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3대 정부통령 민주당 신익희와 장면 후보 벽보(1956. 5.).
 제3대 정부통령 민주당 신익희와 장면 후보 벽보(1956. 5.).
ⓒ 국가기록원

관련사진보기

 
신익희는 25세 때 상하이 임시정부의 헌법인 '약헌'을 기초한 3인 중의 하나였다. 민주공화제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다. 그만큼 철저한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그런데 해방된 조국에서 이승만 정권이 민주헌정을 짓밟는 처사에 도전하여 민주당을 창당하고, 당원들의 선택으로 대선후보가 되었다. 한강 백사장 연설 중에 대통령을 국민의 '하인'이라 지칭하면서, 집권하면 국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켜나가겠다는 대목은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불러왔다.

그 다음에 여러분! 오늘날 우리 민주국가의 형편은 지나간 세대와는 달라요. 대통령이 대단히 능력 있고, 자격있고, 고귀한 듯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지만,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을 무어라 그러는지 여러분들은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인'이라고 불러요. '프레지던트'라고 불러요. '프레지던트'라는 말은 '심부름꾼'이 되는 '하인'이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하인인데 대통령 이외의 사람들, 부장ㆍ차장ㆍ국장이니 과장이니 지사니 무슨 경찰국장이니 군수니 경찰서장이니 또 무엇이니 하는 사람들이 거 뭣일까요? 하인 중에도 자질구레한 새끼 하인들이다 이 말이에요. 그러므로 하인이란 말은 심부름꾼이란 말을 비유로 얘기해 보면 농사짓는 집은 머슴군 같은 것이고, 장사하는 댁의 하인 같은 것입니다.

대통령이라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요, 그러므로 일 잘못하면 주인 되는 우리 국민들이 반드시 이야기하고, 반드시 나무라고, 반드시 갈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말입니다. 여러분! 이것이야말로 당연한 일입니다. 주인 되는 사람이 심부름하는 사람 청해 놓았다가 잘못하면 "여보게 이 사람, 자네 일 잘 못하니 가소." 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겠습니까?

요새 무슨 표어를 보면, '모시고' '받들고' '뭐고 뭐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만은 다 봉건 잔재의 소리입니다. 모시기는 무슨 할아버지를 모십니까? 받들기는 뭐 상전을 받듭니까? 이러므로, 만일 주인 되는 국민들이 언제나 "당신 일 잘못했으니 그만 가소." 그러면 두 마디 없이 "대단히 미안합니다. 나는 일 잘못했으니, 물러가겠습니다." 하고 가야 합니다.

그런데 요새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면 "가거라" 하면 "가? 어딜 가. 날더러 가라구? 당치 못한 소리" 거 좀 실례에 가까운 말이지만, 농사짓는데 논 속에서 무슨 논을 갈든지 할 때 논 속에 많은 거머리가 딱 달라붙으면 암만 떼려고 해도 자꾸 파고 들어갑니다. 거머리 달라붙듯이 딱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말이 통속적으로 애기됐습니다만, 우리 민주당에서 정치적인 원칙으로 내각책임제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 이 진리를 우리는 주장하자는 것입니다.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 위치한 동상
 해공 신익희 선생 생가에 위치한 동상
ⓒ 박정훈

관련사진보기

 
언제나 국민의 대표적인 국회에서 "당신 일 잘 못하니 정부 그만 둬!" 그러면 당연히 책임지고 물러가야만 한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요새 국회의 형편을 보면 한 당의 사람들이 굉장히 수효를 모아 가지고 될 일도 손을 들고, 안 될 일에도 손을 들고, 그래 가지고 전체의 올바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두통을 앓도록 하는 형편입니다.

쓸 데 없이 공연히 정부에서 괜찮게 하는 일에도 '가거라, 말아라' 하는 데에는 그것도 좀 어렵습니다. 그런 까닭에 말썽 많으면 가는 게 원칙이지만, 쓸 데 없이 공연한 험담이나 하고 가라고 하는 때에는 과연 이게 전 국민의 의사가 이런가, 아닌가? 그걸 또 알아보는 방식으로 해 가지고 정부에서는 국회를 한 번은 해산시키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내각 책임제가 가지는 근본 뜻일 것입니다.(『해공 신익희선생 연설집』, 발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해공 신익희 평전] 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해공, #신익희, #신익희평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냉전세력 극복하는 길을 찾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