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선발' 투수에서 '대체 불가' 투수로

2013년 5월 4일. LG 트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출전 예정이었던 더스틴 니퍼트가 담 증세를 호소해 두산은 불가피하게 선발 투수를 바꿔야 했다. 이날 니퍼트를 대신해 출전한 선수는 바로 유희관. 대체 선발 투수로 등판해 5.1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유희관의 선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다.
 
유희관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진가를 뽐내며 두산의 든든한 좌완 선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구속이 느리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이는 유희관에게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느리지만 구위가 좋은 패스트볼과 최저 73km의 커브는 타자들을 침묵시키기에 충분했다. 뛰어난 완급조절과 제구력, 절묘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하며 선발투수로서 자리를 잡아갔다.

게다가 선발투수로서 이닝 소화능력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두산 마운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두각을 나타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승을 꾸준히 기록하며 '8년 연속 10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체 선발 투수에서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대체 '불가능'한 투수로 거듭난 것이다.

3경기 연속 조기강판... 평균자책점은 10.45
 
 불안한 좌완 베테랑 유희관

불안한 좌완 베테랑 유희관 ⓒ 두산 베어스

 
그러나 현재 유희관에게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지난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유희관은 3.2이닝 동안 8피안타 3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3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매 이닝 득점권 주자를 내보내며 불안한 피칭을 했다. 득점 지원도 받았지만 끝내 4회에는 무너지며 3점을 내줬고 투구수 94개를 기록하자 결국 강판 당했다.
 
유희관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3경기에 등판해 1패 10.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3경기 모두 조기 강판을 당했다는 점이다. 2017시즌부터 기량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선발투수로서의 이닝은 충분히 소화했다. 2018년에는 '두산 좌완 투수 최초 1000이닝'을 기록했을 정도다.
 
그러나 유희관이 올 시즌 3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은 10.1이닝뿐이다. 구위가 많이 떨어졌고, 강점이던 제구마저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해 강판당하고 있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유희관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0.51로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올 시즌 WHIP(이닝 당 출루 허용률)도 2.61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찍었던 2015시즌(1.25)에 비해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번 시즌 두산 선발진은 지난해에 비해 불안정하다. 15경기 중 두산의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는 두 경기에 불과하다. 이런 불안정한 선발진으로 인해 불펜에 부담이 더해졌고 팀은 자연스레 6위까지 추락했다. 선발투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두산은 베테랑 유희관의 활약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유희관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1년 최대 10억(연봉 3억, 인센티브 7억)에 FA 계약을 마쳤다.

유희관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1년 최대 10억(연봉 3억, 인센티브 7억)에 FA 계약을 마쳤다. ⓒ 두산 베어스

 
'좌완 베테랑' 유희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장충고와 중앙대를 졸업해 '2009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지명을 받아 두산의 유니폼을 입게 된 유희관은 입단 초에는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3시즌 대체 선발로 나선 뒤부터 꾸준히 활약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2020시즌이 끝난 후에는 생애 첫 FA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지난 겨울, 두산은 FA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거물급 선수 6명이 시장을 뒤흔들었기 때문. 최주환과 오재일은 팀을 옮겼고 허경민과 정수빈은 두산과 다시 손을 잡았지만 유희관의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두산도 유희관의 기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이는 협상의 걸림돌이 됐다.

긴 협상 끝에 유희관은 1년 최대 10억(연봉 3억, 인센티브 7억)으로 계약에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운드로 돌아온 유희관은 두산 선발진의 한 축을 맡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이 반등하기 위해선 유희관이 일어서야 한다.
 
박종기, 김민규 등 지난해 선발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한 시즌 내내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유희관이 일어서야 두산의 선발진도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다. 

개인적인 동기도 충분하다. 3승만 더하면 개인 통산 100승을 기록하고 올 시즌에도 10승을 달성한다면 '9년 연속 10승' 타이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뿐만 아니라 추락하고 있는 팀을 위해서라도 유희관의 부활이 절실한 상황. 과연 유희관은 부진을 딛고 일어서 부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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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gur145145@naver.com
두산 베어스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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