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으로 가을야구가 좌절된 KIA 타이거즈에 올겨울 두 명의 지원군이 가세했다. 외부 FA로 영입한 외야수 나성범, 그리고 짧은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투수 양현종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양현종의 경우 귀국 이후 두 달 넘게 도장을 찍지 못한 채 KIA와의 줄다리기를 이어갔음에도 12월 중순이 지나서도 협상에 진전이 없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에이스의 귀환을 기다렸던 KIA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해를 넘기기 전에 선수와 구단이 합의점을 찾았고, 지난해(2021년) 12월 24일 양 측은 4년 총액 103억 원(계약금 30억 원, 연봉 25억 원, 옵션 48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덕분에 큰 차질 없이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24일 KIA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좌완 투수 양현종

지난해 12월 24일 KIA와 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념사진 촬영에 임한 좌완 투수 양현종 ⓒ KIA 타이거즈

 
선발진에서 중심 잡아줄 양현종의 활약 기대하는 KIA

양현종의 미국 진출은 기록만 놓고 보자면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다. 빅리그에서는 12경기 동안 35⅓이닝 3패 ERA(평균자책점) 5.60, 트리플A에서는 10경기 45이닝 3패 ERA 5.60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4월 말부터 한 달 정도는 등판 기회를 잡기라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가 좁아지자 빅리그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⅓이닝 4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지난해 9월 14일(한국시간 기준)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 경기가 양현종의 마지막 빅리그 등판이 됐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성과가 썩 좋진 않았어도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배운 게 많았다. 양현종의 선택을 부정적이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다. 긴 시간은 아니었으나 미국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국내 리그서 활용하거나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는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양현종의 이탈 이후 선발진의 무게가 다소 떨어진 팀 입장에서는 '에이스'의 귀환이 반가울 따름이다. 최근 3년간 KIA의 팀 순위는 2019년 7위, 2020년 6위, 지난해 9위로 전년도에 비해 순위가 크게 떨어진 2021시즌에는 양현종의 부재를 그대로 체감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팀 선발 WAR 부문에 있어서도 KIA는 7.07로 2020년(12.43, 4위)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시즌 도중에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를 구매한 혐의로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가 임의탈퇴 처리되며 이래저래 힘든 시즌을 보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심을 잡아줄 투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즌 선발진을 책임졌던 투수들, (왼쪽부터) 임기영-이의리-윤중현

지난 시즌 선발진을 책임졌던 투수들, (왼쪽부터) 임기영-이의리-윤중현 ⓒ KIA 타이거즈


선전했던 투수들에게 거는 기대... '선발왕국' 가능할까

그런 와중에도 제 몫을 해준 국내 선발 투수들이 몇몇 눈에 띈다. 외국인 투수까지 통틀어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등판한 임기영은 28경기 153이닝 8승 8패 ERA 4.88로, 들쑥날쑥한 투구가 아쉬웠다. 10월에만 4승을 챙기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한 시즌을 마무리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신인왕' 이의리의 호투도 빛났다.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도 전반기에 보여준 존재감 만큼은 압도적이었다. 2021년이 올림픽까지 출전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것에 의의를 두는 해였다면, 올핸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후반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은 윤중현의 등장도 반가운 대목이었다. 주로 불펜 투수로 나서다가 9월 초부터 선발 기회를 받았고, 꾸준히 경기당 5이닝 이상을 소화해 합격점을 받았다. 풀타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적이 없다는 게 변수가 될 수는 있다.

임기영을 제외하면 나머지 두 투수가 선발로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적이 없다. 다행히 이들의 부담을 덜어줄 양현종이 합류하면서 외국인 투수까지 포함해 세 자리까지는 확보가 가능하고, 이제 나머지 4, 5선발 두 자리만 채우면 된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확실히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투수와 양현종의 활약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남부럽지 않은 '선발왕국'을 꿈꿀 수 있게 된 KIA가 확 달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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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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