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 뢰브 감독이 이번 유로 2020을 끝으로 15년동안 맡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 독일 대표팀 뢰브 감독 뢰브 감독이 이번 유로 2020을 끝으로 15년동안 맡은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는다. ⓒ 독일축구협회 트위터 캡쳐

 
​월드컵 4회 우승, 유로 3회 우승. 유럽에서 최고의 팀을 꼽으라면 독일을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3회)과 더불어 가장 많은 유로 우승국으로 남아있는 독일은 유로 1996 이후 25년 동안 앙리들로네(유로 우승컵)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독일은 최근 잇따른 세대교체 실패와 요하임 뢰브 감독의 성적 부진으로 녹슨 전차의 오명을 듣는 신세로 전락했다. 
    
독일 축구 몰락의 시작 '카잔의 비극'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독일 축구는 암흑기로 기억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로 2000, 유로 2004에서 연달아 조별리그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위기론이 대두됐다.
 
분기점을 마련한 것은 자국에서 열린 2006 독일 월드컵이다. 당시 독일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당시 수석코치로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보좌한 뢰브는 2006년 9월부터 독일 대표팀 수장으로 승격하며 출발선에 섰다. 

첫 번째 시험무대인 유로 2008에서 독일을 준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이후 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2012 4강의 성적표를 남겼다. 그리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독일의 통산 월드컵 4회 우승을 견인하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2년 뒤 유로 2016에서도 팀을 4강으로 올려놓은 뢰브 감독은 다섯 차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최소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1.5군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독일을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후보에서 제외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비극의 시작은 2018 러시아 월드컵이었다. 독일은 조별리그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 0-1 패하며 불안감을 노출하더니 스웨덴에 극적으로 승리하며 기사회생했지만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0-2로 덜미를 잡혔다. 이른바 '카잔의 비극'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독일의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첫 번째 패배이자, 1938년 대회 이후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추락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에서 프랑스, 네덜란드와 1그룹에 속한 독일은 2무 2패에 그치며 조 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유로 2016과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네덜란드전 0-3 참패는 독일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절치부심한 뢰브 감독은 이때부터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노장 토마스 뮐러, 마츠 훔멜스, 제롬 보아텡을 과감하게 대표팀에서 제외하며 젊은피를 수혈했다. 르로이 사네, 세르주 그나브리, 루카스 클로스터만, 니코 슐츠, 조나단 타, 카이 하베르츠, 지안 루카 발트슈미트 등 젊은피들을 대거 발탁했고, 네덜란드와 1승 1패로 호각세를 이루며 결국 유로 2020 예선을 조1위로 통과했다. 
 
하지만 독일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스페인 원정 경기에서 0-6 대패를 당했다. 독일이 6골 차로 패한 것은 지난 1931년 5월 오스트리아전 0-6 패배 이후 무려 89년 만이다. 

독일은 스페인의 빠른 패스 플레이, 세트 피스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으며, 슈팅수 2개에 그칠 만큼 시종일관 무기력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세비야의 비극'은 사실상 세대교체의 실패를 의미한 것과 다름없었다. 
 
뢰브 감독의 마지막 불꽃, 유로 우승으로 유종의 미 거둘까
 
결국 뢰브 감독은 유로 2020 본선을 끝으로 대표팀 사임할 뜻을 내비쳤다. 무려 15년 동안 대표팀을 이끈 뢰브 시대의 종말이 다가온 것이다.
 
독일은 지난 3월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에서도 들쭉날쭉한 모습으로 실망감을 남겼다. 아이슬란드, 루마니아에 승리했지만 약체 북마케도니아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20년 만에 월드컵 유럽 예선 패배를 기록했다.
 
독일은 이번 유로 2020에서 프랑스, 포르투갈, 헝가리와 죽음의 F조에 편성됐다. 아무래도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강력한 우승후보 프랑스, 전 대회 우승팀 포르투갈이 버티고 있는 데다 약체 헝가리를 상대로는 원정길에 나서야 한다. 
 
물론 독일이 희망을 걸어볼 요소는 충분하다. 최후방을 지키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건재한 데다 토니 크로스, 요수아 킴미히와 더불어 올 시즌 소속팀 맨체스터 시티에서 절정의 활약을 선보인 일카이 귄도안으로 구성된 미드필드 라인은 최정상급이다. 상황에 따라 레온 고레츠카도 활용할 수 있어 뢰브 감독의 선택 폭이 매우 넓다.

아쉬움이라면 최후방 수비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의 부재다. 좌우 풀백의 경우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루카스 클로스터만, 엠레 잔, 로빈 고젠스 등 풀백들이 시험대에 올랐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줄 센터백의 무게감이 예전만 못한 점도 아쉽다.

또, 한 때 독일의 미래로 각광받은 티모 베르너의 더딘 성장세도 최전방에 대한 고민을 증폭시켰다. 급기야 베르너는 유럽예선 3경기 모두 교체 출장에 머무르며 뢰브 감독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에 뢰브 감독은 그나브리, 사네, 하베르츠 등을 최전방에 포진하며 새로운 방향점을 모색했지만 최적의 조합을 찾는데 실패했다. 

​결국 뢰브 감독은 특단의 선택을 내렸다. 센터백 훔멜스, 2선 공격수 뮐러를 다시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뢰브 감독은 유로2020 독일 최종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2018년에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때였다. 그러나 계획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팀 내 리더십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다 줄 훔멜스와 뮐러를 선발하기로 했다. 그들은 독일 대표팀 내에서 큰 존경을 받는 선수들"이라고 밝혔다. 

훔멜스는 수비 라인을 지휘할 최적의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뮐러는 특유의 골냄새를 맡는 움직임과 어시스트 능력을 겸비하고 있어 독일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불명예 퇴장일까. 아름다운 이별일까. 뢰브 감독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유로 2020에서 '전차군단' 독일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독일 2018 월드컵 이후 A매치 결과
0-0무 프랑스(H)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1차전 (2018/09/07)
2-1승 페루(H) - 친선경기 (2018/09/10)
0-3패 네덜란드(A)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2차전 (2018/10/14)
1-2패 프랑스(A)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3차전 (2018/10/17)
3-0승 러시아(H) - 친선경기 (2018/11/16)
2-2무 네덜란드(H) - 2018/19 UEFA 네이션스리그 4차전 (2018/11/20)

1-1무 세르비아(H) - 친선경기 (2019/03/21)
3-2승 네덜란드(A) - 유로2020 예선 1차전 (2019/03/25)
2-0승 벨라루스(A) - 유로2020 예선 2차전 (2019/06/09)
8-0승 에스토니아(H) - 유로2020 예선 3차전 (2019/06/12)
2-4패 네덜란드(H) - 유로2020 예선 4차전 (2019/09/07)
2-0승 북아일랜드(A) - 유로2020 예선 5차전 (2019/09/10)
2-2무 아르헨티나(H) - 친선경기 (2019/10/10)
3-0승 에스토니아(A) - 유로2020 예선 6차전 (2019/10/14)
4-0승 벨라루스(H) - 유로2020 예선 7차전 (2019/11/17)
6-1승 북아일랜드(H) - 유로2020 예선 8차전 (2019/11/20)

1-1무 스페인(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1차전 (2020/09/04)
1-1무 스위스(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2차전 (2020/09/07)
3-3무 터키(H) - 친선경기 (2020/10/08)
2-1승 우크라이나(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3차전 (2020/10/11)
3-3무 스위스(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4차전 (2020/10/14)
1-0승 체코(H) - 친선경기 (2020/11/12)
3-1승 우크라이나(H)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5차전 (2020/11/15)
0-6패 스웨덴(A) - 2020/21 UEFA 네이션스리그 6차전 (2020/11/18)

3-0승 아이슬란드(H)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1차전 (2021/03/26)
1-0승 루마니아(A)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2차전 (2021/03/29)
1-2패 북마케도니아(H) - 2022 카타르월드컵 유럽예선 3차전 (2021/04/01)

▷독일 유로 2020 경기일정
vs 프랑스 (2021/06/16)
vs 포르투갈 (2021/06/20)
vs 헝가리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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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로2020 뢰브 뮐러 훔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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