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 존 포드> 영화 포스터

▲ <국부 존 포드> 영화 포스터 ⓒ 장크리스토프 클로츠



유타와 애리조나 사이에 있는 '모뉴멘트 밸리'는 서부 영화의 친숙한 장소다. 그런데 이곳은 서부 개척과 관련이 없다. 모뉴먼트 밸리의 거대한 암석들과 황량한 흙은 미국의 사회적, 경제적 토대를 이루는 농촌 지역과 어울리지 않는다. 서부의 광활한 황야와 고립된 공동체를 스크린에서 신화적 공간으로 만든 이는 존 포드 감독이다. 그는 헨리 폰다, 존 웨인, 제임스 스튜어트 등 대스타들과 함께 <역마차>(1938), <분노의 포도>(1940), <황야의 결투>(1946), <아파치 요새>(1948), <수색자>(1956),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등 걸작을 만든 영화사의 위대한 감독이다.

'서부 영화'란 장르를 새롭게 만들며 미국적인 신화를 창조한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대중들이 잘 모르는 인물로 남아있다. 존 포드 감독을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국부 존 포드>(2019)에서 존 포드 전기 작가로 유명한 조세프 맥브라이드는 "인터뷰에서는 존 포드가 자신을 진솔하게 드러내지 않는다"며 "뭘 하는지 대놓고 표현하는 일은 없었죠"라고 말한다. 1969년 피터 보그다노비치와 존 포드 감독의 인터뷰를 보자.

"상당히 정교한 랜드 러쉬 장면을 어떻게 찍었죠?"
"카메라로요."
"서부 영화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신 거죠?"
"잘 모르겠어요."

 
<국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국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장크리스토프 클로츠

 
<국부 존 포드>는 그의 자서전과도 같은 영화들 가운데 대표작을 뽑아 포드의 생각을 알려주는 단서를 찾는다. 존 포드 감독은 자신의 첫 번째 유성 서부극 <역마차>에서 비좁은 역마차 안에 등장인물들을 넣은 다음 위험한 여정 동안 서로의 가치관과 도덕의식을 드러내는 식으로 미국 사회를 꼬집었다. 철학자 세실 고로네는 <역마차>가 서부극, 나아가 영화 장르의 기본이 되는 인물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포드가 처음으로 선한 마음을 가진 매춘부나 정의로운 범법자 같은 인물들을 만들었을 때는 다들 모호하고 양면적이며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인물상이었단 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흔한 캐릭터 같아도 당시에는 아주 색다른 캐릭터였죠."

존 포드는 줄곧 "나는 이야기를 할 뿐, 정치를 건드리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그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분명 관객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다가가는 수단이었다. J.E. 스타인벡의 장편소설을 영화화한 <분노의 포도>가 대표적이다. 존 포드 감독은 대공황시대의 미국을 가로지르는 여정에 나선 농부 일가를 빌려 탐욕에 찬 자본가의 착취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존 포드 감독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미 해군에 자원하여 <미드웨이 전투>(1942), <12월 7일>(1943), <데이 워 익스펜더블>(1945) 등 프로파간다 색채가 짙은 작품을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후, 존 포드 감독은 다시 미국사를 영화에 담는 작업에 들어가 < OK 목장의 결투 >(1957)에서 모티브를 얻은 <황야의 결투>를 연출한다. 문학 교수 낸시 쉐버거는 존 포드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인 '서로 다른 형태의 남성성 대결'을 존 포드의 다면적인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라 분석한다.

"존 포드는 자신의 여성적인 면을 몹시 두려워했어요. 그가 창조한 미국 서부의 이상적인 영웅들은 포드가 갖고 싶어 했던 자기 자신의 일면이에요."
 
<국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국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장크리스토프 클로츠

 
존 포드의 영화에서 미국 원주민들은 특별한 위치를 갖는다. 그는 인디언들을 미국사에서 빼놓아선 안 될 존재로 여겼다. <수색자>(The Searchers)는 '백인은 선하고 인디언은 악하다'는 전통적인 대립 구도를 무너뜨리며 한 남자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Search) 과정과 줄곧 과거를 부정해 온 국가의 성찰(Search)이란 두 가지 의미의 탐색(Search)을 시도한다. 서부 시대의 질서가 총에서 법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다룬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로는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고 영웅담으로 미화하는 미국 사회를 비판하며 자신이 신화화한 기존의 서부극과 작별을 고했다. 

유명한 작품을 중심으로 존 포드를 분석하던 <국부 존 포드>는 영화 후반부에 소수 민족의 편에 섰던 행보를 다루며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버팔로 대대>(1960)와 <샤이안>(1964)를 검토한다. 존 포드 감독은 미국 전역에서 인종 갈등이 불거진 1960년대엔 젊은 백인 여성의 성폭행 및 살인 누명을 쓴 미 기병대 흑인 병장 터를리지를 주인공으로 한 <버팔로 대대>(1960)로 미국 백인 사회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의 마지막 서부극인 <샤이안>은 미국 원주민들에게 백인들이 저지른 만행을 인정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영화 역사가 체닐 네이퍼스는 시대를 앞선 존 포드의 시각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포드는 백인 관객들에게 특정 고정 관념을 심어준 후에 진실이 어떤지를 천천히 보여줘요. 2018년 배경이라면 백인 기병대 대신에 경찰을 넣으면 되겠죠."
 
<극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극부 존 포드> 영화의 한 장면 ⓒ 장크리스토프 클로츠

 
<국부 존 포드>는 러닝타임이 53분에 불과해 존 포드 감독을 깊이 있게 다루기엔 애초에 무리였다. 1941년에 일어난 진주만 공습을 1942년이라 설명하거나 <역마차>에 출연하기 전에 이미 B급 서부극의 스타였던 존 웨인을 무명이라 소개하는 등 다큐멘터리 영화로선 있어선 안 되는 실수도 아쉽다.

특히 존 포드의 영화와 트럼프 정부의 실정을 연결하는 정치적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말하자면 존 포드 감독의 삶과 영화를 다룰 땐 성공적이나 오늘날 미국 정치 현실을 언급할 적엔 성공적이지 못 한 작품이다.

다소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국부 존 포드>는 존 포드 감독을 이해하는 입문서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다. <국부 존 포드>를 보고 혹여 관심이 생긴다면 2018년 발간한 태그 갤러거의 책 <존 포드>를 추천하겠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존 포드 감독의 영화를 직접 감상하는 것이다. 참고로 현재 네이버에서 <역마차>, <모호크족의 북소리>(1939), <링컨>(1939), <분노의 포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 <데어 위 익스펜더블>, <황야의 결투>, <아파치 요새>, <황색 리본을 한 여자>(1949), <리오 그란데>(1950), <말 없는 사나이>(1952), <모감보>(1953), <수색자>, <서부개척사>(1962),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를 다운로드 서비스하고 있다. 제18회 EBS 국제다큐영화제 클로즈업 아이콘 상영작.
국부 존 포드 다큐멘터리 EBS 국제다큐영화제 장크리스토프 클로츠 존 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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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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