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정상급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했던 LG가 외국인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1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시즌 활약하게 될 새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와 총액 80만 달러(연봉50만+인센티브30만)에 입단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플럿코는 LG와 계약을 체결한 후 "KBO리그의 명문구단인 LG트윈스의 일원이 되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다. 내년 시즌 잠실야구장에서 팬 여러분을 만나는 것이 너무 기대되고 팀 우승에 일조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미국 출신의 플럿코는 메이저리그에서 5년 동안 88경기(37선발)에 등판해 14승14패3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5.39를 기록한 1991년생 우완투수다. LG는 새 외국인 투수 플럿코를 영입함에 따라 지난11월 말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켰던 케이시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 중 한 명과는 반드시 이별해야 한다. 올 시즌 23승을 합작하며 LG 마운드를 이끌었던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의 해체가 확정된 셈이다.
 
 LG 트윈스에 전격 입단하는 아담 플럿코

LG 트윈스에 전격 입단하는 아담 플럿코 ⓒ LG 트윈스

 

아쉬운 토종 선발 속 외국인 원투펀치 대활약

LG는 올 시즌 3.57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0개 구단 전체 1위를 차지했다. LG가 올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던 힘은 탄탄한 마운드에 있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정우영과 이정용,김대유,고우석으로 이어지는 LG의 젊은 필승조는 나머지 9개 구단의 부러움을 사기 충분했다. 하지만 강한 불펜에 비해 토종 선발진의 활약은 크고 작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3년 동안 두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올 시즌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임찬규는 시즌 초반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21을 기록하며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어깨 염증으로 두 달 동안 팀을 이탈했던 임찬규는 루키 시절의 강속구를 되찾아 복귀 후 15경기에서 7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호투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최악의 득점지원 속에 올 시즌 단 1승을 올리는 최악의 불운에 시달렸다.

LG 이적 후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했던 차우찬은 작년 시즌 어깨부상으로 13경기 만에 시즌을 마감했다. 차우찬은 시즌 후 인센티브가 무려 14억 원이나 포함된 2년 총액 20억 원에 두 번째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차우찬은 7억 원의 옵션이 걸려 있던 올 시즌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전반기 5경기에서 2승1패5.24를 기록한 차우찬은 2020도쿄올림픽을 다녀온 후 후반기에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임찬규와 차우찬의 아쉬운 투구 속에 이민호의 성장과 정찬헌(키움 히어로즈)의 건재는 LG팬들의 위안이었다. 하지만 아직 성장 과정에 있는 프로 2년 차 이민호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팀의 토종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전반기에만 6승2패4.03을 기록했던 정찬헌도 2루수 보강을 위해 키움으로 트레이드됐다(정찬헌은 지난 2일에 열린 2021 프로야구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키움 소속으로 올해의 재기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토종 선발 투수들의 아쉬운 활약 속에서도 LG의 선발진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비결은 바로 든든한 외국인 원투펀치 켈리와 수아레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KBO리그 3년 차를 맞은 켈리는 올해도 177이닝을 던지며 13승8패3.15로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수아레즈 역시 부상으로 23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 만큼은 강력한 구위로 상대타자를 압도하며 10승2패2.18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더 영리한 이별할 순 없을까

LG구단은 지난 11월30일에 발표한 2022 시즌 보류 선수 명단에 켈리와 수아레즈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부상 없이 건강하게 시즌을 소화하고 더 많은 득점지원을 받는다면 최대 30승 이상 합작도 기대할 수 있는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LG가 놓칠 이유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LG는 10일 돌연 새 외국인 투수 플럿코와의 계약을 발표했다. LG 구단 스스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외국인 원투펀치의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플럿코는 빅리그 14승에 5.39의 평균자책점, 마이너리그 44승에 3.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검증된 자원이다. 빅리그에서 선발투수로서 인상적인 성적을 올렸던 시즌은 없지만 빅리그 통산 7승 투수 수아레즈와 빅리그 2승 투수 켈리보다 월등히 앞선 빅리그 커리어를 자랑하는 투수다. LG입장에서 플럿코가 충분히 욕심날 선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LG의 새 외국인 투수 영입과 기존 선수와의 이별과정은 결코 매끄럽다고 보긴 힘들다.

LG가 플럿코 영입을 발표하는 순간, 켈리와 수아레즈 중 한 명은 내년 시즌 LG와 함께 할 수 없게 됐다. 이는 당사자인 켈리와 수아레즈 역시 모를 리 없다. 아무리 프로의 세계가 냉철하다 해도 정규리그부터 준플레이오프까지 최선을 다 했던 자신이 구단으로부터 내쳐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유쾌하게 다가올 리 없을 것이다. LG로서는 플럿코 측에 양해를 구한 다음 추후 외국인 투수 계약을 동시에 발표하는 식의 '운영의 묘'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플럿코는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대신 새로 합류한 선수가 아니라 올 시즌 23승을 합작한 리그 정상급의 외국인 원투펀치 중 한 명을 대신하게 된다. 만약 플럿코가 내년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LG팬들은 당연히 2021 시즌의 켈리와 수아레즈 콤비를 그리워하며 이번 겨울 플럿코를 영입한 LG구단의 선택을 원망할 것이다. 플럿코로서는 내년 시즌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물론 플럿코가 내년 시즌 켈리와 수아레즈를 능가하는 활약으로 LG의 새로운 에이스로 도약한다면 지금의 우려와 걱정들은 전부 박수와 환호로 바뀔 것이다. 하지만 LG가 '서울의 자존심'을 자처하는 구단이라면 외국인 선수와의 이별에도 프로다운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구단의 사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나게 되는 외국인 선수도 LG, 그리고 KBO에 대해 더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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