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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표지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표지
ⓒ 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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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피아노 연주자를 꿈꾼다. 축구를 잘하면 축구 선수를, 노래를 좋아하면 가수를 꿈꾼다. 하지만 어린 시절 도드라지는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은 어떨까? 특출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뒤떨어지지도 않는 사람들은 평범한 학창 시절을 지나 평범한 어른이 된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야 하는 순간, 또는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순간 고민에 빠진다. '내가 잘하는 게 뭐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세상엔 천재보다 범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그 말은 곧 자신이 나아갈 길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얼마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인 지금, 자신의 뚜렷한 경쟁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일순위로 떠올리는 것은 9급 공무원이다. 9급 공무원에 정확히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으며 터득한 '시험공부'만 열심히 하면 합격에 희망을 걸어봄직 하기 때문이다.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의 이지영 작가 또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았다. 수능점수도 어중간해서 집에서 가까운 국립대에 들어갔다. 행정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가정환경의 영향이었다. 어릴 적부터 작가의 어머니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무원이 되라고 말했다. 그러다 아버지가 집을 떠나 어머니와 둘이 살림을 꾸려나가야 할 처지가 되었고 작가는 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다. 주위를 살펴보면 가족이든 친구이든 이웃이든 '공시생'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그 중 합격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막상 '공무원이 되었더니 이렇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는 더욱 귀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모두가 목매는 9급 공무원에 합격해놓고 3개월 만에 사직서를 내는 사람이 왜 생기는 건지, 도대체 9급 공무원이 등본 떼는 것 말고 무슨 일을 하는지 등 누구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9급 공무원의 실상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9급 공무원을 두고 상반된 관점이 존재한다. 누군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면 '요즘 같은 때에 대단하네'라는 소릴 듣지만, 막상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다보면 '너 같은 게 뭔데 안 된다는 거야!' 따위의 막말을 듣는다. '요즘 같은 때'에 '그 어려운 시험'을 뚫고 합격한 사람에게 왜 무식하다느니, 멍청하다느니, 심하면 쌍욕까지 곁들여서 막말을 하는 걸까?

내 생각은 이렇다.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이 어려운 건 알지만(뉴스에서 매번 공시생이 몇이고 합격률이 몇이고 하는 소릴 하니까), 일하는 게 어려운 건 모르기 때문이다. 9급 공무원이 정확히 어떤 근무를 하는지는 그 직군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기 힘들다. 막연히 '공무원=철밥통'이라는 인식에,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그것도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상만 퍼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보니 힘들게 시간 내서 주민센터까지 갔는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뜸 그 직원을 무시하고 하대하는 것이다.(거기다 저 사람들이 받는 월급이 피같은 내 세금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화내기가 더 쉬워진다.)

"9급으로 임용되면 동 주민센터로 발령이 날 텐데 동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나요?" 작가가 면접에서 받은 질문이다. 작가는 그동안 수험서만 달달 외웠을 뿐 9급 공무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궁금해 하지도 않았기에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없었다. 이것이 꼭 작가의 경험만은 아닐 것이다. 9급 공무원을 하려는 사람도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모르는 게 현실인데, 주민들이라고 공무원의 업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겠는가?

작가는 현장에 투입되고 나서 여러 번 회한에 빠진다. 그동안 열심히 공부해온 지식을 전혀 활용할 여지가 없는 업무를 맡을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공무원 됐나?' 하는 의문이 절로 따라왔다. 그럼에도 작가가 10년을 버틴 건 '철밥통'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안정적인 수입과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은 무시하지 못할 공무원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3장의 소제목처럼 '그래도 철밥통보다 중요한 게 있'다.

철밥통이든 어쨌든 공무원도 직업이다. 일부 무책임한 사람을 제외하면 공무원에게도 직업의식이 있다는 말이다. 비록 몰상식한 민원인에게 언어폭력을 당하더라도 누군가가 건넨 고맙다는 말에 다시 기운을 내고, 원치않은 복지과에 발령을 받았더라도 어느 순간 복지대상자들의 완전한 자립을 진심으로 바라게 되고, 선거 기간에는 선거인명부 작성, 투표 안내문 및 공보물 작업, 투표함 전달까지 선거 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높은 '투표율'을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게 작가의 솔직한 경험담이다.

아무리 월급이 '존버'의 결정적인 이유라 하더라도,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돈만 보고 일한다면 오래 일하기는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이 정도 받으면서 이런 일까지 참아야 해?'라는 생각을 잠재워주는 건 내가 사회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뿌듯함이다.

9급 공무원의 근무지인 주민센터는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기 위해 꼭 필요한 행정기관이다. 이제는 9급 공무원을 '철밥통'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게 어떨까.

나는 9급 공무원입니다 - 88년생 요즘 공무원의 말단 공직 분투기

이지영 (지은이), 웅진지식하우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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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해지고 싶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달라지는 것에 겁을 먹는 이중 심리 때문에 매일 시름 겨운 거사(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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