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리그가 사상 첫 리그 중단의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13일부터 18일까지 예정되어었던 프로야구 정규리그 30경기를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국제대회로 인한 휴식기나 우천 순연을 제외하고 리그 전체가 일시 중단된 것은 약 40년 만에 처음이다. 프로야구는 2019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이래 3차 유행 고비까지 무사히 넘기며 지난 2020시즌을 무사히 완주했다. 프로스초프 방역의 성공적 모범사례를 자부해왔기에 이번 중단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야구가 시즌 중 중단된다. 사진은 잠실야구장 모습. KBO는 12일 서울 KBO 사옥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리그 운영 방안을 논의, 13∼18일 예정된 경기를 추후 편성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프로야구가 시즌 중 중단된다. 사진은 잠실야구장 모습. KBO는 12일 서울 KBO 사옥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대책과 리그 운영 방안을 논의, 13∼18일 예정된 경기를 추후 편성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어렵게 리그 중단을 결정했지만 여론은 곱지 않다. KBO가 시즌 전 코로나19에 대한 자체적인 매뉴얼을 이미 정해 놓고도 하루아침에 원칙을 깨버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자가격리 대상자를 제외한 대체 선수로 중단 없이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KBO는 이번에 열린 이사회에서 향후 구단당 1군 엔트리 기준 선수(코칭스태프 제외) 50% 이상 확진 및 자가격리 대상자가 될 경우 2주간 해당 경기를 순연하기로 하는 규정을 뒤늦게 추가했다). 

기껏 리그는 중단시켜 놓고 올스타전이나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는 NC나 두산은 리그 중단으로 오히려 수혜를 입은 반면, 묵묵히 매뉴얼을 잘 지킨 구단들만 공연히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로야구는 수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거대한 산업이다. 갑작스러운 리그 중단으로 여기저기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은 소모적인 갈등과 불신만 악화시킬뿐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그 중단 자체는 대승적인 결정이었다. KBO가 당초 약속된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BO의 리그 중단 결정을 무작정 비난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애초에 그 원칙이 옳았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었을 때 가능하다. KBO의 진짜 잘못은 리그를 중단시킨 게 아니라, 애초에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확산력이 강한 전염병이고 전세계적 재난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구단 내부에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상자만 제외하고 대체 선수로 운영하겠다는 원칙은, '가이드라인'의 의미는 될 수 있어도 현실에서 지켜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상 첫 최고단계까지 시행될 만큼 긴박한 상황이라 리그 중단의 명분도 충분했다. 오히려 잘못된 기존 매뉴얼에만 집착하여 리그를 강행했다가 다른 구단에까지 추가적인 확진자가 퍼지기라도 했다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구단들간의 형평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확진자가 폭증하고 거리두기가 요동칠 때마다 메뉴얼을 잘 지킨 시민들, 특히 생계가 걸린 자영업자들이 덩달아 기약없는 희생을 묵묵히 감수해야 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하면 프로야구는 어차피 예정되어 있는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기에 리그 중단으로 휴식기를 조금 앞당긴 것에 불과하다.

매뉴얼을 잘 지킨 구단들이 덩달아 피해를 봤다는 주장도 물론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프로야구 구성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몇몇 구단들의 작은 이해관계와 손익계산 득실로만 이 문제를 논하려 드는 것은 국민들의 눈높이에서는 그저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무엇보다 '방역 수칙을 위반한 대상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내고 그에 맞는 징계 기준을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는 데 있다. 리그가 중단되면서 그 빌미를 제공한 NC와 두산, 두 구단에게 유독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NC와 두산은 리그 전체의 중단으로 팀성적과 부상자 복귀 등을 놓고 오히려 손해가 아닌 혜택만 보게 되었다는 것이 각 구단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원인이다.

KBO는 아직 이 사건에 대한 선수-구단에 대한 징계 방침을 논의하지 않았다. 규정상 정부 방역수칙 위반 사실이 확인된 선수는 1차 적발시 벌금 100만 원이 부과되고 2차 적발시에야 상벌위에 회부된다. 이대로라면 선수와 구단 모두 솜방망이 징계에 그칠 가능성이 높고 KBO를 바라보는 여론은 더 악화될 것이다.

KBO가 이 사태를 만회하려면 확진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 사실과 구단의 관리 책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상벌위를 통하여 'KBO리그의 품위손상'을 근거로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다. 그래야 리그 중단의 공정성 문제에 따른 다른 구단과 팬들의 불만 여론을 조금이나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BO리그가 팬들과의 신뢰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하여 공개적인 대국민 사과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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