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2일은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게 또 다른 여정의 출발을 알리는 날이 됐다. 김연경은 12일 서울 강동구 배구협회를 찾아 오한남 회장과 면담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연경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납한다는 의사를 오한남 회장에게 전달했다. 청소년 국가대표 시절까지 포함하면 김연경은 2004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부터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수원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5년부터는 국제배구연맹(이하 FIVB) 그랜드 챔피언스 컵 출전을 시작으로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김연경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던 추억의 17년

1988년 2월 26일 생의 김연경은 2005년 11월 15일 만 17세 8개월의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에 합류했다. 1957년생이었던 김화복과 1963년생이었던 박미희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이었다. 이후 김연경은 무릎 수술 시기와 겹쳤던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을 제외하고 모든 국제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김연경이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던 올림픽 본선 경기가 22경기, 세계 선수권 대회가 22경기 그 외의 국가 대항 경기가 227경기나 된다. 아시안 게임은 2006 도하 대회, 2010 광저우 대회, 2014 인천 대회,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도합 4번이나 출전했다.

특히 2014년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는 개최국 대한민국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이외에도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했다.

올림픽에도 도합 3번이나 출전하여 2번이나 4위에 올랐다. 사실 올림픽 4회 출전에도 도전할 수는 있었으나 2007-2008 시즌이 끝난 뒤 3번째 무릎 수술을 받게 되면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에 출전할 수 없었다. 김연경뿐만 아니라 당시 여러 주축 선수들도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김연경이 국가대표에서 주전 레프트로 활약하는 동안 국가대표에서 차지하는 김연경의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김연경이 한 경기에서 30점 이상 득점하는 경기도 상당수 있었으며,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에서도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일본과의 경기에서 필사적인 투혼으로 30득점 경기를 만들어 냈다.

터키와의 8강전에서도 김연경은 5세트 모두 출전하면서 30득점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28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도미니카 공화국, 일본 그리고 터키를 상대로 20득점 이상 경기를 3번이나 만든 김연경의 활약으로 대한민국은 통산 3번째 올림픽 4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대표팀의 미래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8경기 중 김연경이 15득점 이상을 기록한 4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했다. 반대로 15득점 미만이었던 나머지 4경기에서는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했다. 8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에 열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9득점을 기록했던 이유는 휴식 차원에서 3세트를 빠졌기 때문이었다.

이번 올림픽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김연경이 대한민국 국가대표에서 미쳤던 존재감을 알 수 있었다. 안타까운 현실은 미래를 위한 후배 세대들이 김연경의 어깨에 짊어진 부담을 쉽게 나누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경은 태극 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활약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사실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점에 대한민국 국가대표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하나로 뭉쳤고 당초 목표였던 8강을 넘어 4위에 오를 수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개최국 일본을 격파하여 탈락시켰고 대한민국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4위 안에 들게 됐다.

4위의 성과도 있었지만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공격 루트를 보다 다양하게 개발할 필요성도 느꼈던 대회였다. 김연경 이외에도 김수지와 양효진, 오지영 등 비슷한 연배의 선수들 역시 다음 국제 대회에서는 출전을 장담하기 힘든 만큼 대대적인 세대 교체라는 큰 과제가 주어졌다.

FIVB 초대 선수위원, 앞으로의 역할이 많은 김연경

김연경이 세계적인 배구선수인 점은 경기력 이외에도 세계 배구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하여 알 수 있다. FIVB의 선수위원회가 2016년에 창설되었는데, 김연경이 여기에 초대 선수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마찬가지로 FIVB에서의 선수위원들 역시 배구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맡는다. 도핑 문제에 관한 규정들을 선수들에게 알리고 FIVB에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도 맡는다. 또한 선수들의 은퇴 후의 진로에 대한 지원도 연구한다. FIVB 선수위원 중 아시아 선수위원으로는 김연경과 함께 중국 출신의 쉬에첸까지 2명이 있다.

김연경이 태극 마크를 반납하지만 배구선수로서의 커리어가 끝난 것은 아니다. 김연경은 2017~2018 시즌에 활약한 적이 있는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중국)에서 다음 시즌 활약할 예정이다. 

아름다운 이별의 시간 미룬 김연경, 추후 은퇴 행사 약속

오한남 회장과의 면담을 실시한 김연경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반납하는 소회를 밝혔다. 서운한 마음이 들면서도 인생에 있어서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밝혔다. 그동안 만났던 감독, 코칭 스태프, 먼저 은퇴한 선배 선수들이나 현역 후배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도 드러냈다.

오한남 회장 역시 17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연경에 대한 감사로 답했다. 김연경이 국가대표로 더 활약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김연경의 향후 진로에 대한 계획도 중요하기 때문에 오한남 회장은 그녀의 국가대표 은퇴 의견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연경이 국가대표로 헌신했던 17년의 시간이 대한민국 배구 역사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기에 배구협회는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행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김연경은 아직 프로 선수로서의 생활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은퇴 행사 시점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김연경과 배구협회가 서로 약속한 만큼 향후 은퇴식은 김연경이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열릴 예정이다. 

물론 배구선수 김연경으로서의 선수 인생은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모습을 좀 더 지켜볼 수 있는 만큼 김연경이 배구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이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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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VB 김연경 국가대표은퇴발표 2020도쿄올림픽 배구대표팀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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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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