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질라 VS. 콩> 포스터

영화 <고질라 VS. 콩> 포스터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거대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은 지 3년이 흘렀다. 콩은 스컬 아일랜드에 건설된 거대한 바이오돔에서 모나크의 과학자 아일린 앤드류스(레베카 홀 분)의 보호 아래 부모를 모두 잃은 지아(카일라 하틀 분)와 유대 관계를 맺으며 생활한다. 한편, 고질라가 비밀연구회사 에이펙스의 기지를 공격하는 일이 터진다. 모나크의 수석 지질학자 네이선 린드(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분)는 앤드류스를 설득해 콩을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로 데리고 가기로 한다. 그러나 이동 중에 고질라의 공격을 받게 되자 콩이 반격에 나선다.

레전더리 픽쳐스와 워너 브라더스가 기획한 몬스터 영화 시리즈 '몬스터버스'의 4번째 작품 <고질라 VS. 콩>은 1962년 <킹콩 대 고지라> 이후 59년 만에 스크린에서 동서양을 대표하는 괴수를 맞붙였다.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대 아이언맨,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프레디 대 제이슨, 사다코 대 가야코와 마찬가지로 영화팬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시네마 이벤트다. 메가폰은 <유아 넥스트>(2011), <더 게스트>, <블레어 위치>(2016), <데스 노트>(2017)를 연출한 애덤 윈가드 감독이 잡았다. 그는 고질라와 콩의 대격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질라와 콩은 둘 다 영화사에서 놀라운 유산을 남겼다. 보통 고질라와 콩은 각각 동양과 서양의 괴수로 인식된다. 도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고질라와 인간에 의해 뉴욕으로 끌려온 콩처럼 말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든, 고질라와 콩은 전 세계 관객들을 흥분시키는 상징적인 존재들이다."
 
 영화 <고질라 VS. 콩>의 한 장면

영화 <고질라 VS. 콩>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고질라 VS. 콩>은 거대한 괴수들의 싸우는 파괴를 통해 원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프로레슬러처럼 격돌하는 고질라와 콩의 대결은 도시를 엄청나게 파괴하지만, 어린이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인간들의 피해는 그리질 않는다. 할리우드 CGI 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준 <고질라>(2014), <콩: 스컬 아일랜드>(2017),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2019)를 잇는 '몬스터버스'의 작품답게 기술적인 면도 빼어나다. 전작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전투와 달리, 낮, 야경을 활용하여 괴수들의 모습과 움직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파괴의 규모도 대단하다.

다양한 오마주는 이번에도 이어진다. 항공모함 위 전투와 홍콩 도심의 싸움은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영향이 감지된다. <킹콩 대 고지라>에서 킹콩이 고지라의 입에 나무를 넣는 유명한 장면은 <고질라 VS. 콩>에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매니아들이 찾아낸 오마주의 목록은 하나하나 쌓이는 중이다. 

고질라가 서부극의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스타일이라면 콩에겐 1980~1990년대 액션 영화가 투영되어 있다. 항공모함이 폭파하는 장면은 <다이 하드>(1988), 어깨뼈가 탈골한 콩이 스스로 맞추는 장면은 <리쎌웨폰 2>(1990), 콩이 신전에 간 장면은 <코난- 바바리안>(1981)의 영향을 받았다. 애덤 윈가드 감독은 차기작으로 <페이스 오프>(1997)의 속편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가 <고질라 VS. 콩>을 "고질라와 콩은 보는 사람에 따라 착한 역이 될 수 도 있고 악당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 대목을 떠올리면 두 영화의 설정은 흥미롭게 비슷하다.
 
 영화 <고질라 VS. 콩>의 한 장면

영화 <고질라 VS. 콩>의 한 장면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고질라 VS. 콩>은 <토르: 라그나로크>(2017), <블랙 위도우>(2020)를 작업한 에릭 피오슨과 '몬스터버스' 전체 각본을 담당한 맥스 보렌스테인이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 시나리오 수정에 해당하는 '스토리'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마이클 도허티 감독과 각본을 같이 쓴 잭 쉴즈가 참여했다.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를 작업한 바 있는 할리우드의 베테랑 작가 테라 로지오도 보인다.

무려 5명이 참여한 각본이지만, 개연성, 고증, 현실성 따윈 없다시피 한다. 설정, 전개, 인물의 동기를 하나하나 따지는 게 무의미할 지경이다. 할로우어스에 존재하는 동력원을 무려 데이터로 복사하는 마당이니 무엇을 바라겠는가? 폭주하는 메카고질라를 막기 위해 기계에 술을 부어버리는 전개는 <인디펜던스 데이>(1996)에서 외계인 우주선의 OS에 지구의 OS에 작용하는 컴퓨터바이러스를 심는 장면에 버금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갑작스럽게 나타난 장치로 극의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이를 정당화하는 연출법)'가 아닐까 싶다.

<고질라 VS. 콩>은 코로나19로 극장 산업이 위축된 현실에서 화면, 사운드 등 극장의 즐거움을 다시금 알려준 작품임은 분명하다. 가정용 TV와 스마트폰으론 온전한 감상이 절대 불가능하다. 한편으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더 나은 스토리텔링과 더 놀라운 상상력이 필요함을 증명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완성도와 상관없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신작을 내놓길 주저하는 상황 속에서 <테넷>(2020), <원더우먼 1984>(2020), <고질라 VS. 콩> <모탈 컴뱃>(2021)을 잇따라 선보인 워너 브라더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고질라 VS. 콩 애덤 윈가드 밀리 바비 브라운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레베카 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