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올 시즌 가장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본격적인 선두권 추격에 나섰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OK금융그룹에 세트 스코어 3-2(21-25 19-25 26-24 25-17 17-15)로 이겼다.

이로써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가 귀중한 승점 2를 챙기며 10승 12패, 승점 29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꼴찌를 다투던 현대캐피탈은 4위 한국전력(11승 10패, 승점 31)을 승점 2 차이로 추격하며 후반기에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작전타임 불러놓고 아무 말 없는 감독... 선수들이 달라졌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득점에 기뻐하고 있다 ⓒ 현대캐피탈 배구단

 
1, 2세트는 처참했다. 최민호와 김선호의 연이은 블로킹으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으나, 불안한 리시브 라인으로는 OK금융그룹의 막강한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조재성과 박원빈 등 국내 선수들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한 OK금융그룹은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외국인 공격수 레오를 교체 투입해 쐐기를 박았다.

OK금융그룹은 2세트에서도 정성환의 서브 에이스와 박원빈, 권준형의 블로킹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이번에도 20점을 넘기자 레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레오는 날카로운 후위 공격으로 기대에 보답했다. 레오는 교체 투입됐음에도 2세트에서만 5점을 올리며 괴력을 뽐냈다.

선수들의 경기력에 실망한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2세트 도중 작전타임을 불러놓고 선수들에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최태웅 감독의 뜻을 알아차린 듯 3세트부터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세트 중반까지 끌려가던 현대캐피탈은 16-16 동점을 만들며 역전승의 시작을 알렸다. 상대 블로킹에 번번이 막히던 허수봉의 공격이 살아났고, 차영석이 속공과 블로킹으로 힘을 보탰다. 범실을 쏟아내며 듀스를 허용했으나, 허수봉의 연속 오픈 공격이 성공하며 어렵사리 3세트를 따냈다.

듀스 접전 끝에 따낸 3세트 승리의 효과는 엄청났다. 자신감을 얻은 현대캐피탈은 더욱 활발하게 공격을 펼쳤다. 전광인의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연속 6점을 올리는 등 이날 경기에서 가장 완벽한 활약을 펼치며 25-17로 OK금융그룹을 압도했다. 

마지막 5세트, 벼랑 끝에서 살아난 현대캐피탈은 전의를 다잡고 코트에 나섰다. 눈앞의 승리를 놓친 OK금융그룹도 부상은 털어냈으나 아직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레오를 선발로 내세웠다. 출발은 OK금융그룹이 좋았다. 시작과 함께 4연속 득점을 하며 흐름을 잡았다. 그러나 현대캐피탈도 최민호의 블로킹과 차영석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면서 곧바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두 팀은 이번에도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을 벌이며 듀스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의 집념이 더 강했다. 앞서 서브 범실을 저지른 허수봉이 후위 공격으로 만회, 매치포인트를 만들자 전광인이 OK금융그룹 수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서브 에이스로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대캐피탈의 세대교체, 그래서 더 중요한 '10년 차' 최민호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센터 최민호

남자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의 센터 최민호 ⓒ 현대캐피탈 배구단

 
현대캐피탈은 허수봉이 공격 성공률 56.09%, 25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전광인도 경기 내내 강력한 서브로 OK금융그룹의 수비를 흔들면서 14점을 올렸다. 그러나 이날의 역전승은 최민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최민호는 13점을 올리며 크게 눈에 띄지 않았으나, 승부처마다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팀이 위기에 몰릴 때면 속공으로 숨통을 틔워줬고,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수들의 기를 꺾어놓는 등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4세트 초반 일대일 블로킹으로 박원빈의 속공을 막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1-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을 때만 해도 최민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당시 최홍석, 서재덕, 류윤식, 전진용 등 워낙 걸출한 신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최민호는 데뷔 초반에는 이선규, 윤봉우, 한상길 등 국가대표 센터가 즐비한 현대캐피탈에서 주로 원포인트 블로거나 백업에 그쳤다. 하지만 선배 센터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서 출전 시간이 점차 늘어났고, 2015-2016시즌 최태웅 감독이 부임하며 주전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센터치고 큰 키는 아니지만, 타고난 블로킹 센스로 신영석과 함께 현대캐피탈의 센터 라인을 이끌던 최민호는, 지난 시즌 신영석이 한국전력으로 떠나면서 더욱 어깨가 무거워졌다. 특히 젊은 선수가 많은 현대캐피탈은 프로 10년 차가 된 베테랑 최민호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최태웅 감독이 올 시즌 최민호를 더욱 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세대교체를 하며 팀 역사상 가장 낮은 6위를 기록했던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달라진 성과를 보여야 한다. 이날처럼 최민호가 고비마다 값진 활약을 보여준다면, 현대캐피탈의 후반기 대반전도 무리한 목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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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현대캐피탈 OK금융그룹 최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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