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뚫기'나 다름이 없는 상무야구단 지원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반갑지만, 동시에 고민도 생겼다.

국군체육부대는 지난 7일 오전 2022년 상무야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다. 14명의 선수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 마운드를 책임졌던 주축 투수 최채흥과 최지광의 이름도 포함됐다.

각각 선발, 불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투수가 두 명이나 한꺼번에 군입대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다만 더 이상 군입대를 미룰 수 없는 이들의 사정을 고려했을 때 결단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상무의 부름을 받게 됐다.
 
 상무야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오른 삼성의 주축 투수들, (왼쪽부터) 최채흥-최지광

상무야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오른 삼성의 주축 투수들, (왼쪽부터) 최채흥-최지광 ⓒ 삼성 라이온즈


주축 투수 동반 입대로 선발, 불펜 모두 공백 불가피

신인 1차 지명 출신으로 2018시즌 1군 무대에 데뷔한 최채흥은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26경기 146이닝 11승 6패 ERA(평균자책점) 3.58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올 시즌 26경기 122⅓이닝 5승 9패 2홀드 ERA 4.56으로 지난해에 비하면 기록 면에서 아쉬움이 나타났지만, 성장통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10월 이후에는 선발이 아닌 구원 투수로 등판해 팀의 막판 선두 경쟁에 보탬이 되기도 했다.  

최채흥보다 1년 먼저 프로 무대에 입성한 최지광은 2019년부터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최근 3년간 매 시즌 50경기 이상 등판했다. 주어진 역할을 소화한 것만으로도 팀 입장에서는 최지광의 존재감이 컸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최지광(163⅔이닝)이었다. 리그 전체 구원투수로 범위를 넓혀봐도 최지광보다 많은 이닝을 던진 투수는 8명밖에 없을 정도로 긴 시간 동안 마운드를 책임졌다.

어느 한 명이라도 빠지면 마운드 운영이 쉽지 않은데, 내년에는 두 선수 없이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외부 수혈로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 결국 기존에 있던 투수들이 공백을 메워주는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백정현이 아직 도장을 찍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으로선 반드시 그를 품어야만 한다.

백정현이 아직 도장을 찍지 못한 상황이다. 삼성으로선 반드시 그를 품어야만 한다. ⓒ 삼성 라이온즈

 
올겨울 마운드 재정비 제대로 해야 하는 삼성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당면과제인 FA 백정현과의 재계약 여부가 더 중요해졌다. 올 시즌 157⅔이닝을 던지면서 무려 14승이나 기록한 선발 투수를 잃게 된다면 최채흥의 군입대와 더불어 삼성 선발진에 큰 공백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마지막 등판이었던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다소 부진한 투구를 펼쳤지만, 그래도 팀 사정상 여전히 백정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예상보다 계약이 늦어지고 있어 백정현과 삼성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을 묶는 것 역시 삼성이 풀어야 할 과제다. 패스트볼 평균구속(올해 145.3km)이 전년도(146.6km)보다 떨어져 일각에서는 더 좋은 투수를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 등 다각도로 고려했을 때, 뷰캐넌급 이상의 선발 투수를 데려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플레이오프까지 팀의 1선발 노릇을 해준 선수다.

불펜 역시 최지광이 빠진 것에 대한 대비가 이뤄져야 한다. 오승환, 심창민, 우규민 등 대체적으로 중고참급 투수들이 필승조를 이루고 있어 문용익, 홍정우 등 올 시즌 가능성을 드러낸 젊은 투수들이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뚜렷한 전력 누수 없이 개막전을 치른 올 시즌과는 확실히 느낌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2022시즌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삼성 마운드가 주축 투수의 이탈에도 무너지지 않고 위용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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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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