두 명이나 배출했기 때문이다. 2라운드 6순위(전체12순위)였던 김이슬(하나원큐)은 2013-2014 시즌 신인왕에 선정됐다. 그리고 당시 2라운드 1순위로 KB에 지명됐다가 길었던 식스우먼 생활을 버티고 강력한 우승후보인 KB에서 당당히 주전멤버가 된 선수가 바로 김민정이다.

춘천여고 시절부터 강계리와 함께 팀을 이끌었던 181cm의 장신 포워드 김민정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전체 7순위)로 KB에 입단했다. 물론 입단 초반만 해도 WKBL에는 2명의 외국인 선수가 활약하고 있었고 김민정과 같은 포지션에 강아정, 변연하(BNK 수석코치), 정미란 등 쟁쟁한 선배들이 즐비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라운드 출신 루키 김민정에게 쉽게 기회가 오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김민정은 여느 유망주들처럼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프로 3년 차 시즌이었던 2014-2015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10경기에 출전한 김민정은 12.4득점8.8리바운드2.1어시스트로 팀을 이끌며 KB의 퓨처스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그렇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부분부터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며 성장한 김민정은 프로 6년 차가 되던 2017-2018 시즌 1군에서 30경기에 출전하며 KB의 핵심 식스우먼으로 자리를 잡았다.

챔프전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2연승 주도
 
 김민정은 이번 챔프전에서 국가대표 주전슈터 강이슬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민정은 이번 챔프전에서 국가대표 주전슈터 강이슬보다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프로 데뷔 후 6년 동안 한 번도 평균득점 5점을 넘긴 적이 없었던 김민정은 KB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 모두 출전해 6.23득점3.4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6.50득점 3.36리바운드에 73.9%였던 자유투 성공률을 87.8%까지 끌어올린 2019-2020 시즌에는 리그 식스우먼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김민정은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된 2020-2021 시즌 드디어 KB의 주전으로 올라섰다.

만년 후보 선수라는 인식을 깨고 프로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주전선수로서 시즌을 치른 김민정은 29경기에서 평균 33분21초를 소화하며 12.48득점5.62리바운드2.7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52.4%의 높은 2점슛 성공률이 말해주듯 박지수에게 수비가 집중된 사이 빈 틈을 효과적으로 파고들어 확률 높은 득점을 많이 올렸다. 비록 KB는 챔프전에서 삼성생명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김민정으로서는 대단히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낸 셈이다.

김민정의 좋은 활약은 이번 시즌에도 계속 이어졌다. 김민정은 정규리그에서 등 부상으로 26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10.96득점4.50리바운드2.27어시스트0.96스틸로 공수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이적생 강이슬과 젊은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코트를 넓게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팀에 헌신한 김민정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규리그에서 KB의 숨은 조연으로 활약한 김민정은 이번 챔프전에서 팀의 핵심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1차전에서 3점슛 2개를 포함해 14득점을 올리며 KB의 기선제압을 주도했던 김민정은 2차전에서도 16득점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B의 연승에 기여했다. 챔프전 평균 15득점으로 박지수(17.5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김민정은 챔프전에서도 60%가 넘는 높은 슛 성공률을 자랑하고 있다.

사실 김민정은 통산 3점슛 성공률이 28%에 불과할 정도로 강이슬이나 이소희(BNK)처럼 확실한 슈터는 아니다. 그렇다고 혼혈선수 김소니아(우리은행)나 김한별(BNK)처럼 넘치는 투지와 타고난 힘을 앞세워 골밑을 지배하는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김민정은 연차가 쌓이면서 더욱 영리한 플레이로 팀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그리고 김민정의 활약이 14일 3차전에서도 이어진다면 챔프전은 KB의 우승으로 조기에 막을 내릴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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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KB 스타즈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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