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깨고 FA 자격을 행사한 우완 선발 투수 이용찬

이용찬 ⓒ 두산 베어스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FA 우완투수 이용찬이 NC와 계약했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팀 NC다이노스는 2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계약선수 신분인 우완 투수 이용찬과 계약기간 3+1년 총액 27억 원의 조건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용찬은 앞으로 3년 동안 서로 합의한 조건을 달성할 경우 2024년의 계약이 실행된다. 이용찬은 21일 팀에 합류해 선수단과 만나 복귀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용찬은 통산 342경기에 등판해 53승50패90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3.88을 기록했다. 2009년에는 세이브왕에 오르며 신인왕에 선정됐고 2018년에는 선발 투수로 15승을 따냈을 만큼 선발과 불펜 모두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이용찬은 "NC의 일원이 될 수 있어 감사하다. 열심히 던져서 팀 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단 소감을 밝혔다.

베테랑 FA 찬밥신세 속 유일한 미계약 FA

지난 겨울 FA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두산이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두산의 왕조시대를 이끌었던 주역 7명이 대거 FA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은 모기업의 어려운 살림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팀 내 FA 선수들을 모두 붙잡을 여력이 없었다. 결국 두산은 팀의 다음 세대를 이끌 '90트리오'의 두 주역 허경민(4+3년 85억 원)과 정수빈(6년56억 원)을 잔류시키는데 주력했다.

두산이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과의 계약에 주력하면서 베테랑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렸다. 내야수 최주환은 작년 12월 11일 SSG랜더스로 인수되기 직전의 SK와이번스와 4년 총액 42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 부동의 주전 1루수이자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2016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 117홈런452타점을 기록했던 오재일은 3일 후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50억 원에 계약하며 대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작년 FA시장에서는 두산뿐 아니라 대부분의 구단에서 작년 성적이 좋지 않았던 베테랑 선수들이 구단으로부터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부산 야구의 상징이자 롯데 자이언츠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인 이대호조차 2년 26억 원 계약으로 4년 전보다 총액을 기준으로 무려 124억 원이나 적은 규모로 계약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두산과 4년 50억 원 계약을 체결했던 두산의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도 3년 25억 원으로 몸값 절반이 뚝 떨어져 나갔다. 

마운드 쪽에서도 베테랑 투수들의 '찬바람'은 이어졌다. 삼성으로 이적할 때 4년 65억 원을 받았던 우규민은 4년 후 두 번째 FA계약을 할 때 1+1년 10억 원에 옵션만 6억 원에 달하는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옵션 14억 원짜리 2년 계약을 체결한 110승 투수 차우찬(LG 트윈스)이나 옵션 6억 원에 그나마 장기계약을 맺지도 못한 유희관(두산)의 상황도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매년 빠지면 섭섭한 사인 앤 트레이드는 올해도 어김 없이 등장했다. 지난 2019년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40개)을 세운 불펜 투수 김상수는 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와의 협상에 난항을 겪다가 지난 1월 13일 히어로즈와 2+1년 총액 15.5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후 곧바로 SK의 2022년 2차 4라운드 지명권과 트레이드됐다. 그렇게 모든 FA 선수들이 크고 작은 규모로 계약을 끝낼 때까지 이용찬은 끝내 '미계약FA'로 남고 말았다.

선발-불펜 활용 모두 가능한 전천후 투수

2018년 선발로 15승을 올린 이용찬은 2019년 정규리그에선 선발, 한국시리즈에선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용찬은 작년 시즌 5경기에서 1승3패8.44의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커리어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면서 일찌감치 시즌 아웃됐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갖춘 이용찬은 명예회복을 위해 FA신청을 하지 않을 거란 예상을 깨고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거의 통째로 거른 데다가 코로나19라는 초대형 외부변수까지 겹치면서 이용찬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2019년의 노경은(롯데)처럼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인 이용찬은 모교인 장충고에서 개인 훈련을 하면서 몸을 만들었고 지난 11일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몸 상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작 원소속 구단 두산은 이용찬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았다. 보상선수 문제 때문에 다른 구단에서 시즌 중에 이용찬을 영입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분석한 두산은 이용찬의 '쇼케이스'가 끝난 후에 천천히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두산에게 이용찬과 협상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NC가 한 발 먼저 이용찬을 3+1년 총액 27억 원에 영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NC는 드류 루친스키와 웨스 파슨스, 신민혁, 김영규, 박정수로 선발진을 꾸리고 있고 송명기가 복귀를 앞두고 있어 당장 선발투수는 급하지 않다. 오히려 불펜에서 마무리 원종현(1패7세이브4.61)을 비롯해 김진성(1승2패1세이브6홀드6.53),문경찬(1패2홀드5.17) 등의 활약이 기대를 한참 밑돌고 있다. 따라서 이용찬이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를 가다듬고 빠르면 6월 중순, 늦어도 7월에 1군에 합류한다면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힘을 보탤 확률이 높다.

한편 이용찬을 보내게 된 두산은 오는 24일까지 NC로부터 보호선수 20명의 명단을 받아 27일까지 이용찬의 보상선수 1명을 지명할 수 있다(물론 보상선수 대신 이용찬의 작년 연봉 300%를 받을 수도 있다). 두산은 지난 2019년에도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투수 이형범을 지명해 쏠쏠한 재미를 봤던 기억이 있다. 따라서 두산팬들은 이번 이용찬의 보상선수를 통해서도 팀 분위기를 올릴 수 있는 좋은 선수를 지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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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이용찬 FA계약 전천후 투수 NC 다이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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