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복귀 경기를 치르며 2021년 규정 이닝을 채웠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류현진은 9월 29일(이하 한국 시각) 캐나다 온타리오 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조기 강판을 당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은 경미한 목 부상으로 10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복귀했고, 그동안 불펜 피칭을 하면서 그 이전에 좋지 않았던 부분을 점검했다.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잡기 위해 힘을 썼던 류현진은 5회 1사에서 교체되면서 조기 강판을 당했다.

류현진은 시즌 164이닝을 기록하면서 3시즌 연속 메이저리그 규정 이닝을 넘겼다는 점에 만족해야 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이닝(162이닝)을 충족한 시즌은 2013년(192이닝), 2019년(182.2이닝), 2020년(67이닝, 60경기 단축 시즌)에 이어 이번 2021년이 네 번째 시즌이다.

운이 따라주지 못하는 로저스 센터 경기

류현진은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 직전 2경기에서 2.1이닝 7실점, 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3점 대였던 류현진의 시즌 평균 자책점은 4.34까지 치솟았던 상태였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합해 규정 이닝을 넘긴 시즌 중 류현진이 4점 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팀이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을 하고 있는 살얼음판 위에 있는 상황에서 류현진은 와일드 카드 경쟁 상대인 양키스를 만났다. 이전까지 류현진은 올 시즌 양키스를 상대로 4경기 2승 무패 평균 자책점 1.88을 기록,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경기 초반 무실점으로 잘 던지던 류현진은 3회초 2사에서 애런 저지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일단 팀이 2-1로 리드를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투수 요건을 앞두고 있었던 5회초 문제가 생겼다. 브렛 가드너를 3루 땅볼로 처리한 뒤 지오 어셀라에게 안타를 허용했고 뒤이어 DJ 르메이휴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여기서 타석에 앤서니 리조가 들어섰다. 류현진이 리조에게 맞은 타구는 비교적 짧았다. 2루에 있던 어셀라가 3루를 돌아 홈으로 달리고 있었고, 좌익수 코리 디커슨이 충분히 아웃에 도전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런데 디커슨의 송구가 포수의 미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자를 맞히고 말았다. 주자가 타구에 맞으면 아웃이 되지만, 수비 방해 동작을 취하지 않은 채 송구에 맞으면 아웃과 관련이 없다. 어셀라가 홈을 밟으면서 2-2 동점이 되었고, 블루제이스의 리드는 날아가고 말았다.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으려고 찰리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애덤 심버로 교체하면서 양키스 타선의 흐름을 끊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심버가 이후 후속타로 추가 실점하며 류현진이 남겨 놓았던 승계 주자가 추가 득점했고, 류현진의 실점은 3점으로 늘어났다.

류현진의 시즌 10패,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처음

93구를 던지며 4.1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한 류현진은 시즌 평균 자책점이 4.34에서 4.39로 더 올라갔다. 시즌 10패를 기록하게 되었는데,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이었고, 프로 데뷔 이후로는 한화 이글스 시절이었던 2009년(28경기 189.1이닝 13승 12패 3.57) 이후 두 번째인 두자릿수 패배 시즌이다.

류현진은 9월 4경기에서 1승 2패 평균 자책점 9.20에 그치면서 한때 공동선두 그룹까지 유지했던 아메리칸리그 다승왕 경쟁에서도 멀어졌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 16승 8패 평균 자책점 3.08 237탈삼진)과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 14승 6패 평균 자책점 3.67)에 이은 공동3위까지 밀려났다.

타자들에게 친화적인 로저스 센터 경기만 봤을 때도 좋지 않다. 물론 캐나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대책으로 인하여 올해 8월부터 겨우 로저스 센터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된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33.1이닝 2승 4패이고 평균 자책점은 7.29나 된다. 시즌 피안타율이 0.257인데 로저스 센터 피안타율만 봤을 때는 0.309로 더 좋지 않다.

내셔널리그에서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던 투수가 아메리칸리그로 옮긴 뒤 평균 자책점 등 각종 지표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여러 사례가 있었다. 특히 투수들에게 있어서는 지옥의 디비전이라 불리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단축 시즌이 아닌 풀 시즌을 치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기 때문에 류현진 역시 이러한 사례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

이 날 패배로 시즌 87승 70패(0.554)를 기록한 블루제이스는 같은 날 3연승을 거둔 시애틀 매리너스(88승 70패 0.557)에게 반 경기 차이로 밀리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 카드 4위로 내려 앉았다. 와일드 카드 선두는 최근 7연승을 달리는 양키스(90승 67패 0.573)이며, 2위는 같은 동부지구의 보스턴 레드삭스(88승 69패 0.561)다.

아메리칸리그 15팀 중 디비전 챔피언 3팀을 제외한 나머지 12팀 중 상위 2팀에게는 단판 승부의 와일드 카드 결정전을 통해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할 기회가 주어진다. 블루제이스가 포스트 시즌 막차를 타게 될 기회는 앞으로 5경기 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시리즈를 치르고 있는 양키스와 2경기가 남았고, 바로 이어서 동부지구 최하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홈 3경기가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양키스의 남은 일정이 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3연전이라는 것이다.

일단 블루제이스가 지금의 선발 로테이션 순서를 유지한다면, 류현진은 정규 시즌 마지막 날 오리올스를 상대로 등판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블루제이스가 그 전에 와일드 카드 2위 이내의 성적을 확정한다면 바로 포스트 시즌을 준비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시즌 마지막 날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마지막 날이 되기 전에 와일드 카드 경쟁에서 최종 탈락할 경우에는 류현진이 마지막 날 등판하지 않고 그대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연봉 2000만 달러에 이르는 팀내 고액 연봉 선수이다 보니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시즌을 일찍 끝내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일단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을 예측하려면, 정상적인 순서로는 정규 시즌 마지막 날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다. 마지막까지 와일드 카드 경쟁 가능성이 남았다면 류현진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전에 탈락이 확정되었을 경우 부상 방지 차원에서 류현진을 일찍 쉬게 할 수도 있다.

류현진이 시즌 마지막 날에 등판하여 와일드 카드 2위 안에 들었을 경우, 류현진은 등판 간격 문제로 인해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나설 수 없다. 류현진은 디비전 시리즈 등판을 준비하면서 다른 선발투수에게 팀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 것이다. 블루제이스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패할 경우 류현진은 올해 포스트 시즌 등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일 블루제이스가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승리할 경우,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 등판했던 선발투수는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을 준비하며 다른 투수들이 디비전 시리즈 1차전과 2차전을 책임지게 된다. 등판 간격을 감안하면 류현진은 디비전 시리즈 2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류현진이 포스트 시즌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했던 시기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이 있다. 2015년과 2016년은 부상으로 인해 포스트 시즌에 참가하지 못했고, 2017년에는 시즌 막판 타구에 맞는 경미한 부상으로 인해 정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첫 풀 타임 시즌이라 팀에 큰 믿음을 주지 못한 것도 있었다.

올해도 류현진은 2017년 시즌 후반과 비슷한 상황이다. 경미한 부상도 있었고, 최근 3경기 연속으로 조기 강판을 당하면서 팀에 큰 믿음을 주지 못했다. 물론 2017년 다저스와는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 합류는 하겠지만, 일단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등판할 가능성은 적다.

류현진의 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인하여 팀의 와일드 카드 획득 가능성은 희미해진 상태이고, 이 때문에 시즌 마지막 날 운명을 류현진이 책임지게 됐다. 부상자 명단에 오를 때를 제외하고 오리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이 시즌 마지막 날 블루제이스에게 포스트 시즌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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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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