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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냉동고에서 갈비와 설도를 꺼내왔다. 우리집은 요새 냉동고 털이를 하느라 매일 소고기를 먹는다. 이것은 진정 행복한 비명이 맞다. 최근에 쇠고기를 반마리 구입(관련기사)하였는데, 냉동실에 아직 작년 고기가 좀 남은 게 있어서 부지런히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갈비를 보는 순간 갈비찜 생각이 나서 이건 내가 해결할테니, 설도 스테이크는 당신이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갈비찜은 낮에 해동 시켜서 저녁에 탄생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다음날을 위한 갈비를 손질하고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이 저녁을 만들게 되었다. 다국적인 우리 식탁에서는, 양식은 남편이, 한식은 내가 맡아서 하기 때문에 이날 저녁은 양식으로 당첨 된 셈이다.

냉동고에 남은 작년 고기 중에 유일한 스테이크는 설도(flank) 부위였다. 사실 이 부위는 그리 연하지 않아서, 한국에서는 얇게 썰어서 주로 불고기감으로 이용된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스테이크 용으로 제법 두툼하게 썰어서 나오기에 좀 색다른 조리법이 필요했다. 

남편이 선택한 것은, 이름도 생소하고 발음도 어려운 브라치올레(braciole)였다. 이탈리어로 '둘둘 말아서 익힌 고기를 썰은 것'이라는 뜻이다. 고기를 부드럽게 두드려서 얇게 편 후에, 치즈와 빵가루 등을 넣어서 돌돌 말아서 익히고, 나중에 김밥처럼 썰어서 서빙하는 음식이다.

우선 베이킹소다 푼 물에 30분 정도 고기를 담가서 연육 및 핏물 빼기를 진행했고, 그 다음 깨끗이 씻은 후 연육도구를 이용해서 열심히 납작하게 만들었다. 고기망치를 이용해도 좋고,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정육점에서 설도를 산적거리로 눌러달라고 하면 간편할 것이다.
 
고기 연육 시키는 남편의 손. 새끼손가락 봉숭아 물이 보인다
 고기 연육 시키는 남편의 손. 새끼손가락 봉숭아 물이 보인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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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는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갈아 얹고, 파슬리가루, 소금, 후추, 마늘가루, 그리고 빵가루를 얹어주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남편이 밀가루를 못 먹어서 빵가루 대신, 돼지껍질 튀김을 갈아서 뿌려주었다.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이름의 치즈는 이탈리아 정통 치즈인데, 없으면 파마잔 치즈로 대신할 수 있다.
 
파슬리와 파마잔치즈, 빵가루와 파슬리, 마늘가루, 소금, 후추를 볼에 넣어 섞어준 후, 고기 위에 고루 눌러준다
 파슬리와 파마잔치즈, 빵가루와 파슬리, 마늘가루, 소금, 후추를 볼에 넣어 섞어준 후, 고기 위에 고루 눌러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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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는 김밥 말듯이 돌돌 말아주었다. 되도록 타이트하게 말아주는 것이 좋고, 다 된 후에는 시침실이나 면끈으로 묶어서 고정을 해준다.
 
김밥 말들이 돌돌 말아준 후, 실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김밥 말들이 돌돌 말아준 후, 실로 단단하게 묶어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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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리브 오일을 두른 냄비에 넣어서 겉면을 그을려준다. 대부분 서양 요리는 이런 식으로 고기를 먼저 갈색으로 굽고 나서 다음 단계로 넘기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진행했다. 
 
고기의 겉면을 먼저 고루 익혀준다.
 고기의 겉면을 먼저 고루 익혀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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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글 쓴다고 딴짓 하는 사이에 남편의 브라치올레는 어느덧 거의 소스에 잠겨 있었다. 과정을 물어보았더니, 잘게 썬 양파를 그 기름에 살짝 볶아 준 후, 토마토 소스를 부었다고 했다.

이렇게 푹 담가서 한 시간을 뭉근히 끓여준다. 그러면 토마토 소스가 고기 안으로 스며들면서 풍미가 더해지고, 고기가 연해진다. 남편이 사용한 토마토 소스는 지난 가을 집에서 캐닝한 토마토와 페이스트였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일반 가정에서는 토마토캔이나 아니면 시판 스파게티 소스를 사용해도 괜찮으리라 보인다.
 
소스에 잠긴 브라치올레
 소스에 잠긴 브라치올레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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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의 두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시간에서 1시간 반 가량 푹 익혀준다. 불은 뭉근하게 해서 고기가 천천히 익도록 한다. 고기가 거의 다 익어갈 무렵, 다른 냄비에 파스타 면을 끓여서 준비한다. 
 
뜨거운 고기를 집게로 잡고 조심스레 잘라준다
 뜨거운 고기를 집게로 잡고 조심스레 잘라준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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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된 고기를 꺼내서 도마에 얹고 잠시 쉬게 한다. 그동안 소스를 프라이팬에 적당히 덜고, 준비된 파스타를 섞어 따끈하게 볶는다. 뜨거운 고기를 조심스레 차곡차곡 썰어주고, 접시에 파스타를 먼저 담은 후, 그 위에 고기를 얹어준다. 그리고 소스도 추가로 다시 끼얹어서 서빙하면 된다.
 
브라치올레 스파게티. 위에 파스타를 뿌리고 파슬리로 장식하면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브라치올레 스파게티. 위에 파스타를 뿌리고 파슬리로 장식하면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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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에 파르미지아노 치즈를 갈아서 함께 내고, 먹기 전에 위에 뿌려주면 이탈리안 저녁 식사로 손색이 없다. 고기는 살짝 쫀득하면서도 질기지 않았고, 토마토 소스와 어우러져서 촉촉했다. 파슬리를 다져서 뿌리거나, 아니면 통으로 장식하고 레드와인을 곁들이면,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 간단히 축하를 하는 날 이런 메뉴를 준비해도 좋을 것이다.

브라치올레 레시피

산적용 소고기(설도 또는 우둔살) 1근, 전체 한 덩어리로 눌러서 준비, 올리브유 1큰술, 빵가루 120ml, 파슬리 한 줌(잎만 모아 잘게 다져서 준비), 파르미지아노 치즈(갈아서 120ml, 없으면 파마잔 치즈 사용 가능), 마늘 다져서 2쪽, 말린 오레가노 1 작은술, 소금, 후추 한 꼬집, 올리브유 3큰술, 다진 양파 1개, 레드와인 120ml, 토마토소스 900ml, 이탈리안 시즈닝, 소금, 후추 약간, 스파게티 면

1. 산적용 고기를 두드려서 연육을 충분히 시키고 최대한 얇게 만든다. 
2. 그 위에 올리브 오일 1큰술을 발라준다.
3. 빵가루와 파슬리, 치즈, 마늘, 오레가노, 소금, 후추를 섞어서, 고기 위에 고루 눌러준다
4. 김밥 말듯이 단단히 말아주고, 시침실이나 면실로 묶어서 고정해준다.
5. 냄비를 달군 후,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고기의 모든 면을 고루 그을려준다.
6. 양파 다진 것을 넣어서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힌다.
7. 바닥에 눌은 부분에 와인을 뿌려서 녹여주고, 토마토소스와 소금 후추 넣고 끓인다.
8. 팔팔 끓거든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어 뭉근하게 한 시간 반 정도 끓여준다.
9. 시간이 거의 다 되거든, 스파게티 면을 따로 끓여서 준비해준다.
10. 고기가 충분히 연해지면 꺼내서 도마에서 김밥 썰듯이 썰어준다.
11. 스파게티를 그릇에 담고, 소스 붓고, 그 위에 고기를 얹어준다.
12. 위에 치즈 간 것과 파슬리를 뿌려주고 서빙한다.

덧붙이는 글 | 작가의 브런치에도 같은 내용이 실립니다. (https://brunch.co.kr/@lachou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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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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