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힘 스털링 잉글랜드의 스털링이 유로 2020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기뻐하고 있다.

▲ 라힘 스털링 잉글랜드의 스털링이 유로 2020 독일과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기뻐하고 있다. ⓒ 유로 2020 공식 트위터 캡쳐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최대 고비처였던 라이벌 독일전에서 승리하며, 사상 첫 유로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잉글랜드는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16강전에서 독일을 2-0으로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조별리그부터 4경기 연속 무패를 내달리며, 유로 2012 이후 9년 만에 8강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반면 죽음의 조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독일은 잉글랜드에 막혀 16강에서 여정을 멈춰야 했다.
 
또 다시 해결사로 나선 스털링, 위기의 잉글랜드 구하다
 
이날 잉글랜드와 독일 모두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픽포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워커-스톤스-메과이어가 스리백을 형성했다. 미드필드는 트리피어-필립스-라이스-쇼, 스리톱은 사카-케인-스털링으로 구성됐다.
 
독일은 노이어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스리백은 긴터-훔멜스-뤼디거가 포진했다. 허리는 킴미히-고레츠카-크로스-고젠스, 전방에는 하베르츠-베르너-뮐러가 호흡을 맞췄다.
 
독일은 경기 초반 전방 압박으로 중원을 장악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첫 번째 슈팅은 독일이 기록했다. 전반 3분 고레츠카의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품에 안겼다.
 
잉글랜드는 후방 빌드업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하지만 15분을 넘어서며 조금씩 자신들의 페이스를 찾았다. 전반 15분 스털링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감아찼지만 노이어 골키퍼의 슈퍼세이브가 빛났다. 1분 뒤에는 코너킥 상황에서 매과이어의 헤더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경기 흐름은 대등하게 가져갔지만 케인으로 향하는 패스가 부족해 독일 수비를 흔들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반면 독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유율에서 밀리며 답답함을 보였다.
 
두 팀은 얼마 되지 않는 결정적 기회를 한 차례씩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31분 독일 하베르츠의 전진 패스를 받은 베르너가 박스 안에서 시도한 슈팅은 픽포드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잉글랜드는 전반 추가 시간 스털링의 단독 돌파 이후 수비수에 걸려 흐른 공이 무인지경에 있던 케인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케인은 평소답지 않은 볼터치 미스로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독일 훔멜스의 재빠른 커버링에 저지당하며 기회는 무산됐다.
 
후반 2분 독일 하베르츠가 대포알 슈팅을 날렸지만 잉글랜드 픽포드 골키퍼의 반사신경이 돋보였다. 이후 경기는 더욱 지루하게 이어졌다.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제대로 된 슈팅 찬스조차 엮어내지 못하는 답답함을 보였다. 이에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그릴리시를 투입해 왼쪽 측면에 포진시키고, 스털링을 오른쪽으로 돌렸다.
 
후반 30분 잉글랜드는 마침내 포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오른쪽에서 스털링이 중앙 공간으로 과감한 단독 돌파에 이은 전진 패스를 넣어주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후 케인, 그릴리시를 거쳐 왼쪽에서 쇼가 낮은 크로스했고, 쇄도하던 스털링이 마무리지었다.
 
독일도 따라갈 기회는 있었다. 후반 35분 하베르츠의 전진 패스를 받은 뮐러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지만 오른발 슈팅이 골 포스트 왼편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후반 41분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하프라인에서 쇼가 공을 가로채며 역습을 전개했고, 왼쪽에서 그릴리시의 크로스를 케인이 헤더로 매듭지었다.  
 
독일은 뒤늦게 사네, 잔, 무시알라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시간적 여유가 적었다. 결국 잉글랜드가 8강에 진출했다.
 
순도 높은 골 결정력, 여기에 단단한 수비력까지 갖췄다
 
개막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평가받은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2승 1무를 기록, D조 1위로 16강에 올랐지만 경기력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화려한 선수진에 비해 겨우 2득점에 그친 공격력 때문이다.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채 경직되면서도 답답한 공격 전개와 믿었던 해결사 케인의 부진이 겹친 결과다. 그러나 이면에는 단단한 수비력이 결과를 만들어냈다. 잉글랜드는 앞선 3경기에서 단 한골도 내주지 않을 만큼 안정감을 선보인 바 있다.
 
잉글랜드는 16강에서 강호 독일을 만나는 불운을 맞았다. 이번 유로 2020 16강전 가운데 최고의 빅매치였다. 전통적으로 잉글랜드와 독일은 한일전 못지않게 라이벌 의식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잉글랜드는 메이저대회 본선에서 독일을 만나면 유독 작아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유로 1996, 2010 남아공 월드컵 등 주요 대회 토너먼트에서 독일에 덜미를 잡힌 바 있다. 

독일 앞에만 서면 작아졌던 잉글랜드는 1966년 이후 55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서 독일을 꺾었다. 승리의 원동력으론 골 결정력, 단단한 수비 조직력,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용병술을 꼽을 수 있다. 잉글랜드는 5개의 슈팅 시도 가운데 무려 2골을 잡아냈다.
 
특히 후반 중반 그릴리시를 교체 투입하며 스털링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킨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전술 수정이 적중했다. 후반 시작부터 단 한 개의 슈팅조차 엮어내지 못한 잉글랜드는 교체 이후 총 2개의 슈팅 기회를 창출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득점으로 연결하는 집중력을 보여줬다.
 
해결사는 스털링이었다. 크로아티아, 체코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16강행을 이끈 그는 독일전에서도 킬러 본능을 발휘했다. 유로 2020에서 기록한 3골 모두 결승골이었을 만큼 그는 잉글랜드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이에 반해 독일은 54%의 볼 점유율과 9개의 슈팅에도 불구하고 무득점에 그쳤다. 전반전 베르너, 후반전 뮐러가 결정적인 일대일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잉글랜드와 대조를 이뤘다. 

총 4경기 동안 단 27개의 슈팅만을 시도해 4골을 잡아낸 효율성은 단연 잉글랜드의 강점이다. 여기에 대회 내내 부진했던 케인이 독일전에서 마수걸이 골이자 부활포를 쏘아올린 것도 잉글랜드에 희망적인 요소다.
 
마지막으로 단단한 수비력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조별리그에 이어 이번 독일전까지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내달리고 있다. 24개 출전국 가운데 실점이 없는 팀은 잉글랜드가 유일하다.

앞선 조별리그에서 포백을 사용한 것과 달리 독일을 상대로 스리백을 가동해 눈길을 끌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스톤스-매과이어 듀오의 안정감과 주력이 빠른 워커가 더해져 최상의 시너지를 냈다.
 
다른 우승후보 팀들과 비교해 화려함을 떨어지지만 효율, 실속면에서는 단연 잉글랜드가 으뜸이다. 독일을 제압하고 중요한 고비를 넘긴 잉글랜드는 이후 수월한 토너먼트 대진운과 4강, 결승전을 홈구장인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를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과연 사상 첫 유로 우승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지 잉글랜드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로 2020 16강전 (웸블리 스타디움, 잉글랜드 런던 - 2021년 6월 30일)
잉글랜드 2 - 스털링 75' 케인 86'
독일 0
 
선수명단
잉글랜드 3-4-3 : 픽포드 - 워커, 스톤스, 메과이어 - 트리피어, 필립스, 라이스(88'헨더슨), 쇼 - 사카(69'그릴리시), 케인, 스털링
 
독일 3-4-3 : 노이어 - 긴터(88'잔), 훔멜스, 뤼디거 - 킴미히, 고레츠카, 크로스, 고젠스(88'사네) - 하베르츠, 베르너(69'그나브리), 뮐러(92+'무시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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