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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80년대에 20대를 보냈는데, 보수적이고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느라 귀가 통금이 오후 9시를 넘지를 못했다. 후배들을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생활이 지겨워진 나는 서른이 되면서 드디어 독립을 선언하게 된다.

이제 나도 클 만큼 컸으니 집을 나가 독립적인 삶을 살겠다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린 것이다. 머릿속으로 엄청나게 계산기를 두드려서 혼자 살 궁리를 했건만 아버지는 단번에 반대를 하셨다. 시집도 안 간 과년한 딸을 밖에 내놓으실 준비가 여전히 안 되신 것 같았다. 

"쟤가 도대체 왜 저래?"

아버지가 어머니께 물으신 말씀이었다. 멀쩡한 집을 두고 왜 나가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속상한 마음을 보이시는 아버지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쟤도 이제 나이가 서른인데, 언제까지나 그렇게 통금과 구속을 당하면서 살고 싶겠어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통금이 사라졌다. 아버지가 주신 타협선이었다. 이것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그러나 세상은 역시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당시는 자정이 되면 모든 술집과 음식점이 영업을 중지해야 하는 시기였다. 

모든 구속과 금지가 당연히 여겨지던 시절
 
닭똥집 튀김과 집에서 만든 청주
 닭똥집 튀김과 집에서 만든 청주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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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 새로이 유행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하이텔 통신이었다. 지금이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때에는 보급형 하이텔이 생기기 시작하던 시절이었고, 익명의 사람들이 닉네임만 가지고 서로 교류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동호회를 만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는 친목을 도모한다고 툭하면 모임을 가졌고, 그러다가 자정이 넘어 쫓겨나면몰려갔던 곳이 실내 포장마차 집이었다. 그 집의 기본 메뉴는 우동과 짜장이었지만, 밤에는 거기에 닭똥집 튀김과 소주를 얹어 문을 닫고 몰래 영업을 하였다. 

그 집의 짜장면은 정통 중국집 스타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짜장라면 같은 맛도 아니었다. 뭔가 구수한 그 집만의 맛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늘 볶음으로만 접하던 닭똥집을 그 집에서만 튀김으로 해서 팔았는데 맛이 정말 기가 막혔다.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고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맛은 우리를 얹제나 그 집으로 향하게 했다.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면 문을 닫을 거라고 늘 말씀하시던 주인아저씨는 정말로 어느 날 영업을 그만두고 사라지셨다. 그래서 그 기가 막힌 닭똥집을 우리는 다시는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그때 함께 나눴던 젊은 날의 고민과 흥겨웠던 시간 덕분에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 가끔 만날 때면, 그 추억을 소환해서 닭똥집 대신 함께 씹곤 했지만 3년 전 캐나다로 이민 온 이후, 그 추억을 같이 씹을 친구들도 만날 수가 없었는데...
 
영어로는 gizzard 라고 부르는 닭똥집. 한근에 5천원 정도
 영어로는 gizzard 라고 부르는 닭똥집. 한근에 5천원 정도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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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새로 간 슈퍼마켓에서 자연 방사 닭똥집을 발견한 것이다! 30년 전 기억이 소환되면서 닭똥집을 향한 사랑에 불이 붙어 그것을 두 팩이나 덥석 집어 들었다. 그게 바로 최근 우리 식탁에 닭똥집이 오른 계기가 되었다.

닭똥집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남편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정말 정성껏 준비했다. 잘못 조리하면 냄새가 나기 때문에 깨끗하게 씻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었다. 소금을 뿌려서 문지르고, 다시 밀가루를 뿌려서 열심히 문질러 씻었다. 물로 헹군 후에도 잘 들여다보면서, 색이 누런 부분이나 지방이 뭉친 부분이 있으면 깨끗이 제거해줘야 한다.
 
붙어있는 지방이나 지저분한 것들을 깔끔하게 닦아내야 냄새가 안 난다.
 붙어있는 지방이나 지저분한 것들을 깔끔하게 닦아내야 냄새가 안 난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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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씻었다 싶으면 다시 소주나 와인을 뿌려서 잠시 둔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냉장고에서 한나절 정도 두면 더욱 좋다. 그리고는 건져서 물기를 닦아준다. 키친타월이나 면포를 사용해서 완전히 마르게 닦아준다. 튀길 것이니 물기가 최대한 없도록 해야 한다. 
 
닭똥집의 동글동글한 부분을 반으로 가르듯 길게 잘라준다.
 닭똥집의 동글동글한 부분을 반으로 가르듯 길게 잘라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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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크기로 잘라준 후 마늘가루와 소금, 전분을 뿌려 골고루 코팅해 준다. 이제 튀김옷을 만들어 담갔다가 튀겨내면 끝이다. 토실한 근육이 잘 안 익는 것 같다고 너무 오래 튀길 필요는 없다. 한 2~3분 정도 튀기고 나서 건져낸 다음, 타 튀긴 후에 전체를 다시 한번 2~3분 튀겨주면 속까지 다 익고 더 바삭하다. 
 
애벌튀김을 한 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튀겨준다. 그리고 수분을 날려줘야 바삭하다
▲ 닭똥집 튀김 애벌튀김을 한 후,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튀겨준다. 그리고 수분을 날려줘야 바삭하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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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요리는 다 튀긴 후에 기름을 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수분을 날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바삭해진다. 두 번 튀기는 것도 그 이유이다. 따라서 튀긴 후에도 뜨거울 때 수분이 충분히 날아갈 수 있도록, 겹치지 않게 늘어놓는 것이 좋다.

남편이 볼 일 보러 잠깐 나간 사이에 내가 다 튀겨놨더니 남편이 들어왔다. 이건 왜 튀겼냐고 묻는데, "글쎄 저녁에 먹을까 하고..." 라며 말을 흐리니, 장난스레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얼른 말을 바꿔서, "애피타이저나, 아니면 간식?" 그랬더니 씩 웃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포장마차처럼 후다닥 접시에 담아서, 집에서 만든 청주를 곁들인 오후 간식을 하였다. 옛날 맛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전혀 냄새 안 나고, 고소하고 쫀득하여 순식간에 사라졌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나눠주니, 그도 나의 그 시절에 자신도 찾아가서 함께 놀고 싶다며 웃었다. 이젠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간단한 한 접시로, 짤막한 시간여행을 했다. 코비드 시대, 외식이 만만하지 않지만, 이렇게 집에서 실내 포장마차 흉내내기도 괜찮은 듯하다.

닭똥집 튀김

닭똥집(닭근위) 600g, 굵은소금 1/8 컵, 밀가루 1/3컵, 소주 1/2컵, 마늘가루 1 작은술, 소금 1/2 작은술, 전분 반컵, 튀김가루1컵, 물+달걀흰자 합쳐서 1컵반, 튀김용 기름

1. 닭똥집에 소금을 뿌려서 바락바락 문지르고, 다시 밀가루를 뿌려서 문질러준다.
2. 찬물로 깨끗하게 헹구고, 지저분한 부분은 싹 씻어낸다.
3. 와인이나 소주에 잠시 담가 둔다. 하룻밤 담근다면 냉장고에 보관한다.
4. 건져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완전히 닦아낸다.
5. 먹기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준다.
6. 마늘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버무려주고, 다시 전분을 넣어 버무린다. 
7. 튀김옷을 만든다. 달걀 흰자를 섞어 넣으면 튀김이 더욱 바삭해진다.
8. 적당히 달궈진 튀김기름에 넣어서 3분 정도 튀겨낸다. 
9. 다 튀기고나면, 제일 먼저 튀긴 것부터 다시 3분씩 더 튀겨낸다.
10. 양념간장이나 소금을 찍어서 먹는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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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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