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안방에서 SSG를 연파하고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5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8-5로 승리했다. SSG와의 주말 3연전 중 첫 2경기를 따내며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한 두산은 NC다이노스, kt 위즈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선두 SSG를 한 경기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27승22패).

두산은 4번타자 김재환이 시즌 12호 홈런을 포함해 2안타2타점2득점1볼넷으로 3출루에 성공했고 1번타자로 출전한 조수행이 3안타1득점, 강승호와 김재호도 나란히 멀티히트로 활약했다. 두산은 작년 28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원투펀치의 이탈로 고전이 예상됐지만 새 외국인 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두산의 새 외국인 에이스 워커 로켓은 다승 공동 2위(6승), 평균자책점 1위(1.87)를 질주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10년을 호령한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 

두산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걱정해 본 적이 없다. 두산뿐 아니라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꼽히는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7년 동안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 번의 정규리그 MVP, 그리고 6번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그의 별명처럼 니퍼트는 두산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KBO리그를 호령하던 천하의 니퍼트도 나이를 먹으면서 구위가 하락했고 두산은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두산이 니퍼트를 보내고 선택한 선수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이었다. 부산 야구팬들에게 '린동원'으로 불리던 롯데의 에이스가 두산에서 '린철순'이 되는 순간이었다.

린드블럼은 두산에서의 첫 해 15승과 함께 평균자책점 1(2.88)을 따내며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니퍼트의 공백을 지웠다(한편 kt 위즈로 이적한 니퍼트는 2018년 8승을 더한 후 현역생활을 접었다). 2019년 20승을 따낸 린드블럼은 다승과 탈삼진,승률 타이틀을 휩쓸며 정규리그 MVP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했고 2018년에 아쉽게 놓쳤던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한 후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됐다.

린드블럼이 메이저리그로 컴백하자 두산은 작년 시즌 뉴욕 메츠의 유망주였던 우완 크리스 플렉센을 영입했다. 플렉센이 아무리 메츠 시절 더블A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했을 정도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고 하지만 20승 투수였던 니퍼트와 린드블럼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실제로 플렉센은 시즌 내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정규리그 21경기에서 8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플렉센은 가을야구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에이스 모드'를 발동하기 시작했다. 작년 포스트시즌 5경기에 등판한 플렉센은 28.1이닝 동안 6점만 내주며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1.91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젊음이라는 무기와 함께 뛰어난 구위를 과시한 플렉센은 작년 12월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475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린드블럼에 이어 2년 연속 두산에서 미국으로 유턴한 외국인 투수가 됐다.

예년에 비해 불안해 보이던 로켓마저 '대박' 

린드블럼과 플렉센이 차례로 미국으로 돌아가며 또 다시 에이스 부재에 시달리게 된 두산은 지난 1월 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메츠, 시애틀에서 활약했던 로켓과 계약했다. 두산은 로켓에게 신규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선인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줬을 만큼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의 몸값이 80만 달러임을 고려하면 두산은 로켓을 1선발로 점 찍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로켓은 빅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하며 20경기(선발 8회)에 등판해 2승4패7.67로 전혀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투수다. 트리플A 레벨에서도 2018년 샌디에이고의 트리플A 구단에서 선발로 23경기에 등판해 5승9패4.72라는 평범한 성적을 올린 게 전부였다. 한 마디로 로켓은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도, 눈에 띄는 트리플A에서의 실적도 없는 그저 그런 투수에 불과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썩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지 못했던 로켓은 시즌이 개막되자 자신이 '실전용'임을 증명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5월까지 10경기에 등판한 로켓은 5승3패1.91을 기록하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10번의 등판 중 7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마운드에서의 안정감이 단연 돋보인다. 심한 기복으로 매 경기 김태형 감독과 두산팬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미란다와는 전혀 다른 유형이다.

로켓은 6월의 첫 등판이었던 5일 SSG와의 경기에서도 특유의 안정된 투구로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6번째 승리를 챙겼다. 단 83개의 공으로 18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진 로켓은 안타4개를 맞으며 한 점을 허용했지만 고비마다 7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SSG의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로켓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후 두산이 SSG에게 4점의 추격을 허용한 점을 고려하면 로켓이 얼마나 SSG를 잘 봉쇄했는지 알 수 있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1.91에서 1.87로 낮춘 로켓은 빅리그 풀타임 선발투수 출신인 LG 트윈스의 앤드류 수아레즈(1.99)를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로켓은 다승과 이닝에서도 각각 공동 2위(6승)와 3위(67.1이닝)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미 여러 팀들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고 있는 가운데 두산은 무려 11년째 외국인 에이스 선택에 있어 탁월한 안목을 과시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두산 베어스 워커 로켓 평균자책점 1위 외국인 에이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