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염원하던 우승트로피는 결국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하게 됐다. 올 시즌 이후의 미래도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손흥민의 시즌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아시아 유럽파 역대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소속팀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하여 다시 손흥민의 집중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토트넘은 오는 16일 오후 10시 5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울버햄프턴과 2020-2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홈경기를 펼친다. 토트넘은 현재 16승 8무 11패 승점 56점으로 7위에 올라있다. 4위 첼시(승점 64점)와의 승점차는 8점이다.

다음 시즌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사실상 올해도 멀어졌다. 토트넘은 남은 3경기에서 울버햄프턴전에 이어 20일 애스턴빌라(11위)-24일에는 FA컵 우승팀 레스터시티(3위)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산술적인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토트넘이 남은 3경기를 다 이기더라도 첼시가 1경기만 더 승리하면 토트넘의 UCL진출은 물거품이 된다.

자력으로 출전 가능성이 남아있는 유로파리그를 노리는 게 더 현실적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도 유로파리그에 진출한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로파리그 출전권은 리그 5위와 FA컵 및 EFL컵(리그컵) 우승팀 등 총 3팀에 주어지는데 현재 다음 시즌 UCL에 진출하는 리그 1위 맨시티와 3위 레스터시티가 각각 컵대회를 우승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하위팀으로 유로파 티켓이 내려오게 됐다.

토트넘은 현재 5위 리버풀(승점 60)과는 승점 4점차이고 6위 웨스트햄(승점 59점)이 1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라 토트넘이 다음 경기에서 울버햄프턴을 잡으면 따라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래로는 8위 에버턴(승점56)과 9위 아스널(승점55) 역시 호시탐탐 추격해오고 있어서 유로파리그행조차 아직은 장담하기 어렵다.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유로파리그까지 놓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토트넘의 차선책은 신설 대회인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행이다. 하위권 UEFA 회원국의 축구 클럽들에 중점을 맞춘 대회로 각국 축구 협회의 리그-컵 대회 성적에 따라 참가 32개 클럽이 참가할 예정이다.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에 나서기 어려운 유럽 하위리그 팀들이 대거 출전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올랐던 토트넘 입장에선 만족할 수 없는 위치지만, 주어진 상황을 존중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은 프로의 의무이기도 하다. 더구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에는 토트넘이 10위까지 떨어질 수도 있어서 UECL 티켓조차 따내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유럽 5대리그에서는 모두 7위팀들에게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출전권이 부여된다. 현재 순위 기준으로 스페인은 비야레알, 독일은 유니온 베를린, 이탈리아는 AS로마, 프랑스는 스터드 렌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 재미있는 점은 AS로마가 다음 시즌부터 토트넘의 전 사령탑인 주제 무리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는 점이다. 토트넘과 로마가 모두 현재의 순위를 유지할 경우 다음 시즌 UECL에서 만나 '무리뉴 더비'를 펼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손흥민은 남은 시즌 소속팀의 순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는 아시아 선수 최다골 기록 경신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7골, 리그컵(카라바오컵) 1골,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4골(예선 1골 포함)을 합쳐 총 22골을 기록 중이다. 한국축구의 레전드 차범근의 유럽 리그 단일시즌 최다 득점 기록(17골)과는 타이 기록이다. 손흥민은 남은 3경기에서 득점을 추가할 때마다 아시아 유럽파의 역사를 새롭게 쓰게 되는 것이다.

한때 득점왕 후보까지 거론되던 시즌 초반의 폭발적인 페이스에 비하여 손흥민은 중후반들어 다소 주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훌륭한 누적 기록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손흥민의 올 시즌 활약상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다행히 손흥민은 최근 3경기에서 3골-1도움으로 다시 페이스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며 울버햄프턴전에서 신기록 달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이후 중대한 전환점에 설 가능성이 높다. 토트넘이 올해도 무관에 그치면서 주포 해리 케인 등 주축 선수들이 우승권 클럽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만일 케인이 팀을 떠난다면 토트넘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고, 자연히 손흥민 역시 향후 거취에 대하여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다.

현재 축구인생의 최전성기이자 30대에 접어든 손흥민이 무관에 그치고 있는 소속팀에서 리그 중위권과 2.3류급 유럽대항전 출전에 만족하기는 아까운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이 남은 시즌 장기인 득점포를 최대한 가동하여 팀도 살리고 빅클럽에 자신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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