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고교야구의 강자 충암고등학교가 31년의 한을 풀었다. 

지난 22일 공주시립 박찬호야구장에서 열린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충암고등학교가 라온고등학교를 10-4의 스코어로 누르고 우승기를 높이 들어 올렸다. 충암고는 2학년 에이스 윤영철의 투혼을 펼친 활약과 타선의 폭발이 맞물려 상대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충암고등학교가 대통령배에서 우승한 것은 지난 1990년이 마지막이었다. 타 전국대회 역시 2011년 황금사자기 우승 이후 10년째 소식이 없었다. 충암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31년간 쌓였던 대통령배 우승기의 한을, 10년을 묵혔던 우승의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라온고등학교 역시 팀 창단 5년 만에 쟁쟁한 학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학교 역사상 첫 4강, 그리고 준우승까지 달성하는 기록을 차근차근 이번 대통령배에서 써내며 '꿈같은 대회'를 마쳤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향후 대회에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치고 받고... 결승전다웠던 두 학교의 일전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투구하는 충암고등학교 윤영철 선수.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투구하는 충암고등학교 윤영철 선수. ⓒ 박장식

 
경기 시작부터 두 학교의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라온고에서 선발투수로 나온 이상민, 그리고 충암고 선발투수 이태연이 두 번째 이닝까지 각각 무실점으로 결승전 첫머리를 책임졌다. 하지만 3회부터 0대 0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3회 초 충암고의 공격. 우승원과 조영준이 연달아 볼넷으로 걸어나간 이후, 더블 플레이가 가능한 상황에서 라온고 내야진의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충암고가 일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라온고는 한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지만, 4번 타자 김동헌의 타구가 좌측 외야를 완전히 갈라놓는 싹쓸이 2루타, 3타점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라온고 투수가 박진환으로 바뀐 뒤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긴 이닝을 마친 라온고. 라온고도 3회 말 따라가는 점수를 냈다. 충암고의 바뀐 투수, 2학년 윤영철을 상대로 차호찬 선수가 2사 상황 좌측 담장을 깔끔히 넘어가는 홈런을 때려내며 한 점을 따라가는 데 성공했다.

4회 말에도 라온고가 따라가는 점수를 내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권동혁이 안타를 쳐낸 뒤, 박찬양 역시 2루수 글러브 위를 스치는 안타를 내며 1사에 주자를 두 명 내보냈다. 라온고는 여러 작전을 동원한 야구를 통해 두 점을 따라가는 데 성공하며 극적인 균형을 맞춰냈다. 스코어는 3대 3.

이에 질세라 충암고도 달아나기 시작했다. 5회 초 선두 타자 조현민의 안타에 이어, 양서준이 내야를 완전히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쳐내면서 한 점을 다시 얻어냈다. 충암고는 이어진 6회 초에도 상대의 실책을 틈타 이건희가 홈에 쇄도하고, 조현민이 적시타를 쳐내면서 두 점을 달아났다. 스코어는 6대 3이 되었다.

6회 말에는 라온고도 한 점을 따라가는 점수를 내놨다. 라온고는 선두 타자 이호열의 안타에 이어 도루, 그리고 권동혁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추격을 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무사 1, 2루 상황 박찬양의 번트가 실패하고, 권동혁이 도루자를 당하는 등 작전의 미스가 나오며 한 점을 따라가는 데 그쳤다.

'쐐기타' 충암고... 31년의 한 풀어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홈으로 차례로 쇄도하고 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홈으로 차례로 쇄도하고 있다. ⓒ 박장식

 
경기 중반까지는 충암고가 타선의 응집력과 상대의 실책을 파고드는 센스로 점수를 내놓고, 라온고등학교는 작전을 바탕으로 충암고에 따라붙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경기 종반 감을 잡은 윤영철이 투혼을 선봬고, 충암고 역시 막판 집중력을 크게 발휘하며 경기 막판 분위기를 잡는 데 성공한다.

2학년 에이스 윤영철은 7회와 8회 위력투를 펼쳤다. 7회에는 삼진 하나를 섞어 세 타자를 모두 돌려보냈고, 8회에도 연속 땅볼과 플라이를 유도하면서 두 이닝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충암고 타선도 윤영철의 호투에 9회 보답했다. 9회 초 시작과 함께 충암고의 선두타자 양서준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어 타석에 선 김동헌의 희생 번트까지 성공했지만, 다음 타자가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며 2사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바뀐 투수를 상대로 김선웅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고, 대타로 나온 김승현 역시 볼넷을 골라나가며 2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자 우승원의 방망이에 불이 났다. 우승원은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를 쳐내며 2타점 적시타를 만들어 냈다. 이어 도루 작전 성공, 임준하의 쐐기 2루타로 두 점을 더 올려낸 충암고는 10-4로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9회 말 라온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선두타자 이주호가 안타를 쳐낸 데 이어, 정준우도 안타를 쳐내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더욱이 상대 '에이스' 윤영철을 내려보내기 위해 연거푸 파울을 쳐내며 윤영철을 한계 투구수 105개까지 몰아붙였다. 결국 윤영철은 승리를 위한 스트라이크 한 개만을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충암고의 마지막 투수로는 전재혁이 올라왔다. 전재혁이 던진 공은 라온고의 배트를 맞고 유격수 앞 땅볼로 연결되었다. 공이 1루로 가며 스물 일곱 번째 아웃카운트가 채워진 순간, 충암고 덕아웃의 모든 선수가 뛰어나와 기쁨을 나눴다. 충암고등학교가 전국대회 9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던 순간이었다.

"다섯 번째 결승 만에 우승... 다행스럽습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이영복 감독(가운데 위)를 행가레하고 있다.

제55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이영복 감독(가운데 위)를 행가레하고 있다. ⓒ 박장식

 
충암고등학교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더욱 크게 나눴던 것은 선배들의 오래 묵은 한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1990년 이후 31년 만의 대통령배 우승을 거둔 데다, 전국대회를 통산해도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을 거뒀다. 10년 사이에는 무려 네 번의 전국대회 준우승이 있었기에, 그 사이의 한이 클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만난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당장 재작년 대통령배 결승에 올랐을 때 아쉽게 준우승을 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우승까지 하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고등학생 다운, 활기차고 근성 있는 야구를 아이들에게 주문했는데 잘 따라와줘 우승할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3회 김동헌의 3타점 싹쓸이 적시타에 승리를 직감했다는 이영복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해주었다. 특히 윤영철을 과감히 기용했는데, 3회부터 워낙 잘 던져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양서준 선수도 모든 플레이를 착실하게 잘 해줬고, 성실하게 대회에 임해줬다"며 칭찬했다.

이 감독은 "라온고등학교도 화력이 워낙 강해 긴장했다. 우리가 먼저 리드를 잡았기에 다행이었지, 상대가 잡았으면 어려우리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먼저 점수를 잘 내줬고, 위기도 잘 탈출해준 덕분"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날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인 윤영철 선수는 이번 대회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더욱이 이번 대회 충암고가 치른 다섯 경기 중 3번의 승리 투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윤영철 선수는 "작년부터 감독님께서 믿고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차분히 야수 믿고 던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스트라이크 하나를 남겨놓고 마운드를 내려온 것에 대해서는 "우승 세레머니를 직접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지만, 함께 우승을 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7월 말부터 태백에서 함께 훈련을 했는데 그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윤영철 선수는 "오늘 투구에서 아쉬운 면도 많았는데, 그런 점 보완해 청룡기 때 잘 준비하고 싶다"고 각오했다.

이번 대회 최우수 선수상에 오른 양서준 선수는 "우승의 순간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고생했던 것이 다 보상된 기분이었다"면서 우승 소감을 전했다. "팀 분위기가 좋은 덕분에, 우리가 잘 하면 함성도 내고 한 덕분에 이긴 것 같다"는 양서준 선수는, "우리 팀 분위기에 상대편 기가 죽는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며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1차전 부경고와의 경기 때 적시타로 경기를 풀어낸 것을 꼽은 양서준 선수는 "욕심 부리지 않고 내 할일만 한 덕분"이라면서 겸손하게 최우수선수상까지 오른 소감을 전했다. 양서준 선수는 "LG 트윈스의 오지환 선수가 롤 모델"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존경했던 선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코로나19 탓에 개최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열흘 간의 여정을 마치는 데 성공한 대통령배. 이번 대회는 우승한 학교 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국 대회를 치른 모든 학교의 모든 선수가 '승자'가 된 대회로 남게 되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중단되었던 고교야구 대회에 대한 재개책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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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충암고등학교 대통령배 야구 라온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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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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