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의 프로축구 K리그1(1부리그) 5연패를 이끈 '캡틴' 홍정호가 2021시즌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홍정호는 7일 오후 3시 서대문구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2021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각 구단 감독(30%), 주장(30%), 미디어(40%), 투표 결과를 합산한 결과 총점 48.98점으로 경쟁자였던 주민규(39.45점, 제주 유나이티드)를 따돌리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울러 홍정호는 우승팀 전북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베스트11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북 현대 홍정호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1 프로축구 K리그1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정호는 1997년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김주성에 이어 24년 만에 수비수로 MVP를 수상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전북 현대 홍정호가 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1 프로축구 K리그1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정호는 1997년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김주성에 이어 24년 만에 수비수로 MVP를 수상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 연합뉴스

 
홍정호는 이번 시즌 K리그 36경기에 출전해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ACL과 컵대회를 포함하면 42경기 출전 3골 2도움이다. 개인 수비지표에서는 인터셉트 50회(2위), 획득 186회(4위), 클리어 85회(9위), 차단 100회(11위) 등 두루 상위권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올시즌 홍정호의 최고 경기로 평가받는 9월 10일 울산과의 '현대가 더비'에서 경기 내내 완벽한 수비는 물론, 86분 실점 위기에서 바이시클킥으로 슈퍼세이브를 보여준 장면은 사실상 올시즌 전북의 우승을 확정지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대인방어는 물론 수비조율과 리더십도 빼어난 홍정호의 활약 덕분에, 전북은 올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불과 37골만 내주며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수비수가 최우수선수를 수상한 것은 1997년 김주성(대우) 이후 무려 24년 만의 대기록이다. 득점이나 도움같은 화려한 기록을 세울 수 있는 공격수-미드필더에 비하여 수비수는 개인 수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수비수의 최우수선수 수상은 그동안 박성화(할렐루야, 1983년), 한문배(럭키금성, 1985년), 정용환(대우, 1991년), 홍명보(포항,1992년), 김주성 밖에 없었다. 홍정호는 역대 6번째이자 21세기 첫 수비수 수상자라는 상징적인 의미로 역사에 남게됐다.
 
전북, 2년 연속 정규리그 MVP 배출

전북은 지난해 손준호에 이어 2년 연속 정규리그 MVP를 배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손준호는 미드필더지만 역시 수비형에 가까운 선수였다. 현대축구에서 선수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가 다양해지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수비수럼 수비적인 포지션의 선수들도 충분히 MVP에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우승팀=MVP' 공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홍정호의 수상은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올해 홍정호까지 총 39명의 역대 MVP 중 가장 많은 33명이 우승팀에서 나왔다. '팀성적 프리미엄'이 개인 수상에서도 크게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북 소속 선수로는 이동국(4회)-이재성-손준호에 이어 역대 7번째로, 성남FC과 함께 단일팀에서 가장 많은 최우수선수를 배출한 타이 기록을 수립했다. 아울러 전북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우승한 김상식 전북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김보경이 최다도움상을 각각 수상하며 기쁨이 두 배가 됐다.
 
홍정호의 MVP 수상은 '해외파의 K리그 유턴'의 모범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홍정호는 한때 '포스트 홍명보'로 꼽혔고 중앙수비수로는 드물게 유럽 빅리그(독일분데스리가)까지 진출했을만큼 일찍부터 한국축구의 차세대 수비수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의외로 홍정호의 커리어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한국축구가 사상 첫 동메달을 수확했던 2012 런던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불의의 십자인대 부상으로 낙마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자리잡아가던 2016년에는 돌연 중국으로 이적하며 대형 수비수의 탄생을 기대했던 많은 축구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기도 했다. 설상가상 홍정호는 중국무대에서 기량 저하와 슬럼프를 드러내며 위기에 빠졌고, 결국 2018년에는 임대형식으로 K리그 유턴을 결정하며 전북과 첫 인연을 맺었다.
 
홍정호는 전북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9년부터 전북 수비의 핵으로 자리잡으며 3년 연속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됐다. 2020년에는 장쑤 쑤닝과의 계약이 만료되며 완전한 전북맨이 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홍정호는 팀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주장에 선임되었고, 은퇴한 이동국의 빈 자리를 메우며 팀의 리더이자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인한 대회 낙마-해외무대에서의 시행착오 등을 극복하고 K리그로 돌아와 최고의 선수로 부활했다는 점, 심지어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대표팀에서는 부름을 받지 못하는 점에 이르기까지, 홍정호의 축구 인생은 포지션은 다르지만 전북의 대선배인 이동국과도 흡사한 측면이 많다. 전북은 이동국-김보경-홍정호에 이르기까지 해외무대에서 좌절을 맛보고 돌아왔던 선수들을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재활 공장'으로서의 명성을 이어갔다.
 
MVP 수상 이후 홍정호는 소감을 묻자 "행복하다. 4년 전 제가 해외 생활 마무리하고 한국 왔을 때 제가 성공하지 못한 선수라, 뛰지 못한 선수라 찾아준 팀이 많지 않았다"며 "그런데 전북 현대가 손을 내밀어줬다, 그만큼 보답하고 싶었고 더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홍정호는 "다행히 4년 동안 큰 부상 없이 많이 뛸 수 있었고, 자신감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전북 현대라는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감독, 동료를 만나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든든한 전북의 벽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감사를 구단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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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 프로축구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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