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천신만고 끝에 인삼공사를 꺾고 7연승을 질주했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3,20-25,26-28,25-22,15-13)로 승리했다. 1세트를 따낸 후 2,3세트를 내리 내주며 패색이 짙었던 현대건설은 4,5세트를 연속으로 가져오며 재역전에 성공, 7연승과 함께 승점 2점을 적립했다(19승1패, 승점 56점).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블로킹 3개를 포함해 41.27%의 성공률로 29득점, 양효진이 블로킹 3개와 53.85%의 성공률로 24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고 정지윤도 10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날 현대건설은 공격에서 주포들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수비진의 활약도 대단히 눈부셨다. 특히 26개의 디그와 함께 56%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한 김연견 리베로는 후위에서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현대건설의 7연승을 견인했다.

신장의 약점 극복하고 주전 리베로 도약
 
 김연견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현대건설은 항상 리베로 자리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김연견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현대건설은 항상 리베로 자리에서 약점을 드러낸다. ⓒ 한국배구연맹

 
많은 배구팬들이 역대 최고의 신인 드래프트로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과 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를 배출한 2005년, 배유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양효진이 나온 2007년, 김희진과 표승주(이상 기업은행), 박정아(도로공사)가 등장한 2010년을 꼽는다. 하지만 2011년 드래프트 역시 '황금세대'라고 부르긴 힘들지만 2라운드 이후의 하위 라운드 선수들 중에서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된 해였다.

특히 2라운드 4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던 문정원은 단신(174cm) 왼손잡이 라이트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강한 서브와 뛰어난 수비로 극복하며 프로무대에서 당당하게 생존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문정원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전 선수로 도약한 2014-2015 시즌 27경기 연속 서브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안정된 수비와 함께 서브 부문 2위(세트당 0.56개)에 오르며 '문데렐라'로 떠올랐다. 

2015-2016 시즌 무릎 부상으로 시즌 전체를 걸렀던 문정원은 2016-2017 시즌에 복귀해 변함없이 좋은 기량을 과시하다가 2018-2019 시즌에는 무려 52.85%의 리시브 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는 공격력이 좋은 전새얀과 출전시간을 나눠갖고 있지만 문정원은 박현주(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이예솔(KGC인삼공사) 등 비슷한 스타일을 가진 후배선수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선수다.

163cm의 작은 신장으로 프로구단에서 당당히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는 김연견 리베로 역시 단신 리베로 후배들의 좋은 귀감이 되는 선수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5순위로 현대건설에 지명된 김연견은 작은 체구 때문에 프로무대에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배구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김연견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2012-2013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차지해 꾸준히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고 있다.

김연견은 2013-2014 시즌 개막 직전 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시즌 잘반을 날렸지만 2014-2015 시즌 복귀해 건재를 과시했다. 2015년 여름엔 U-23 대표팀에 선정돼 아시아 U-23대회에서 한국을 3위로 이끌며 리베로 부문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표팀 부동의 주전 리베로였던 김해란 리베로(흥국생명) 역시 자신의 뒤를 이을 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리베로로 GS칼텍스 KIXX에서 활약하던 나현정과 함께 김연견을 지목했다.

현대건설 후위를 든든히 지키는 대체불가 자원
 
 김연견은 이번 시즌 후위에서 든든한 수비를 통해 현대건설의 독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김연견은 이번 시즌 후위에서 든든한 수비를 통해 현대건설의 독주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사실 김연견은 리그 정상급 리베로로 인정 받으면서도 리시브 효율이나 세트당 디그 순위에서는 기대만큼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김연견 개인의 기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현대건설이 외국인 선수에게 서브리시브를 맡긴 시즌이 많았을 정도로 팀 수비 자체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2017년 황민경, 2019년 고예림이 합류하면서 수비가 많이 안정됐지만 그 전까진 수비에서 김연견의 부담이 지나치게 컸다.

김연견은 작은 체구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심하게 내던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상도 잦은 편이었다. 특히 2019-2020 시즌에는 수비 도중 발목이 돌아가면서 죄측 외측 비골 골절 부상을 당해 시즌 아웃됐다. 현대건설은 당시 김연견 이탈 후 실업배구에서 활약하던 김주하를 영입하고 윙스파이커였던 고 고유민을 리베로로 기용했지만 김연견의 빈자리는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FA자격을 얻은 김연견은 계약기간 3년, 연봉 총액 2억 원의 조건에 현대건설과 재계약하며 두 번의 FA기회에서 모두 현대건설 잔류를 선택했다. 이번 시즌 20경기에 모두 출전한 김연견은 40.19%의 리시브 효율(2위)과 세트당 5.05개의 디그(4위)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김연견은 안정된 수비를 통해 야스민과 양효진,정지윤으로 이어지는 현대건설의 강한 공격을 뒷받침하고 있다. 

김연견은 4일 인삼공사와의 새해 첫 경기에서도 명불허전의 수비를 과시하며 현대건설의 재역전승을 이끌었다. 24.75%의 점유율과 56%의 효율을 기록하며 안정된 리시브를 자랑한 김연견은 세트당 5.20개에 해당하는 26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선보였다. 특히 김연견의 디그는 단순히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김다인 세터 쪽으로 향하면서 현대건설의 반격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연견은 배구여제 김연경과 이름이 비슷해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배구팬들이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지난 2016-2017 시즌 올스타전에서는 유니폼에 '연경말고연견'이라는 닉네임을 달고 경기에 출전했을 정도.

하지만 어느덧 프로 12년 차의 베테랑에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는 현대건설의 대체불가 리베로가 된 지금, 여자배구에 애정이 있는 팬이라면 김연견의 이름을 착각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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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김연견 작은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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