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 9회말 2사 3루 김현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1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한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녹아웃 스테이지 경기. 9회말 2사 3루 김현수가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동아시아 근/현대 역사의 특성상 대한민국과 일본은 늘 앙숙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양 국가는 물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놓여 있는 듯 보여도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대립과 화합을 반복해 왔다. 

이러한 성향은 스포츠를 통하여 양국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지곤 한다. 그래서 모든 종목을 막론하고 국가대표로 선정된 인원들은 다른 경기에서는 다 져도 한일전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투지로 가득 찬다. 김응룡 전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 역시 "다른 경기에서 다 져도 한일전에서 이기면 우승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라는 말로 한일전에 대한 상징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1982년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 마지막 경기 한일전에서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역전 우승을 일궈낸 일화는 여전히 야구팬들 뇌리에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한일전의 또 다른 키워드 '적지에서의 승리'

이렇듯 한일전은 전 국민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는 점에서 모든 이들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일전이다. 이번 올림픽만 해도 양궁과 여자 배구에서 이미 한일전 승리가 방영되면서 TV를 지켜 보던 이들이 큰 기쁨을 누린 바 있다. 그래서 양 국가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야구에 이목이 쏠리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안방도 아니고 제3국가도 아닌 적지에서 개최된다는 점에서 대표팀이 안게 되는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이 홈팀의 이점을 이용하여 볼카운트/아웃카운트 판정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도 있다. 실제로도 제1회 프리미어12 준결승전에서도 대표팀은 구심의 일정치 못한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하여 상당히 애를 먹은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이러한 페널티를 모두 안고 적지에서 일본에 승리했던 기분 좋은 기억을 안고 있다. 이번 올림픽애서도 그러한 좋은 기억을 떠올리면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아래 WBC) 1라운드 일본전이다. 경기 종반까지 1-2로 리드 당하고 있던 대표팀은 이승엽의 역전 투런 홈런을 바탕으로 3-2로 역전, 일본 야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도쿄돔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미국에서 열린 2라운드에서도 일본에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당시 참가했던 국가들 중 가장 '핫'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참가국 가운데 가장 적게 패한 팀(4강전 1패)으로 기록되어 있다.

3년 뒤 열린 2009 WBC에서도 대표팀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베스트 멤버가 구성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대표팀은 1라운드 1, 2위 결정전에서 김태균의 적시타로 1-0 신승하며, 또 다시 도쿄돔 구장 적지에서 한일전 승리를 일궈낸 바 있다. 앞선 2-14 콜드게임 패배를 만회하는, 속 시원한 승리였다. 이 당시 치러진 한일전만 다섯 번이나 됐다. 그래서 대회 직후 하라 다쓰노리 당시 일본 대표팀 감독은 "다시는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만나기 싫다"라며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015년에 열린 프리미어12 역시 명승부전으로 손꼽힌다. 특히, 실질적인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4강 한일전에서는 9회까지 1-3으로 리드 당하고 있다가 대거 3득점에 성공, 또 다시 일본 야구의 중심인 도쿄돔에서 승리한 바 있다. 4강전 승리로 대표팀은 결승에서 미국에 8-0으로 영봉승하며 초대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안타깝게도 이후에는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고, 프리미어12나 WBC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세계 규모의 국제 대회가 열리지 않아 양 국의 정예 멤버가 출동하는 일은 드물었다. 다만, 2년 전 열린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은 두 번의 한일전에서 모두 패하면서 대회 2연패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U-18 청소년 대표팀은 그 사이에 좋은 추억을 만든 바 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김대한(두산)의 선제 3점 홈런에 힘입어 3-1로 신승했기 때문. 그리고 당시 선발로 나선 좌완 김기훈(KIA)은 5이닝 무실점투를 기록하면서 또 다른 한일전 킬러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더구나 당시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우승하고자 하는 일념으로 요시다 코세이(닛폰햄) 등 고시엔의 스타들을 총 출동시킨 바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홈 텃새 등 경기 외적인 요소를 모두 극복하고 적지에서 태극기를 들어 올렸던 좋은 추억을 여러 차례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는 또 다른 한일전 변수로 떠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올림픽 야구 한일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