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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주주의 이상한 공헌
 애플주주의 이상한 공헌
ⓒ 남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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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이 지금보다 보편화되기 전, 애플의 주주라고 하면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오~" 와 "응?". 그리고 이 두 반응에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게도 "수익률은?"이란 질문과 "넌 삼성 쓰잖아!"란 생뚱맞은 추궁이다.

나는 어째서 추궁을 당했을까. 말이 안 되는 반응으로 보이지만, 사실 나로선 좀 찔리는 구석이 있다. 주주로서 본인이 투자하는 기업의 제품을 애용하고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다른 사람들이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면 말리고 나서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그냥 '바꾸고' 싶어 한다. 그래서 말린다. 갖고 싶다는 것과 필요하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에 차라리 주식을 사라고 말하며, 주주로서의 내가 아니라 지인으로서의 내가 의견을 건넨다. 아내가 그리 '바꾸고' 싶어 해도 다시 생각해보라며 설득 중인 것도 같은 이유다.

애플의 주주가 된 것은 아이폰의 이런 마력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멀쩡한 지금의 기기를 두고도 아이폰을 갖고 싶어 한다. 잘 작동하는 기기의 이런저런 흠을 찾아 아이폰 신제품에 관심을 내비치는 사람들을 보면 브랜드의 대단한 힘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주식을 샀다.

그렇게 애플의 주주가 되었음에도 나는 아이폰을 쓸 생각이 없다. 한국에선 페이(Pay)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과 비슷한 스펙에 가격이 더 비싸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애플 주주의 소신 발언... 까지는 아니고 일종의 배신이다.

스타벅스 주주이면서 결코 스타벅스에 가는 일도 없다. 한때 아내가 푹 빠져버린 최애 음료가 있어 몇 번 다니긴 했지만, 음료 한 잔을 위해 스타벅스를 가진 않는다. 봉지 아메리카노를 2번에 나눠 타 마실 정도로 커피 맛을 모르는 탓에, 주변 사람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스타벅스 주주로서도 배신의 기미를 보인다.

그런데 나는 이 배신자스러운 투자의 행태가 좋다.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토커 같았던 동업자

'주식을 집착하는 스토커가 된 것 같았어요...'

한 때 SK이노베이션에 투자하면서 SK 주유소만을 찾아 다녔던 적이 있다. 장기투자의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없기에 '아주 잠깐'의 기행이었지만, 그땐 주주라는 사명감에 다소 병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 덕분에 에둘러 멀리 있는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때면 함께 탄 가족들의 원성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사야 했다.

해당 기업의 뉴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태풍이 생성된다는 소식에 다른 나라의 정유시설이 문제가 생기길 은근히 기대하는가 하면, 누군가가 동네 SK 주유소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하기라도 하면 날 선 반응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휴지를 주지 않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투자기업을 지극히 여기는 이런 기행은 S-Oil로 종목이 바뀌면서 더 이상해졌다. 당연히 S-Oil을 찾아다녔고 SK이노베이션은 이제 적대 기업이 된다. '그간 차 소리가 좀 좋지 않았지', '요즘은 효율도 좋아진 것 같네', '휴지에 고객을 위한 마음이 가득하네...' 주식 하나에 마음과 기억이 한없이 팔랑댄 시절이었다.

'정말 동업자의 마음으로 투자하는군..'

누구도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을 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기사 하나, 책 한 권을 읽어도 모든 걸 투자로 연결 시켰던 당시, 나는 지나치게 투자에 진심이었다. 그러니까 주식에 미쳤었다.

일상에서 주식이 희미해질 때
  
주식에 휩싸인 일상은 그리 남는 것이 없더군요
 주식에 휩싸인 일상은 그리 남는 것이 없더군요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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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심이 해당 기업의 이윤에 얼마간의 공헌은 했는지, 그리고 나의 노력이 투자 수익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저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거라고 믿었다. 의미 없진 않았지만 그렇게 진심이었던 것 치곤, 또 그리 큰 의미를 찾지도 못했다.

버핏 할아버지는 애플주주로 오랫동안 삼성 2G 폰을 사용했단다. 매일같이 코카콜라를 마시는 그지만 생활과 투자를 애써 연결하진 않았던 것 같다. 잘 작동하는 구형폰을 쓰며 애플 주식을 사 모았을 할아버지는 그렇게 편안해 보였다. 핀트 나간 의무감도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는 일상과 투자의 분리된 삶이 아주 좋아 보였다.

일상에서 주식이 희미해질 때, 투자는 자연스럽고 편안해진다. 모든 것을 주식과 연관 지었던 것은 지나치게 얽매여 있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효모 병을 항상 신경 썼던 것도 법정 스님이 난초 때문에 나섰던 길을 돌아갔던 것도 다 얽매임이었다.

좋자고 했던 것이 종종 이런 얽매임을 만든다. 효모 병이 깨지고 난초를 다른 이에게 보내고 홀가분함을 만끽했다는 그들만큼은 아닐 테지만, 나는 가는 길에 있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아내가 사용하는 카드가 비자인지 마스터인지 구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홀가분함을 느꼈다. 서서히 주식을 일상에서 멀리 두면서 꽤나 큰 편안함을 마주했다.

십수 년간 사용하던 버핏 할아버지의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 드디어 자신이 투자하는 기업에 공헌할 기회를 얻은 그는 당연하게도 아이폰을 들고나왔다. 나는 아이패드를 샀다. 드디어 투자하는 기업에 공헌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림 욕심이었다. 손을 바꿀 수 없어 도구를 바꿨다. 다시 태어나야 해결될 것 같은 그림 실력을 장비로 메꿔 볼 심산이다.

혹시 휴대전화가 망가진다고 해도 나는 아이폰은 쓰지 않을 듯하다. '바꾸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닌데, 몇 년간 번갈아 써본 경험을 생각해 보면 나에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더 맞았다. 그래도 그때, 비록 아이폰 유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애플 주주일 것 같긴 하다. 소비는 욕심이 아닌 필요에 의해, 주식은 애정이 아닌 믿음으로 하는 게 맞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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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렀지만 넌 또 모르잖아"라는 생각으로 내일의 나에게 글을 남깁니다. 풍족하지 않아도 우아하게 살아가 보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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