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각) 유로 2020의 조별리그 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년 연기돼 2021년에 열리지만 개최국을 정하지 않고 유럽 11개국 11개 도시에서 분산 진행되며 진정한 '유럽 축구의 축제'로 열리고 있다. 이제 조별리그에 나섰던 24개국 중 하위 8개 팀이 탈락하고 상위 16개 팀이 오는 27일부터 '넉아웃 토너먼트'를 통해 유럽축구의 최강을 가린다.

조별리그에서 축구팬들의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조는 단연 월드컵 4회 우승의 독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 그리고 유로 2016의 우승팀 포르투갈이 '역대급 죽음의 조'를 형성한 F조였다.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프랑스를 제외하고 독일과 포르투갈,그리고 헝가리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실시간으로 번갈아가며 조 최하위로 떨어지는 등 탈락 위기에 놓였다가 결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이 나란히 16강에 진출했다.

이제 27일 이른 새벽부터 본격적으로 16강 경기가 시작된다. 축구팬들이 본격적으로 밤잠을 포기하고 시차가 뒤엉키는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이제부터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온 전력을 다해 경기에 임한다. 그만큼 경기는 더욱 흥미로워 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16강부터는 축구팬들이 밤잠,새벽잠 따위에게 패해 놓치면 크게 후회할 법한 빅매치들이 제법 많이 포진돼 있다.

'덴마크의 기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27일 오전1시)

지난 13일 덴마크와 핀란드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전반42분 '덴마크의 심장'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갑작스럽게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실제로 심장이 멈춘 에릭센은 응급처치를 통해 간신히 심장박동을 재개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에이스를 잃고 큰 충격을 받은 덴마크 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다. 덴마크는 핀란드전 0-1 패배에 이어 벨기에전에서도 1-2로 패하며 B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심장수술을 받은 에릭센은 일주일 만에 퇴원했고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직접 경기장을 찾아 동료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덴마크가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무려 4-1의 대승을 거둔 것이다. 핀란드,러시아와 함께 1승2패가 된 덴마크는 골득실에서 앞서 B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B조 3위 핀란드가 16강 진출에 실패했으니 결과적으로 러시아전 대승이 덴마크를 16강으로 이끈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덴마크는 16강에서 A조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2위에 올랐던 웨일스를 상대한다. 웨일스는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지만 가레스 베일을 비롯해 애런 램지, 벤 데이비스 등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들이 대거 속해 있다. 특히 지난 유로 2016 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만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보유한 팀이다.

팀의 에이스 에릭센이 빠진 덴마크는 최상의 전력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 두 골을 기록한 유수프 포울센을 중심으로 첼시FC 소속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주장 시몬 키예르, 부자 골키퍼로 유명한 카스페르 슈마이켈 등이 건재하다. 무엇보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동료들을 응원하는 에릭센에게 더 좋은 성적을 선물하겠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야말로 현재 덴마크가 가지고 있는 가장 무서운 힘이다.

'피파랭킹 1위'와 '디펜딩 챔피언'의 격돌(28일 오전4시)

'디펜딩 챔피언' 포르투갈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부터 프랑스와 독일이라는 힘든 상대를 만났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헝가리를 3-0으로 이길 때까지만 해도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이는 듯 했지만 2번째 경기에서 독일에게 2-4로 무너지며 금방 기세가 꺾였다. 프랑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카림 벤제마에게 역전골을 허용할 때는 '전 대회 우승팀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저주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그렇게 여러 차례 힘든 위기를 거친 포르투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동점골로 프랑스와 2-2로 비기면서 F조 3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하지만 16강에서 다시 한 번 대단히 부담스러운 상대를 만났다. 바로 B조 1위에 오른 현 피파랭킹 1위 벨기에다. 피파랭킹 1위이자 2018 러시아 월드컵 3위 벨기에와 지난 대회 유로2020을 제패했던 피파랭킹 5위 포르투갈이 8강 진출권을 놓고 격돌하게 된 것이다. 

벨기에는 이번 대회 에이스 에덴 아자르가 다소 부진하지만 로멜로 루카쿠와 케빈 더 브라위너, 드리스 메르턴스, 토르강 아자르, 얀 베르통언, 티보 쿠르투아 등 포지션별로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이 즐비하다. 특히 벨기에가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루카쿠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며 득점 부문 공동2위에 올라 있다. 이번 16강에서 포르투갈을 탈락시키면 충분히 득점왕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에는 '불세출의 슈퍼스타' 호날두가 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5골을 폭발시키며 자신의 유로대회 최다골 기록을 14골로 늘렸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에서 한 골만 더 추가하면 이란의 알리 다에이가 가진 A매치 109골을 뛰어넘어 역대 A매치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호날두는 자신의 A매치 최다득점 신기록이자 통산 유로대회 15번째 골이 포르투갈을 8강으로 이끄는 골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승후보' 잉글랜드와 독일, 하나는 탈락(30일오전1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해리 케인과 라힘 스털링, 마커스 래시퍼드 등을 보유한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을 넣는 빈공에 시달리며 만족스런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월드컵 득점왕 케인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하나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하며 많은 비판에 시달렸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에게 덜미를 잡히며 무려 80년 만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독일은 이번에도 죽음의 조에 속하며 탈락의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에게 0-1로 패한 후 포르투갈을 4-2로 꺾을 때만 해도 '전차군단'의 건재를 보이는 듯 했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헝가리에게 끌려 다니며 크게 고전했다. 후반38분에 터진 레온 고레츠카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독일은 2연속 메이저 대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비극을 경험했을 것이다.

잉글랜드는 조별리그에서 3경기 연속 클린시트(무실점 경기)에 2승1무라는 좋은 결과를 얻고도 빈약한 공격력으로 축구팬들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 잉글랜드 입장에서는 16강에서 '영원한 우승후보'로 불리는 독일을 꺾고 8강에 진출한다면 단숨에 자신들을 향한 비난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여기에 조별리그에서 잠잠했던 케인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면 잉글랜드로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어려운 상대들을 만나면서 2000년대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나 2010년대의 토마스 뮐러 같은 걸출한 공격수를 배출하지 못했다. 다만 2020-2021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승골의 주인공 카이 하베르츠가 조별리그에서 두 골을 기록하며 독일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베르츠가 잉글랜드와의 16강에서도 좋은 활약으로 독일을 8강으로 견인한다면 2020년대 독일의 새로운 간판이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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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20 16강 포르투갈 잉글랜드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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