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는 한때 포워드 왕국으로 불렸다. 문경은 감독의 지휘 아래 최준용(27·200㎝), 김민수(39·200cm), 최부경(32·200cm), 안영준(26·196cm) 등 다양한 색깔의 장신 포워드 라인이 맹활약하며 '색깔만 화려하고 실속은 없는 팀이다'라는 그간의 오명을 떨쳐 버리는 데 성공한다.

물론 SK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는 가드 김선형(33·187cm)이다. 가드로서 큰 키에 승부처에서 유달리 강한 클러치 플레이어인 그는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속공 상황서 마치 상대 수비진을 찢어버리듯 뚫고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SK 장신 포워드진은 더욱 빛이 났다. 김선형과 함께 뛰어 들어가 상대 수비진을 당혹케 하거나 좋은 패스를 받아 득점에 참여했다.

대부분 외곽 능력까지 겸비한지라 수비가 골 밑에 몰린다 싶으면 누구든지 밖으로 돌아나가 슛을 쐈다. 한번에 2차, 3차 공격까지 가능한 SK 속공에 상대팀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애런 헤인즈(40·199cm), 테리코 화이트(31·192.5cm) 등 외국인 포워드 기술자까지 함께했던지라 SK는 어떤 팀을 상대로도 화력 공방전에서 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떻게 로테이션을 돌려도 미스매치가 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공수에서 안정된 경기력을 가져가는 것이 가능했다. 이같은 포워드라인(+김선형)을 앞세워 SK는 2017~2018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강팀으로서 꾸준한 존재감을 보였다.
 
 안영준은 서울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중이다.

안영준은 서울 SK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중이다. ⓒ 서울 SK

 
SK표 포워드농구, 전희철호에서도 이상무?
 
SK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새로운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 10년간 SK 사령탑으로 있으면서 성적과 팀컬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문경은 감독(현 SK 기술자문)과 이별을 고하고 선수와 2군 감독, 구단 운영팀장을 거쳐 수석코치로 10년 넘게 있었던 전희철 신임 감독 체제로 변화를 선택했다. 문경은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전희철 감독 또한 대학 시절부터 유명세를 떨쳤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전희철 감독은 그동안 SK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빠른 농구', '포워드 농구'를 그대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르지만 감독으로의 첫 시즌은 기존 스타일을 흔들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SK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김민수가 은퇴했으나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국가대표 출신 슈터 허일영(36·195㎝)을 영입했다. 노련한 장신 슈터의 영입으로 인해 SK는 더욱 다양한 공격옵션을 갖추게 됐다. 지금까지 보여준 데로 허일영이 안정적으로 외곽슛을 넣어준다면 기존 김선형과 장신 포워드진의 행동반경 역시 한층 넓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김선형의 뒤를 이을 프랜차이즈 스타 후보로까지 가치를 높이고 있는 안영준은 프로 입성 당시만 해도 크게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경은 전 감독의 조련 아래 프로에 와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본래 팀플레이, 궂은일 등을 열심히 하는 살림꾼형 선수로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제는 슈팅력까지 부쩍 늘며 슈터라고해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까지 올라섰다.

공 없는 상태에서의 움직임이 워낙 좋은지라 다양한 전술에서 고르게 사용가능한 전천후 퍼즐이다. 적극적 움직임과 활동량을 앞세워 속공시 트레일러 역할까지 능해 SK 빠른 농구의 또 다른 칼로 통한다.

최준용은 아마 시절부터 기술자로 불렸다. 마산동중 시절 가드를 소화했던 선수답게 볼 운반, 보조리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스피드를 갖춘 200㎝의 장신이면서 외곽에서 찬스가 나면 3점슛까지 꽂아 넣을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던게 이유다. 신장대비 운동능력과 스피드가 준수하며 볼 핸들링과 패스능력, 넓은 시야, 긴 슛거리를 모두 겸비했다. 한때 "포인트가드로도 키워볼만하다"는 말까지 들었을 정도로 센스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동 기질로 인해 크고 작은 구설수에 오르내렸었는데 그로 인해 SK 구단과 문경은 전감독도 많은 애를 먹었다. 거기에 지난 시즌 중반에는 무릎부상까지 겹치며 시즌아웃된 바 있다. 기량은 확실한 만큼 정상적인 몸 상태로 복귀해 더 이상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언제나처럼 SK 전력의 큰 축으로 활약이 기대된다.

최부경같은 경우 전성기가 지났다는 혹평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높이와 힘은 여전한지라 골밑수비를 위해서라도 SK에 꼭 필요한 포워드 자원이다. 아직 나이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반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자밀 워니는 지난 시즌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재계약에 성공했다.

자밀 워니는 지난 시즌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재계약에 성공했다. ⓒ 서울 SK

 
워니와 윌리엄스 조합, 익숙한 구관으로 외인 세팅
 
앞서 언급한 대로 전희철 신임감독은 당장의 변화보다는 안정감 위주로 팀전력을 세팅했다. 외국인 선수 조합을 자밀 워니(27·199㎝)와 리온 윌리엄스(35·198㎝)로 선택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시즌 여러 가지 변수로 팀내 분위기가 혼잡했던 만큼 최대한 기존 색깔을 가져가려는 움직임이다.

워니는 2019-2020시즌 43경기에서 20.4점, 10.4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었고 외국인 선수 MVP까지 수상했다. 워니를 플레이 스타일로 나누어보면 기술자형 빅맨으로 볼 수 있다. 신장은 크지 않지만 윙스팬이 길며 뛰어난 포스트업 스킬로 매치업 상대를 공략한다.

유연한 피벗 플레이를 활용한 양손 훅슛에 플로터까지 구사가능하고 페이스업 능력도 빼어난지라 수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팀플레이에 능한 유형은 아니지만 득점이 필요할 때 뽑아줄 수 있는 에이스 기질을 갖고 있어 현 SK 구성원들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문제는 멘탈과 성실성이다. 이전 시즌과 달리 2020-2021시즌의 워니는 리그 최악의 용병 중 한 명이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체중 조절에 실패하며 불안감을 안기더니 기량적인 면에서도 뚝 떨어진 모습을 노출했다. 테크닉 자체야 여전했으나 몸관리가 안되서 움직임에 문제가 많았다. 거기에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멘탈로 인해 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희철 감독의 선택은 워니였다. 직전 시즌 팀 추락의 원흉이기는 하지만 막판 라운드에서 컨디션이 살아난 모습을 보였고 팀원들과의 익숙함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워니가 외국인선수 MVP를 수상했던 시즌으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SK 역시 덩달아 탄력을 받는 게 가능해진다.

워니를 받쳐줄 2옵션 윌리엄스는 KBL을 대표하는 장수 외국인 선수다. 2012-2013시즌 고양 오리온과 계약하며 KBL 무대와 인연을 쌓은 그는 지난 시즌까지 오리온, KGC, KT, SK, DB, KCC, 현대모비스, LG 등에서 11시즌 동안 통산 370경기에 출전해 15.1득점, 1.3어시스트, 10.0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특유의 성실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이른바 '계산이 서는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 결과 각 팀에 결원이 생기거나 마땅한 외국인 선수가 없을 때 가장 먼저 불리며 지금까지 KBL에서 살아남았다. 여러 부분에서 두루두루 평균 이상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데 특히 정확한 미들슛은 그를 대표하는 무기다.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한 전희철 신임 감독의 SK가 문경은 전감독이 이뤄놓은 포워드 왕국의 명성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자밀 워니 서울 SK 리온 윌리엄스 안영준 허일영 영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