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팀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정규시즌 4위팀이 준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따냈다.

'정규시즌 4위' 두산 베어스가 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정규시즌 5위' 키움 히어로즈를 16-8로 꺾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LG 트윈스와 준플레이오프서 맞붙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잠실 라이벌 두 팀의 준플레이오프 맞대결이 성사됐다.

원정에서 시리즈를 맞이한 키움이 1차전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5년 만에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차전까지 펼쳐졌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계속된 4위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 확률 100%는 올해도 이어졌다. 

김민규의 호투, 다득점으로 분위기 압도한 두산   

경기 후반이 다 되서야 상대 선발로부터 첫 점수를 뽑은 1차전과 달리 2차전에서는 선취점에 추가 득점까지 어렵지 않게 얻어냈다. 특히 나란히 3안타 경기를 펼친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페르난데스가 부지런히 밥상을 차렸고, 전날 4타수 무안타에 그친 양석환 역시 3개의 안타를 기록해 제 몫을 다했다. 이날 두산이 뽑은 안타는 20개에 달했다.

9-4로 앞서던 6회말이 압권이었다. 1사 1, 3루에서는 더블 스틸로 3루 주자 김재환이 홈 쇄도에 성공했다. 정규시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고 있는 최원태-박동원 배터리의 혼을 완전히 빼놓았다. 그 이후 무려 5점을 더 보탠 두산은 사실상 7회초에 돌입하기도 전에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타선의 다득점과 더불어 마운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선발 중책을 맡은 김민규의 호투가 결정적이었다. 1차전 선발 곽빈과 똑같이 4⅔이닝을 던졌고, 5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3실점으로 맞춰잡는 투구에 집중했다. 승계주자 두 명을 남기고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것 이외에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생각해보면, 지난해 가을에도 김민규는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플레이오프부터 5경기에 등판, 12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내주는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서 2차전, 4차전에 구원 등판해 5.2이닝 무실점으로 선전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는 4차전 선발 투수로 등판해 송명기와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면서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하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를 가늠할 수 없었던 10월 28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서 4⅓이닝 1실점으로 눈도장을 받은 데 이어 2일 키움전 호투로 다시 한 번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대로라면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선발 투수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중반 이후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자 양 팀 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경기 중반 이후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자 양 팀 팬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 유준상


'이정후 원맨팀' 키움, 선발 총동원에도 와르르 붕괴   

로테이션상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외국인 투수 에릭 요키시의 등판은 불가능했다. 대신 정찬헌에 이어 한현희, 최원태까지 길게 던질 수 있는 선발 투수들을 모두 구원 투수로 대기시키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냈기 때문에 홍원기 감독으로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시즌 내내 선발 정찬헌의 투심에 당했던 두산 타자들은 1회말부터 적극적인 타격으로 압박했고, 결국 양석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주도권을 내줬다. 2회말 선두타자 강승호가 안타로 출루하자 키움 불펜서 한현희가 워밍업을 시작했는데, 반드시 경기를 잡겠다는 홍원기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다.   

홍 감독의 의도가 나쁘지 않았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선발 장찬헌이 1⅓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떠났고, 두 번째 투수 한현희가 2⅓이닝 8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5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선발 매치업을 고려하면 4점 차 정도는 그렇게 큰 점수 차가 아니었는데, 한현희의 등판 이후 추가 실점을 내준 장면들은 다소 뼈아팠다. 6회말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세 번째 투수 최원태의 투구 내용도 불만족스러웠다. 

  4회초 송성문의 1타점 적시타로 침묵을 끝낸 키움은 5회초 2사서 선발 김민규를 끌어내렸고, 만루 찬스를 3타점 싹쓸이로 장식한 이정후의 활약으로 5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격차가 벌어지고도 추격 의지를 드러낸 것은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8점 차를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용규, 전병우 정도를 제외하면 타선에서 유일하게 4안타를 때린 이정후를 도와주는 타자를 찾기 힘들었다.   

10월 말까지 SSG 랜더스, NC 다이노스 등과의 5강 경쟁에서 정규시즌 최종일에 5위를 확정지으면서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꾸었다. 술자리 파문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한현희와 안우진을 복귀시키는 초강수를 두었고, 결과적으로 가을야구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모두 '이정후 원맨팀'이나 다름이 없었던 키움은 전력 차이를 실감하며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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