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안방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제물로 3연승을 내달렸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28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페퍼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25-15,25-19,25-23)로 승리했다.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도로공사는 2세트부터 변화무쌍한 서브로 페퍼저축은행의 리시브를 흔들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최근 3경기에서 승점 8점을 적립한 도로공사는 4번째로 승점 20점 고지를 밟았다(7승4패).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켈시 페인이 39.23%의 점유율과 52.94%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며 28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중앙공격수 배유나와 정대영도 블로킹 7개를 포함해 19득점을 합작하며 높이에서 우위를 점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박정아(6득점)와 문정원(1득점)이 부진했지만 승점 3점을 따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1세트 초반 교체 선수로 들어와 블로킹 2개를 곁들이며 12득점을 올린 '특급조커' 전새얀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특급조커
 
 센터가 약한 구단들은 190cm의 정호영을 벤치멤버로 거느리고 있는 인삼공사가 매우 부러울 수 밖에 없다.

센터가 약한 구단들은 190cm의 정호영을 벤치멤버로 거느리고 있는 인삼공사가 매우 부러울 수 밖에 없다. ⓒ 한국배구연맹

 
많은 배구팬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 한 팀의 전력을 알아볼 때 그 팀의 스타팅 라인업이 얼마나 강한지를 우선적으로 살핀다. 하지만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이 가세하면서 한 시즌에 팀 별로 36경기를 치러야 하는 V리그에서 주전 선수들의 힘만으로는 좋은 성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경기 중간에 코트에 들어와도 얼마든지 주전 선수 못지 않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벤치 멤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개막 후 11연승을 내달리고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황민경과 고예림이 주전 윙스파이커로 활약하고 있지만 두 선수 중 한 명이 흔들리거나 공격력을 끌어 올려야 할 때는 언제든지 정지윤이 교체 선수로 투입된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가 부상으로 결장했을 때는 '기록의 여왕' 황연주가 빈자리를 메웠다. 현대건설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웜업존에서 출격대기를 하고 있는 무서운 팀이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양효진(현대건설)을 제치고 블로킹 1위를 차지한 한송이를 보유한 팀이다. 한송이는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39세가 되는 노장 선수지만 인삼공사에는 190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센터 유망주 정호영이 버티고 있어 인삼공사는 한송이의 체력저하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챔프전 MVP 이소영(인삼공사)이 떠난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 KIXX는 강소휘와 함께 지난 시즌을 앞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유서연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유서연은 174cm의 작은 신장에도 야무진 플레이로 GS칼텍스의 왼쪽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차상현 감독은 유서연이 흔들릴 것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다. 지난 4월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윙스파이커 최은지를 영입한 것이다.

도로공사 역시 최근 든든한 백업 멤버의 효과를 톡톡히 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표적인 팀이다. 도로공사는 지난 21일 인삼공사와의 경기부터 토스가 흔들렸던 이고은 세터 대신 실업팀 수원시청 출신의 루키 이윤정 세터를 중용했고 도로공사는 이윤정 세터가 주전으로 출전한 3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그리고 김종민 감독은 이번 시즌 윙스파이커 전새얀을 통해 또 한 명의 백업선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3연승 기간 동안 공격성공률 54.55% 맹활약
 
 전새얀은 도로공사가 3연승을 거둔 기간 동안 무려 54.55%(24/44)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전새얀은 도로공사가 3연승을 거둔 기간 동안 무려 54.55%(24/44)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기업은행에 입단한 전새얀은 두 시즌 만에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전새얀은 이적 첫 시즌부터 문정원이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고예림(현대건설), 최은지 등과 함께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아 27경기에서 72세트 동안 133득점을 올리는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전새얀은 그 후 두 시즌 동안 벤치를 달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도로공사는 2017-2018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클러치박' 박정아를 영입했다. 김종민 감독은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 이바나 네소비치에게 공격을 맡기고 임명옥 리베로와 문정원이 수비를 책임지게 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결국 전새얀은 도로공사가 첫 통합우승의 감격을 누린 2017-2018 시즌 44세트에서 15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전새얀의 입지는 51세트에서 32득점을 올린 2018-2019 시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2019-2020 시즌부터 팀의 공격을 다변화하기 위해 178cm의 괜찮은 신장을 가진 전새얀의 출전시간을 늘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재얀은 2019-2020 시즌 135득점, 2020-2021 시즌 140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에서 중요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작년 5월 유서연을 GS칼텍스로 보냈을 때도 전새얀을 지켰다는 것은 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이 전새얀을 반드시 필요한 조각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28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도 전새얀은 문정원에게 주전자리를 내주고 웜업존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경기 초반부터 문정원이 서브득점 2개를 허용하며 크게 흔들렸고 김종민 감독은 4-7로 뒤진 상황에서 전새얀을 투입했다. 이후 사실상 풀타임으로 경기를 소화한 전새얀은 블로킹 2개와 함께 팀 내 토종 선수 중 가장 많은 12득점을 올렸고 16번의 공격시도 중 10개를 성공시키며 무려 62.50%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40.28%의 공격성공률을 자랑하는 전새얀의 약점은 서브리시브다. 실제로 이번 시즌 전새얀의 리시브 효율은 25.13%에 불과하다. 저점을 찍었던 2019-2020 시즌의 16.35%보다는 다소 향상됐지만 오히려 지난 시즌(27.37%)보다 더 하락한 수치다. 전새얀이 수비에서도 도로공사의 리시브라인을 책임질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김종민 감독은 큰 망설임 없이 전새얀을 도로공사의 주전 윙스파이커로 투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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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전새얀 특급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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