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포르티모넨스), 백승호(전북 현대), 이강인(발렌시아)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청소년 시절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망주로 평가받으며 센세이션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는 것.

세 선수는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백승호와 이승우는 2017년 대한민국에서 펼쳐진 U-20 월드컵에서 16강을 이끌었다. 이승우는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도 출전했고 같은 해 열린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금메달을 견인하기도 했다.

이강인은 2019년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상인 '골든볼'까지 거머쥐었다. 세 선수 모두 A대표팀까지 이미 경험한 선수들이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의 잠재력 면에서는 차범근-박지성-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한국축구 간판스타 계보를 물려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성인무대에서는 아직까지 기대만큼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승우는 바르셀로나 유스를 떠난 이후 유럽에서 이적과 임대로 여러 리그-팀들을 전전하고 있지만 어느 팀에서도 확실하게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저니맨'에 머물고 있다. 백승호는 최근 독일에서 K리그로 유턴하며 전북 현대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구설수에 올랐고 경기력에서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U20 월드컵 골든볼의 주인공인 이강인은 소속팀 발렌시아에서는 몇 년째 들쭉날쭉한 주전경쟁에 고전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나란히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세 선수가 올림픽팀에서 뭉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학범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50여 일 앞두고 가나와의 두 차례 평가전(6월 12, 15일·제주월드컵경기장)에 나설 28명의 태극전사 명단을 발표하며 국내외 선수들을 총망라했다. 6월 30일 전에 발표될 예정인 올림픽 최종엔트리(18명) 확정을 앞두고 치러지는 사실상 마지막 점검의 무대다. 김 감독은 "우리 팀에 맞지 않으면 뽑을 생각이 없다. A대표팀 출신이라고 무조건 뽑힐 것이란 생각은 금물"이라며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화려한 유럽 빅리그 경력을 자랑하는 세 선수는 이름값과 경험 면에서는 올림픽대표팀 내에서 가장 독보적이다. 하지만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다. A팀 출신으로 한단계 아래인 연령대별 대표팀으로 내려왔음에도, 지금으로서는 세 선수 모두 김학범호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는 보장은 없는 상황이다.

김학범호는 지난 2020 AFC U23 챔피언십을 거치며 주축 선수들이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력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새로운 선수들의 기량이 월등하지 않은 한 어설픈 변화는 오히려 팀워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세 선수 모두 최근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이 꾸준하지 못했다. 가장 위태로운 건 이승우다. 지난 2020-21시즌 벨기에 신트트라위둰에서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로 임대 이적했으나 여전히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여 경기감각이 크게 떨어져 있다. 2012 런던올림픽이나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의 박주영과 비슷한 상황인데 대표팀에서 짧은 기간에 컨디션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백승호는 지난 3월 다름슈타트를 떠나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5경기를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는 없었다. 울산이나 수원같은 강팀과의 경기에는 아예 출장하지 못했다. 지난 26일에는 K3리그 양주시민축구단과의 FA컵 경기에 출전했지만 팀은 졸전 끝에 승부차기 충격패를 당했고 백승호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며 대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혹평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승승장구하던 전북은 백승호를 영입한 직후 7경기 연속 무승의 급격한 부진에 빠졌다.

이강인은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선발과 교체를 오가며 총 24경기에 나섰다. 출전시간은 1276분에 그치며 들쭉날쭉한 기용 방식에도 불구하고 1골-4도움을 기록하며 기회만 주어지면 자신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이강인은 경기력적인 측면보다는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주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팀사정에 따라 제로톱, 세컨드 스트라이커, 측면-중앙 미드필더 등 여러 자리를 옮겨 다녀야했다.

창의적인 패스와 경기운영은 정상급이지만 피지컬과 활동량, 수비가담 등 약점도 뚜렷하여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술적 안배가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U20월드컵에서 정정용 감독은 철저히 이강인을 중심으로 전술을 구성하고 조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김학범 감독은 이강인과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데다 도쿄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게 변수다.

세 선수가 긴장해야 할 것은 김학범호에 바로 와일드카드라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점이다. 김학범 감독은 가능만 하다면 이번 올림픽에서 이미 병역을 해결한 손흥민이나 황의조 같은 A팀 간판스타들의 발탁도 염두에 두고 있다. 최근 K리그에 복귀한 권창훈 역시 김학범호 승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포지션은 이승우-백승호-이강인 등과 정확하게 겹칠 수 있다. 굳이 팀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량이 기대에 못미치는 데도 억지로 안고가야 할 이유는 없다. 김학범호 입장에서도 3인방이 올림픽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와일드카드 후보군을 미드필드와 수비진에 이르기까지 유연하게 선택지를 넓힐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공격진 보강을 우선순위로 해야하는 부담이 따른다.

결국 세 선수 스스로 올림픽에 대한 확실한 동기부여와 희생정신을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은 또 다른 무대이며 김학범호에서는 신인으로서 다른 선수들과 동일선상에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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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이강인 백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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