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에서 2018년 최고의 앨범으로 선정된 < Be the Cowboy >의 주인공 미츠키(Mitski)가 새 앨범 < Laurel Hell >을 발표했다. 11곡을 수록한 앨범은 미국 차트 5위에 올랐다.
 
 미츠키의 여섯 번째 앨범 '로렌 헬'

미츠키의 여섯 번째 앨범 '로렌 헬' ⓒ 리플레이뮤직

 
2019년 9월 'Be the Cowboy'의 끝을 알린 뉴욕 공연은 미츠키의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었다. 음악계를 떠나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그날 밤 무대에서 내려와 눈물을 쏟았고 두려움을 느꼈다. 250회가 넘는 공연, 세 장의 앨범 발매로 이어진 지난 5년은 지치지 않는 게 이상한 시간이었다. 휴식이 절실했다.

음악계에 몸담으며 많은 걸 타협해야 했다. 하기 싫은 일을 걸러낼 순 없었다. 무엇보다 살아남는 게 중요했다. 무감각한 상태로 자신을 방치하고 기계처럼 투어를 돌았다.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 지친 마음을 달랠 공간은 없었다. 건강보험조차 없었던 미츠키는 뒤늦게 몸을 돌봐야 한다는 걸 실감하며 30대를 맞았다.

미츠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솔직하고 개방적인 음악가다. 다만 사생활을 존중받길 바랄 뿐이다. 많은 사람이 그렇듯 보호하고 싶은 주변인이 있으며 만천하에 공개하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있다. 자신의 유명세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건 그리 좋은 광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간 온갖 무례한 질문을 받아도 답변을 거부하지 않았다. 대중이 유추할 수 있는 개인정보만 밝히지 말아 달라고 정중히 부탁한 게 전부다. 신비함을 유지하려는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세간의 관심을 대가로 사생활을 요구한다는 걸 깨달으며 미련 없이 SNS을 닫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활동을 멈추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레이블 데드 오션스(Dead Oceans)와 계약을 종료하려면 또 다른 앨범이 필요했다. 노래는 이미 많았고 다시 전면에 나설지 말지를 두고 고민했다. 2019년 말에 작곡한 'Working for the Knife'엔 무대 복귀를 꺼리는 음악가의 고뇌가 여실히 담겼다. 신시사이저를 중심으로 긴장감을 형성하고 공허한 마음 한구석을 비춘다. 미츠키는 이 노래가 앨범이 나아갈 길을 밝혀줬다고 밝혔다.

"또 다른 < Be the Cowboy >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 미츠키(Mitski)

대다수 노래를 2018년에 만들었고 톱 트랙 'Valentine, Texas'의 전개 방식은 익숙하지만 < Be the Cowboy > 후속편을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또 다른 < Melodrama >를 만들지 않은 로드(Lorde)처럼 말이다. 꽤 현실적이고 예리하다. 슬픔이 드러나는 노래에 자신을 담을 수 없었던 미츠키는 겉모습이라도 행복해야 더 쉽게 노래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체념으로 가득한 앨범에 수놓은 80~90년대 팝, 디스코 사운드는 마지막까지 추진력을 얻는다. 80년대 신스팝을 세공한 두 번째 싱글 < The Only Heartbreaker >는 스무 번 넘게 고쳐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앨범에 넣지 않으려고 했다.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댄 윌슨(Dan Wilson)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댄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츠키가 원한 결론에 도달하게 했고 노래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베이스 인트로를 출발점으로 매혹적인 리듬과 멜로디를 풀어내는 'Stay Soft', 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드라마틱한 러브송 'Love Me More', 익숙한 리듬과 화려한 신시사이저를 내세운 'Should've Been Me'의 신스팝 사운드는 호소력을 더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Everyone', 'Heat Lightning'으로 이어지는 키를 낮춘 발라드, 더 정적인 'I Guess', 무겁고 우울한 'Nothing Left for You'처럼 느리고 조용한 노래들은 밝게 빛나면서도 슬픈 앨범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평단이 아바(Abba)와 홀 앤 오츠(Hall & Oates)를 언급하게 한 엔딩 트랙 'That's Our Lamp'는 음악 세계보다 더 복잡한 인간관계를 그려낸 신스팝이다. < Laurel Hell >은 한순간에 변하는 감정, 행복과 고통, 열망하면서 불편해하는 끝없는 모순을 남겨둔 채 마무리된다.

완벽한 편성, 독특한 표현, 복잡한 감정이 어우러진 앨범은 아름답고 매끈하다. 대중과 거리를 둔 음악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 미츠키는 인간관계에 필요한 러브송,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기 위한 노래를 탐구하고 변화를 꾀했다. 마음에 와닿은 진실한 노래들이 또 한 번 깊은 감동을 안긴다.
음악 미츠키 MITSKI 해외음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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